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의 마지막을 쉽게 놓아 주지 않으려는 듯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매서운 바람이
한겨울 못지않게 불어오고, 꽁꽁언 두 두손을 녹이기 위해 연신 입김을 내어 본다. 따뜻한 국물
한모금으로 몸을 녹여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필자는 겨울이면 이빨도 얼려버릴 듯한 차가운
냉면을 즐기기 위해 냉면집으로 향하곤 한다. 이열치열이라고 더울 때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것
처럼 겨울에도 차가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만의 철학이다.
냉면은 여름에만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하지만 이곳 냉면 가게에는 어찌된 이유인지
겨울인데도 앉을 자리가 없다. 물론 냉면집이니 냉면을 판매한다. 궁금한가? 지금부터
그 이유를 한번 파헤쳐 본다.
장충동 평양냉면
하늘 위로 족히 50M는 높게 뻗어 있는 건물에서 눈길을 주목할 수 있다. 족발로 유명한 장충동
거리에서 족발보다 더 유명한 이곳. 평양면옥. 말그대로 삼대를 이어온 맛이라고 하는데 그 소문 때문인지 언제든지 문전성시를 이룬다. 서울시내에서 냉면으로 유명한 곳이 많이 있지만 필자는 이곳 평양냉면과 우래옥을 추천한다. 냉면의 특성상 오랜 시간 이어져 내려온 육수의 맛과 쫄깃 한 면발의 조화는 단기간에 이루어 낼 수 없는 맛이기 때문이다. 냉면. 흔히 듣는 말이긴 하지만 정말 대단한 음식이다. 차가운 육수에 면을 말아 먹는 조리법은 전세계 어느 요리를 보아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그만큼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맛이 깃들여져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좋은 아이템을 좀더 한국적이면서 현대화된 아이템(외국 사람의 입맛에도 거리낌 없는 맛)으로 개발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이다.차가운 겨울인지라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숭늉울 내어 준다. 그리고 곁들임 김치. 거창한 음식이 아닌 냉면이기에 주연을 위해 조연은 단지 김치만으로 충분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손님의 절반은 물냉면을 먹고 있고, 절반은 비빔 냉면을 먹고 있다. 갈등의 순간이다. 하지만, 평안도식 오리지널 육수를 맛보기 위해 당연히 물냉면을 주문하였다. 주문을 받고 바로 면을 삶는듯. 분주한 주방의 모습이 보인다. 손님이 가게안을 꽉 채우고 있지만 미리 준비해 놓는 것 없이 메뉴가 들어오면 그때마다 바로 음식을 조리해 주는 것. 가장 기본적인 부분부터 맛의 비결을 지켜나가고 있었다. 묽은 육수에 편육 몇조각,오이피클, 무김치 그리고 삶은 계란이 얹어진 냉면이 도착하였다. 눈으로 보기에는 일단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 잘 저어준뒤 후루룩 소리 를 내며 한입 가득 머금는다. 약간 짭짤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육수, 그리고 생각보다 조금 찰기가 떨어지는 면발. 하지만 이상하게도 젓가락은 쉴새 없이 움직인다. 이상한 마법이라도 걸린 듯 한그릇의 냉면을 먹는데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평양 냉면에는 주연은 없다. 단지 그 내용 에 충실한 조연들이 합쳐져 하나의 완벽한 냉면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메밀로 만든 면발,
단백하면서 약간 짠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평안도식 육수, 그리고 고명들. 오묘한 맛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이다. 코끝까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이겨울의 마지막 가슴을 쓸어내리는 차가운 평양냉면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위치: 장충동 1가 26-14 장충동 족발거리에서 동대문 방향 연락처: 02) 2267-7784 가격 : 물냉면 8000원, 비빔냉면, 어복쟁반 등 제공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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