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극장’ 또는 ‘세상에 이런 일이’는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티비 프로그램이다. ‘인간극장’은 우리의 이웃들을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종종 아닌 경우도있지만) 우리와 다르면서도 같은 그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그런가하면 ‘세상에 이런 일이’는 우리의 이웃이면서도 우리와는 조금 다른 모습 혹은 다른 능력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들이 가진 속내를 간간히 짚어주며 그들과 우리가 다르지 않음을 또한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두 프로그램 모두 다름이 실제는 다름이 아니었음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들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나 할까.
이 영화 는 ‘인간극장’과 ‘세상에 이런 일이’가 적당히 섞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로 정점을 찍은 듯한 페이크 다큐의 소박한 버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는 과도하게 우리들을 계몽하려 한다는 점이다. 물론 보다 완결된 서사 구조를 가져야 하고, 메시지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영화적 요구가 있기야 했겠지만 너무 요란스럽다.
90년대 PC 통신에 연재한 글들로 명성을 날렸던 유일한이라는 소설가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영화는 그러나 의 감독 장윤철의 각색과 각본의 과정을 거치면서 류의 감동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린 듯하다. 그래서인지 감독은 영화 속의 ‘슈퍼맨’이 정말 존재한다는 사실을 (소설가가 정말 존재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을 쓴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끊임없이 강조한다.
“남을 도와주지 않으면 남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조금은 도를 넘어선 감이 없지 않다. 사고로 전복된 자동차와 그 곳에 깔린 경찰관을 보면서도 꿈쩍하지 않는 구경꾼 시민들(나중에 엉뚱하게 슈퍼맨의 하와이인 남방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나타나서 돕기는 하지만), 불에 타고 있는 건물과 그곳에서 창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도 약간 동요하고 안타까와할 뿐인 시민들을 샅샅히 훑어나가는 것은 아무래도 억지스럽다.
게다가 감정의 곡선을 느릿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높게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지 불타는 건물과 그 안의 아이를 앞에 두고 벌어지는 슈퍼맨과 PD 사이의 기나긴 설전과 눈빛으로 이루어지는 소통은 지루하다 못해 짜증이 일어날 정도였다. (혹시 이 짜증을 노린 것은 아니겠지... 사실 감독도 이러한 느낌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는지 시사회 이후 어느 정도의 편집을 가했다고 하는데...)
계몽을 하고 있다고 너무 뻔하게 드러내는 작품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 취향 탓일 수도 있겠으나, 18세기에나 통했을 법한 계몽주의를 설파하는 작품이 여간 마땅치 않다. 감독 자신이 스스로 밝히고 있듯 3개월이라는 (김기덕도 아니고...) 짧은 촬영기간과 그에 못지 않은 짧은 편집기간이 어쩌면 독이 되었을 수도 있겠으나, 이미 영화가 개봉 된 이후에 그건 변명에 불과하겠다.
스토리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을 무시한 일방통행 식의 이야기 진행도, 우리들 모두가 영웅일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 듯한데도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수퍼맨만을 영웅으로 만드는 과도한 편집의 오버, 슈퍼맨을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의 부족한 입체감, 생활 속 영웅과 환경 영웅의 갑작스러운 결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총체적인 부실로 이어진 영화를 보는 일은 씁쓸하다. 기획은 참 좋았을 법한데 말이다.
ps. 그건 그렇고 영화 속의 슈퍼맨 이야기가 실화인지 아닌지는 인터넷을 뒤져도 알 수가 없다. 영화를 만든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궁금하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