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대학살 (아이리스 장 지음)
제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중국 난징(南京)을 침공하여 저지른
참혹한 학살을 기록한 책. 이번 봄학기 동안 난징으로 교환학생
파견 가기 때문에 미리 중국 공부를 하고자 빌려보았다.
이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20세기 초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을
고발하느라 쉴 틈이 없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기껏
200~300쪽짜리 책 한 권 쓴다고 해서 당시 실상을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난징대학살은 처참함과 공포 그 자체였다. 잔인, 살육,
극악무도함, 분노, 울분 등 그 어떤 단어를 모두 쓴다해도 난징
대학살의 실상과 분위기를 다 전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어떤 설명과
자료, 꼼꼼하게 적은 기록을 읽는 순간에도 나는 그 당시의 상황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단지 글을 읽는 것 뿐인데도 나의 눈은
찌푸려지고 속은 미식거렸다. 책의 중간에 삽입된 자료사진을
보면서는 그저 할 말을 잃었다. 과연, 이 모든 일들이 불과 100년도
전에 일어났던 일이란 말인가. 그리고 2주 후, 정말 나는 이 때
희생된 수십만 중국인의 피가 여전히 흐르고 있을 것 같은
도시, 난징으로 간단 말인가.
저자는 난징대학살이 일어나기 전의 일본과 중국의 역사적 정황
부터 살피며 이 사건이 발생한 배경을 찾으려 노력하였다. 모든
것은 가정에서 출발하고 저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개입된 것이
사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난징대학살의 겉모습 뿐 아니라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된 여러 상황을 충분히 가늠케 했다.
또한 다양한 자료 등을 통해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생생히
전하고, 매우 다양하게 전개된 일본군의 만행 역시 차분하면서도
조목조목 기록하여 난징대학살이 어느 정도의 비극이었는지
전하고자 애썼다. 저자 아이리스 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일본의
두 번째 대학살은 이러한 과거 기록을 은폐하고 조직적으로
없애려는 움직임이라 지적하며 우리가 진정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난징대학살 문제를 정리하고 넘어가야 함을
역설한다. 이 책이 출판된지도 몇 년이 흐른 요즘, 여전히 복잡하고
아리송한 국제정세를 생각하며 기분이 착잡해진다.
개인적으로 반성한 것은, 나 역시 난징대학살에 대한 지식이
매우 포괄적이고 단순했을 뿐, 그것이 어느 정도 끔찍한 것이었고
중국인들에게 어떤 상처로 남아있는 것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저 내게는 우리나라가 36년간 일제강점기를 보내며
겪은 고난과 피해의 역사만이 자리잡고 있을 뿐이었다. 불과 바로
옆나라에서 벌어진, 하지만 세계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이 엄청난
피의 대학살을 이제껏 단순한 사건으로 치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난징의 중국 사람들이 겪은 일은 약 6주간의 짧은 시간동안
집중적으로 일어났던 까닭에 더욱 큰 충격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일본군이 2달도 안되는 기간에 죽인 중국인 수가 대략 30~40
만명. 과연 그들은 중국인들에게 어떤 짓을 한 것인가. 70 여년
전의 일이 마치 어제 일어난 일인 듯 다가왔다.
작가의 지적처럼 더 큰 문제는 이런 난징대학살에 대한 교육
자체가 부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유대인 학살이나 미국의
일본 원자폭탄 투하 등 난징대학살에 비하면 '깜도 안되는' 사건은
우리 모두가 역사 시간에 배운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잔혹하고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 난징대학살 부분은 다루어지지 않거나
혹은 잘못 교육되거나 아주 짧게 소개될 뿐이다. 그나마 우리는
같은 동양 사람이기에 관심을 갖지만, 서양인들은 아예 관심이
없고 지식도 없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냉전시대 도래로 인한
당시의 국제정세가 일본의 전범들을 올바로 처벌하지 못한채
눈감아준 것이 뼈아픈 일이었다. 결국 지금의 일본 모습은 어떤가.
한국이나 중국이 아무리 길길이 뛰어대도 정부 관료의 망언은
그치지 않고 있다. 신보수주의 물결이 나라를 덮쳐 그들의 행동은
여전히 오만불손한 경우가 많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피해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은 중국만의 숙제도 아니요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용기를 내어 처리해야 할 일이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난징대학살'을 쳐 보자. 자료사진을 보고
기록된 글을 찾아 읽어보자. 무조건 일본은 나쁜 놈, 중국은 착한
놈으로 보지 말자. 그 이면에 감춰진 우리 인간들의 비극과 원인을
생각해 보자.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서는 어떻게 해야만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 난징대학살에 대한 기록은
너무나 처절하지만 그러하기에 꼭 알아두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