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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앞서 다가오는, 전경린표 문장이 주는 위로... <엄마의 집>

백혁현 |2008.02.16 12:53
조회 46 |추천 0


 

  전경린은 언제나 이야기보다 문장으로 먼저 다가온다. 전경린에게는 소설 속 주인공이 ‘산을 타고 올라가는 가르마처럼 흰 한 줄기 오솔길’을 바라볼 때 우리들 또한 저 멀리 가르마처럼 산을 향하여 하얗게 뻗은 하나의 오솔길을 놓치지 않게 만드는 비범한 재주가 있다. 그러니 항상 읽고 나면 입이 텁텁해지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전경린을 향한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개점휴업 중인 신경숙이나 찰기가 빠진 듯한 은희경이 아쉽다...)

 

  여성의 성을 향하여 한 발 성큼 내딛었던 전경린이 이번 소설에서는 조심스레 한 발 물러선 느낌이다. 전경린은 대신 여성을 정점으로 하는 가족, 그리고 정점으로서의 여성이 가질법한 사회경제적 욕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렇게 소설은 홀로서기에 성공한 듯 보이는 한 여성 혹은 엄마, 그리고 그 여성을 지근거리에서 관찰하는 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린 딸을 두고 남편과 이혼한 엄마 윤진, 그리고 뒤이어 딸을 홀로 남겨두고 훌쩍 떠나버린 엄마, 딸을 잊을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의 등장, 그리고 딸의 상경과 조금은 어설픈 재결합으로 이어지는 엄마의 삶... 그런가하면 홀로 남겨져 외할머니 밑에서 자란 딸, 가끔 들르는 엄마와의 간절함과 이어지는 이별, 상경 이후 발견되는 엄마의 남자의 흔적, 그리고 바이 섹슈얼조차 이해받을 수 있는 딸로서의 삶...

 

  그렇게 계속해서 엇갈려왔고 이제 겨우 접점을 찾은 듯한 이들의 삶에 이제는 전남편이 함께 했던 여자의 딸인 승지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이 시작된다. 일상에 대한 책임감 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대한 책임감으로 뭉쳐진 전남편을 향한 엄마의 애증, 또는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며 이제는 자신의 새로운 가족 마저도 훌쩍 떠넘기는 듯한 아버지를 향한 딸의 애증은 비슷하지만 다른 영양분을 받아 따로 또 같이 자라나는 것만 같다.

 

  “... 테마를 간략히 정리하면 386세대를 부모로 둔 현재 스무 살의 세대성과, 이혼을 하고 다시 싱글로 살아가는 엄마의 여성적 삶, 그리고 흩어진 가족들이 나누는 서걱이는 애정의 풍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소설 말미에 따라붙은 작가의 말에서 (알아서) 정리하고 있는 것처럼 소설은 비슷한 삶의 시기를 공유한 내게 그리 무감하지 않다. (그래봐야 그 ‘세대성’이라는 항목에 한정해서이지만) 그래서 소설 속의 엄마가 “혼자 있는 사람이 외롭다는 건,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오해야... 사람은 자신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없어서 외로운 거야.” 라고 말할 때 흔쾌히 동조한다.

 

  “... 사랑은 이상한 거야. 사랑을 하면 할수록, 우린 사랑하는 사람보다, 우리가 사랑해야 할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되거든...” 이라는 식으로 간간히 등장하는 전경린의 시시껄렁한 아포리즘도 오랜만이라 반갑고,

 

  “... 나는 항상 입가에는 미소를 짓고 일곱 번씩 시식을 하는 손님에게도 한결같은 태도로 친절한 서비스를 해 손님들로부터 경외의 시선을 받았었다. 아이스크림콘을 발등에 떨어뜨렸던 손님은 나의 서비스에 거의 경악의 표정을 지었었다. 나는 쏜살처럼 손님에게 달려가 외쳤던 것이다. 손님,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물론 아이스크림콘에 발등을 찍히는 손님은 한번도 없었다.” 라는 어설픈 전경린의 유머도 싫지 않다.

 

  가끔은 이렇게 위로받아도 좋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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