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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브리트니는 미쳤다

허세원 |2008.02.04 20:41
조회 387 |추천 1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미쳤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삭발을 했고, 재활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정신 감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가 최근 파파라치 애드난 갈립과 사귀는 것은 사생활일 뿐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자신이 몰던 벤츠를 타이어가 펑크 났다는 이유로 길거리에 버리고 떠났고, 아이들의 양육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판에 4시간 늦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뭘 하든, 그의 선택은 불안한 정신에서 저지른 돌발 행동처럼 보인다. 새 앨범 발표 전 속옷 차림으로 바닷가에 뛰어들고, 패리스 힐튼과 함께 파티장을 들락거릴 때만 해도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행동은 컴백을 위한 시선 끌기라는 시각도 있었다. ‘10대부터 팝계에서 닳고 닳은 브릿이 그냥 저럴 리 없지.’ 하지만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발표 뒤에도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할 만큼 불안정했고, 아이들을 앞에 두고 “죽어버리겠다”고 말했다는 루머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 로지 오도넬은 드디어 모두가 마음에 품고 있던 말을 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처럼 죽을지도 모른다”고.

 

 

 

요즘 미친 브리트니와 늘 미쳐있는 가십산업

 

 

브리트니가 법정 앞에서 제발 들어가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상황에서도 파파라치들은 사진을 찍어댔다.

 

그러나, 정말 미친 것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아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지금도 파파라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끈질기게 쫓아다니고, 가십 잡지들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소식을 쉴 새 없이 팔아먹는다. 그들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제발 들어가게 해줘요”라고 애원하는 상황에서도 법정 앞에서 사진을 찍었고, 벽화를 찍으려는 그의 앞을 막아선 채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그리고 기어이 등장한 웹사이트. ‘Whenisbritneygoingtodie.com’ (When is britney going to die?) 이 사이트에서는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죽을 것 같은 날짜와 시간을 적으면 추첨을 통해 게임기 플레이 스테이션 3를 선물로 준다. 정신적으로 힘든 스타의 죽음을 플레이 스테이션 한 대를 건 놀이 따위로 받아들이는 인간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요즘 정신이 불안하지만, 그의 사생활을 팔아먹고 즐기는 인간들은 늘 미쳐 있다. 로지 오도넬이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지금처럼 만든 원인으로 지적한 존재도 파파라치들이었다.

모든 할리우드 스타들은 파파라치에 시달린다. 하지만 파파라치들은 특히 브리트니 스피어스 앞에서 더욱 무례하다. 그들은 교회에 기도를 하러 들어가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따라가 사진을 찍었고, 미디어는 근거도 없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전신 성형설이나 임신설을 뿌려댄다. 이 와중에 동생 제이미 린 스피어스는 10대의 나이에 임신을 했고, 아버지 제이미 스피어스는 옆에서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으며, 어머니 린 스피어스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곁을 떠났다. 지금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빌보드의 수많은 기록을 갈아치운 톱스타이면서, 동시에 아주 만만한 스타다. 누구도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파파라치로부터 막아주지도, 그에게 도움이 될 조언을 하지도 않는다.

  결혼과 함께 시작된 언론의 브리트니 죽이기  

그러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파파라치의 먹이가 된 것은 단지 그의 지금 상태 때문만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미디어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지금의 상태로 몰고 갔다. 그들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케빈 페더라인과 결혼한 지 1개월이 채 안 된 시점부터 불화설을 보도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이들을 막지 못했다. 그것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팝 스타인 동시에 어린 시절부터 미국인들의 ‘가십걸’로 키워졌기 때문이다. 12살에 디즈니의 어린이 프로그램 에 출연한 뒤, 그는 계속 미국인의 관심을 받았고, 스타가 되기 위한 트레이닝을 받았으며, 대중은 그를 인간이기 이전에 한 명의 캐릭터로 받아들였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Baby one more time’에서 스쿨걸 룩을 입고 학교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10대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 뒤 ‘Oops I did it again’에서 조금 더 성숙한 이미지를 가미했고, ‘I’m slave 4U‘에서 말 그대로 ‘성인식’을 선언하며 미국에서 가장 섹시한 여자가 됐다. 소녀가 멋지게 섹시한 여자로 변신하는 과정은 평범한 10대 소녀가 따라하고 싶은 모습이자, 그녀의 노래 그대로 ‘I’m not a girl, not yet a woman‘인 상태의 소녀에 대한 미국인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했다. 그것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실제 사생활로 확장됐다. 미디어는 그가 ‘처녀’인지 아닌지에 관심을 쏟으면서도, 그의 섹시한 사진을 싣기 위해 혈안이 됐다. 콘텐츠의 이미지가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그 과정을 통해 스타는 자신을 대중에게 각인 시킨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10대 초반부터 그 생활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그리고 주변에는 그의 유명세와 함께 스타가 된 여동생이나 자신이 번 돈으로 인생이 바뀐 부모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사생활과 스타의 이미지 메이킹의 경계에 대해 배우지 못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케빈 페더라인의 결혼은 그나마 분리 돼 있던 연예인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자연인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가십 잡지들은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환상적인 섹시 스타 대신 별 볼일 없는 남자와 결혼한 할리우드의 문제아 취급하기 시작했고, 그가 아이 앞에서 담배를 피는 모습이 잡히자 그를 엄마 자격도 없는 여자 취급 했다. 물론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케빈 페더라인의 관계는 문제가 있었고, 그가 두 아이를 기를 수 있을 만큼 준비된 여성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나이는 20대 중반이었다. 충분히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그것을 극복할 수도 있는 시기였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가십 잡지들은 단 1분도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들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출산 후 체중이 불자 그의 허벅지에 튼 살을 확대하며 ‘가수 복귀 위기’라는 딱지를 붙였고, 케빈 페더라인과의 불화는 작은 것이라도 이혼 위기로 포장했다. 팝의 여왕이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아니라 아내 덕에 음반 취입이나 하려는 남자와 결혼한 그 순간부터 미디어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방탕한 사생활을 가진 여자 취급했고,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몰락의 시나리오를 써주기 시작했다.

