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규슈로 이어지는 서쪽 지방인 주고쿠(中國)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아직까지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여행지이다. 다이센의 산 그림자 아래에 그림처럼 서 있는 산인(山陰) 지방의 돗토리현과 시마네현도 마찬가지다.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일본 가이드북에서조차 외면 받아온 이들은 놀랍게도 인천공항에서 1시간20분이면 닿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가 풍부해 눈과 입은 물론 온몸이 흥겨운 돗토리와 시마네. 이들이 선보이는 5色 매력 속에 빠져 보자.
“3시간이면 OK” 돗토리와 시마네처럼 가까운 해외 여행지가 또 있을까.
인천공항과 요나고공항은 1시간20분 거리다. 국내 여행으로 따지자면 퇴근 시간대에 서울 톨게이트를 갓 빠져 나온 정도. 출입국 시간을 따져도 그렇다. 1시간20분도 길다고 생각했는지 요나고공항에서는 출입국관리소 직원을 한국으로 직접 파견, 게이트에 대기하고 있는 승객들을 상대로 출입국 심사를 한다. 미리 출입국 심사를 받은 이들은 요나고공항에서 간단한 확인 절차만으로 통과가 가능하니 이래저래 따져도 3시간이면 돗토리현 요나고시의 땅을 밟게 되는 셈이다. 인천에서 요나고까지는 화, 금, 일요일, 주 3회 아시아나항공이 운항된다. 12:30 출발.
중국식 황실 정원 엔초엔
돗토리현의 도고코 호반에는 작은 중국이 자리하고 있다. 이름하여 ‘엔초엔(燕趙園)’.
돗토리현과 중국 허베이성의 우호 교류로 지어진 중국의 황실 정원인 이곳에서는 가장 중국다운 중국을 만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설계에서 가공까지 엔초엔의 건설은 모두 중국에서 맡았다. 중국 땅에서 정원을 지어 임시 조립한 후 해체해 일본으로 운반, 중국인 기술자의 지도 아래 다시 건설한 것이다.
입구인 엔초몬과 에이헤키를 지나면 본격적인 엔초엔 여정이 시작된다.
눈앞에 하늘 호수인 덴코(天湖)가 펼쳐지고 나나호시하시(七星橋), 하운바쿠(飛雲瀑), 덴치산(天池山) 등이 덴코 주변을 꾸민다.
걸어서 20분 정도면 돌아볼 수 있는 작은 규모지만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풍경들이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엔초엔을 돌아보는 데에는 1시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하운바쿠와 덴치산에 숨어 있다. 물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덴코를 향해 여행자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시간을 맞춰 간다면 중국 전통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도 있다. 묘기에 가까운 공연은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한다. 그 밖에 정원 내에는 각종 레스토랑과 기념품점 등이 자리잡고 있다.
찾아가기: JR 마쓰자키 역에서 걸어서 10분. JR 구라요시 역에서 도고 온천행 버스를 타고 히키지 하차. 30분 소요 이용요금어른 500엔, 청소년 200엔 관람시간 09:00~17:00, 09:30, 13:30, 15:00에 무료 중국 전통 공연 문의 0858-32-2180
다이센과 어우러진 플라워 파크 돗토리 하나카이로
돗토리현의 후지산이라 불리는 다이센 기슭에는 일본 최대의 플라워 파크인 ‘돗토리 하나카이로(とっとり花回廊)’가 있다. 다이센 봉우리에 흰 눈이 덮이는 시기에도 꽃을 피워내는 하나카이로에서는 계절을 뛰어넘는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카이로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100종 이상, 10만 그루에 나리가 한꺼번에 피어나는 5~8월. 전세계에서 확인된 나리꽃의 절반 가까이가 이곳에서 피어난다.
꽃의 언덕에 무리 지어 피어나는 봄의 튤립과 가을의 샐비어도 놓치기가 아쉽다. 겨울이라면 플라워 돔으로 발길을 옮기자. 난과 부겐빌리아 등 여러 종류의 꽃들이 오색의 향연을 펼친다.
하나카이로를 모두 돌아보려면 2~3시간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테마가 있는 정원들이 곳곳에 자리해 입구에서 나눠주는 꽃 지도 팸플릿은 반드시 챙기는 게 좋다. 체력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무료로 운행하는 트램을 이용하면 된다. 플라워 돔을 중앙에 두고 빙 둘러친 전망대는 다이센과 어우러진 하나카이로의 모습을 한눈에 담기에 그만이다.
찾아가기 JR 요나고 역에서 무료 셔틀버스 이용. 약 25분 소요 이용요금 4~11월 어른 1,000엔, 청소년 500엔, 12~3월 어른 700엔, 청소년 350엔 관람시간 4~11월 09:00~17:00, 12~3월 09:00~16:30 문의 0859-48-3030
정원은 또 하나의 작품 아다치 미술관
‘정원 또한 한 폭의 그림이다’. ‘아다치 미술관(足立美術館)’의 설립자인 아다치 젠코는 미술 작품과 더불어 정원 또한 한 폭의 그림이라 생각, 미술관 전체를 정원으로 꾸몄다. 그리고 아다치 미술관을 찾은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정원 또한 한 폭의 그림일 될 수 있다고.
