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어난 왼손 선발투수를 보유하기란 쉽지 않다. 프로야구 역대 최다승 송진우(한화)나 '투수 트리플크라운' 류현진(한화) 등 최고의 좌완투수들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준급의 왼손 선발투수는 많지 않다. 지난해 두 자릿수 이상 거둔 투수 12명 가운데 좌완투수는 류현진과 세드릭(한화), 단 2명 뿐이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아깝게 무릎을 꿇었던 두산 베어스는 특히 극심한 좌완투수 가뭄에 시달렸다. 지난 해 1승 이상 거둔 투수 가운데 좌완투수는 중간계투요원 금민철, 단 1명이었고 그나마도 1승 뿐이었다. 2006년까지는 이혜천이 제 몫을 해냈지만 부상과 군입대로 인해 2007년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2008년에는 확 달라질 전망이다. 좌완투수 부재로 속을 썩였던 두산이 이번 시즌에는 '좌완 군단'으로의 변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중심에는 '돌아온 에이스' 개리 레스(35)가 있다. 3년만에 한국 무대로 다시 돌아온 레스는 2001, 2002, 2004년 등 3년 동안 한국프로야구에서 활약하며 40승25패를 기록했을 만큼 충분히 검증된 투수다. 특히 2004년에는 17승으로 다승왕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시즌 대만리그에서 12승을 거두며 건재함을 과시했던 레스는 친정 두산으로 돌아온 뒤 "부상없이 한 시즌을 건강하게 뛰면서 200이닝 이상 던지겠다"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여기에 '파이어볼러' 이혜천(29)의 복귀는 두산 입장에서 큰 힘이 된다. 두산은 지난 시즌 이혜천이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마운드 운영에 크게 애를 먹었다. 특히 이혜천은 선발과 구원투수 모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팀공헌도가 다른 선수를 능가한다. 데뷔 후 주로 중간계투로 나섰던 이혜천은 2006년 선발로 변신해 8승6패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한 바 있다.
레스, 이혜천과 함께 두산 선발진의 좌완돌풍을 이끌 마지막 키맨은 바로 신인 진야곱(19). 두산에 1차지명을 받은 뒤 계약금 2억원을 받고 입단한 진야곱은 특히 지난 해 세계 청소년야구대회에서 무려 154km의 광속구를 던져 크게 주목을 받았다.
아직 신인인 만큼 두산의 선발진에서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워낙 공이빠르고 구위가 뛰어나다보니 선발투수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에서 주축 선발 5인로테이션 가운데 3명이 왼손투수로 구축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한화가 류현진-세드릭-송진우로 이어지는 좌완 선발진을 완성하는 듯 했지만 송진우가 부상 후유증으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선발진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류현진-세드릭에 만족해야 했다.
희귀한 좌완 선발투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팀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에는 각 팀의 중심타자들이 대부분 좌타자로 구성돼있다는 점에서 좌완 선발투수의 위력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고 상대팀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설 전망이다.
리오스가 떠난 공백이 여전히 커보이기는 하지만 좌완 선발 3인방의 구축으로 2007년 끝내 못이룬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꿈은 다시 영글어가고 있다.
[2008년 두산 선발마운드를 이끌 왼손 3인방 레스, 이혜천, 진야곱(왼쪽부터). 사진=두산 베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