  왜 미디어를 이용하지 않느냐고 물으신다면

 

브리트니는 새로 내는 음반마다 이전의 자신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준 ‘뮤지션’이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불과 2년여 만에 가장 섹시한 여성에서 가장 만만한 여자가 된 것은 2000년대 이후 할리우드의 가십 산업이 여성 스타를 착취한 가장 대표적인 예다. 니콜 키드먼 같은 여신부터 패리스 힐튼 같은 문제아에 이르기까지, 할리우드의 스타들은 매일 1~2kg의 체중 변화에 따라 ‘다이어트’와 ‘비만위험’ 사이를 오가고, 그들의 몸매 관리 과정은 같은 리얼리티 쇼처럼 가십 잡지에 중계되며, 매일 ‘베스트 드레서’와 ‘워스트 드레서’로 나누어진다. 그런 스타들 사이에서 섹시 스타이면서도 자기 관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지난 몇 년간의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최고의 상품이었다. 결혼 후 체중이 늘어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몸매는 ‘스타답지 않은’ 그의 방탕한 사생활의 증거처럼 여겨졌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브리트니 스피어스에 대한 할리우드 가십 잡지들의 반응은 마치 창녀를 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잘 나갈 때는 모두 그에게 접근하려고 했지만, 그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자 ‘헤픈 여자’, ‘정신 나간 여자’ 취급을 한다. 최근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파파라치 사이의 원나잇 스탠드 루머가 돌고, 파파라치를 새 남자친구로 사귀게 된 것은 지독한 아이러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기생하던 파파라치가 지금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선택할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남자가 됐고, 가십 잡지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파파라치 남자친구가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이용한 뒤 버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물론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왜 패리스 힐튼 처럼 미디어를 이용하지 못하느냐고. 하지만, 패리스 힐튼이 지금 패리스 힐튼일 수 있는 것은 그의 뒤에 막대한 재산과 힐튼 가문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애초에 이미지에 따라 좌우되는 스타일뿐만 아니라, 단 한 순간도 음악을 놓은 적이 없는 ‘뮤지션’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에서 자신에게 10대 스타의 이미지를 부여한 프로듀서 맥스 마틴 대신 당시 전세계 팝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던 넵튠스를 프로듀서로 선택해 ‘I’m slave 4U’로 놀랄만한 변신을 이뤄냈다. 에서는 섹시 이미지 대신 정장을 입고 마돈나와 ‘Me against the music’을 함께 부르며 음악과 퍼포먼스 모두 자신의 과거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모습을 제시했고, ‘Toxic’은 전세계 댄스 음악의 트렌드를 바꿨다.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에 낸 은 영국 온라인에서 선정한 2007년의 10대 음반 중 하나였다. 미디어가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star’로 만들건 ‘freak’으로 만들건,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본질은 음악이었다. 그러나 그가 을 내놓고 복귀 했을 때 가십 매체들의 첫 반응은 “살이 덜 빠졌다”는 것이었다.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지 않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12살부터 사생활이 없던 그녀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진심어린 조언.

 

미디어가 스타의 사생활을 리얼리티 쇼처럼 재구성하고, 그 사람의 콘텐츠보다 시스루 패션 사진 한 장에 난리가 나는 이 ‘freak show’(의 수록곡 제목)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완전히 자본과 비즈니스의 논리로 돌아가는 2000년대의 산물이다. 1990년대만 해도 뮤지션은 뮤지션과 스타의 위치 사이에서 갈등할 수 있었고, 뮤직 비즈니스의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려 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는 뮤지션이든, 영화배우든 재벌가의 딸이든 스타가 돼야 하고,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미디어에 자신의 삶을 드러내야 한다. 할리우드의 신인 스타들은 연기뿐만 아니라 파파라치 앞에서 행동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범죄는 내가 마치 100% 즐기고 있다는 것처럼 행동하며 모두에게 돈을 뜯어낸 것”이라며 뮤직 비즈니스에 대한 괴로움을 호소하고 자살했지만,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미디어가 먼저 자살 기도설을 퍼뜨린다.

신자유주의 시대와 함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재능 있는 어린 아이들을 짜임새 있는 트레이닝을 통해 최고의 엔터테이너로 키우는 것을 이상적인 목표로 삼았다.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을 스스로 컨트롤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적절한 조언이 따르면 그들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가능성을 얻을 수 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비욘세는 20대에 이미 더 이상 올라설 곳이 없을 것 같은 위치에 도달했다. 그러나 한 개인의 삶을 스타에 맞추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극단적인 효율성은 불안한 영혼을 가진 재능 있는 뮤지션에게 정형화된 스타의 로드맵을 강요하고, 어린 시절부터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바빴던 20대의 스타에게 어떤 절실한 조언도 해주지 않는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모든 것이 가능한 대신 그들의 사생활마저 쇼로 소화하려는 이 미친 시대의 희생양이다. 12살에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모든 사생활이 흥밋거리가 되고, 이제는 전 세계인에게 미친 여자 취급당하는 인생. 영화 의 트루먼은 그가 살던 가짜 세상의 문을 열고 진짜 세계로 나왔다. 그러나 할리우드에서 벌어지는 이 의 주인공은 열고 나갈 문도 없다. 지금, 그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건 누구일까.

 

 

출처: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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