아디치 미술관에서는 일본의 유명 근대 화가인 요코야마 다이칸의 작품을 비롯해 가와이 간지로, 기타오지 로산진 등 유명 도예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더불어 대를 이어 여러 사람들의 손길로 다듬어진 정원 또한 작품으로 만나게 된다. 작품으로 분류되는 이곳의 정원은 다른 미술품들과 마찬가지로 만질 수는 없고 눈으로만 즐겨야 한다.
미술과 정원이라는 작품이 이뤄내는 조화는 환상에 가깝다. 테마를 달리하며 전시품을 바꾸는 것처럼 1만3,000평에 달하는 이곳 정원은 봄의 영산백, 여름의 신록,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등으로 사시사철 하루가 다르게 제 모습을 바꾼다. 미국의 정원 잡지인 은 아디치 미술관을 5년 연속 1위의 정원으로 뽑았다.
미술관 내에는 다실인 주류안, 주라쿠안을 비롯해 커피숍인 다이칸, 미도리 등이 자리했다. 정원 속에 정원의 일부인 듯 놓인 다실과 통유리를 통해 정원을 즐길 수 있도록 꾸민 커피숍에서는 차나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찾아가기 JR 야스기 역 1일 8회, JR 요나고 역, 요나고 공항, 다마쓰쿠리 온천에서 1일 1회 무료 셔틀버스 운행 이용요금 외국인 50% 할인 1,100엔 관람시간 4~9월 09:00~17:30, 10~3월 09:00~17:00 문의 0854-28-7111
전통 먹거리와 함께 즐기는 정원 유시엔
‘유시엔(由志園)’ 입구에는 한국인이라면 한번은 돌아보게 되는 특별한 문구가 적혀 있다. ‘고려 인삼 마을’. 일본 땅에 고려 인삼이라니? 의문이 들지만, 맞다. 유시엔이 자리한 마을은 한국에서 고려 인삼의 씨앗을 가져와 재배한 마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의 고려 인삼은 대만과 홍콩은 물론 한국에도 수출할 정도로 유명하다.
유시엔은 정원과 먹거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마을의 전통 그대로 정원 내에는 고려 인삼으로 만든 먹거리가 많다. 차와 음료는 기본, 6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3개의 식당에서는 고려 인삼을 이용한 건강식을 판매한다. 먹거리도 먹거리지만 핵심은 정원이다.
통유리 너머로 시원스레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며 특별한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쇼부(菖蒲)’로 향한다. 쇼부의 메인 메뉴는 마쓰에의 전통 국밥식 요리인 ‘다이시구레’. 계란 흰자와 노른자, 갈아 놓은 무, 와사비 등을 밥과 육수에 말아 먹는 다이시구레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다.
유시엔은 가도와끼라는 일본인이 다이센이 해저 폭발을 하며 생성된 작은 섬 위에 8년에 걸쳐 만든 일본식 츠끼야마풍의 정원이다. 1975년 4월에 완공됐으니 30년도 넘게 가꾸고 또 가꿨다. 꽃과 나무, 폭포와 계곡 등이 조화를 이룬 정원에서는 그 정성이 그대로 보여진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365일 꽃이 지지 않는 모란관이다. 일주일마다 새로이 모란을 심는다니 꽃의 향연이 시들 틈이 없다.
※ 찾아가기 JR 마쓰에 역에서 시영 버스로 40분 소요. 아쓰카추오에 하차해 걸어서 5분 이용요금 외국인 50% 할인 300엔 관람시간 08:30~17:30 문의 0852-76-2255
꽃과 새의 천국 마쓰에 포겔 파크
‘마쓰에 포겔 파크(松江フォ─ゲルパ─ク, 花鳥園)’는 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드러낸다. 영화 에서 봤던 흰 부엉이 등 진귀한 부엉이들을 전시해 시선을 사로잡는 것. 이는 시작일 뿐이다. 실내에 들어서면 천장에 매달린 오색찬란한 꽃들로 정신이 없을 정도다. 저렇게 화려한 꽃들이 설마 생화일까 여겨져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꽃을 만져 본다. 결과는 말할 필요도 없다.
마쓰에 포겔 파크의 실내 정원은 20도 전후의 온도를 일 년 내내 유지한다. 장미, 수령초 등 온갖 꽃들을 사시사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볼거리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140m에 이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 보자. 4~5분이면 신지코가 발 아래로 펼쳐지는 전망대에 닿는다. 전망대에서 정원까지는 내려올 때에는 잘 가꿔진 산책로를 이용한다. 중간중간 각종 새들이 등장해 산책을 즐겁게 한다. 여러 새들 중 시선을 끄는 놈은 ‘곤니치와’를 외쳐대는 앵무새. 단, 지나친 관심은 삼가는 게 좋다. 고고하게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여겨질 때만 ‘곤니치와’를 외친다. 부엉이와 매, 펭귄, 펠리컨이 펼치는 쇼는 남녀노소 불구하고 열광적으로 좋아한다. 공연을 보려면 시간에 맞춰 찾는 게 좋다.
※ 찾아가기 JR 마쓰에 역에서 택시로 25분 가량. 이치바타전차 마쓰에 포겔 파크 역에서 걸어서 1분 이용요금 외국인 30% 할인 1,050엔 관람시간 4~9월 09:00~18:30, 10~3월 09:00~17:00 공연시간 부엉이 11:00, 15:00, 매 13:30, 펭귄 10:30, 14:00, 펠리컨 10:45, 14:30 문의 0852-88-9800
출처: 트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