[뉴스엔 박세연 기자] “다 가져가도 좋다. 단 소문만은 내지 말아다오.” 24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쾌도 홍길동' 8회에서는 명분과 체면만을 중시하는 조선 중기 양반들의 모습을 희화화시켜 통쾌한 웃음을 선사했다.도적패 수근(박상욱 분) 말녀(차현정 분) 연씨(문세윤 분)들에 의해 가까스로 살아난 길동(강지환 분)은 억울하게 희생당한 백성들의 고통과 대조되는 양반의 허세를 목도한 후 번뇌를 거듭한 끝에 결국 의적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길동을 주축으로 온갖 비리를 저지른 양반의 면상에 똥물을 끼얹으며 부패한 관리의 재물을 도적질하겠다고 예고한 활빈당은 부정부패를 많이 저지른 양반들의 목록을 작성해 간밤 그들의 대저택에 쳐들어갔다.
‘설마...’ 하며 노심초사하던 양반들은 예고됐던 도적들의 방문(?)에 “절대 소문내지 말 것”이라는 조건을 내걸고 흔쾌히 재물을 내어주겠다고 호언해 씁쓸함을 자아냈다.
“양반을 능멸하다니 결코 용서치 않겠다”던 용기는 온데간데없고 다만 부패 관리로 소문나지 않기만을 구걸하는 양반의 비굴한 모습은 조선 중기 양반들이 지닌 허세의 절정이었다.
조선은 그 태생부터 고려에 비해 반상이 철저한 계급 사회였던 데다 명분과 의리를 중시하는 성리학을 왕도로 삼았기 때문에 역동적이기보다는 정(靜)적인 사회였다.
15세기 말 임진왜란을 겪으며 황폐해진 국토로 민생 역시 흉흉하지만 반대편에서 사치와 향락에 물든 조선 중기 부패 양반들은 명분과 체면만을 중히 여기며 허세를 부려 각종 문학 작품이나 탈춤 등에서 풍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회 지도층으로서 백성들의 모범이 되기는 커녕 온갖 전횡과 부정을 일삼으면서도 반상의 구분만을 강조하는 일부 몰지각한 양반들의 모습은 ‘고인 물은 썪는다’는 명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같은 상황에서 서자라는 신분적 한계로 많은 설움을 당해 온 길동은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한 양반들의 몸부림과 죄 없는 민초들이 겪게된 무수한 아픔 사이에서 의협심에 불타올랐다.
이 때문에 “부조리한 사회에 반항하기 위해 도적질을 하겠다”는 의적 홍길동의 다짐은 더욱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