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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아, 이렇게 이별이구나.

전정희 |2008.02.22 21:24
조회 83 |추천 2


- 잘 지냈어? 

- 응

- 좋아보이네 

- 응

 

그리고 잠시 어색함.

 

- 너도 좋아 보여.

- 어

- 별일 없고?

- 어

 

다시 어색함.

 

그리곤 여자가 발밑에 내려 놓았던 커다란 종이가방을

남자에게 건냈다.

말하자면 그 종이가방 속에 들어있는 인라인 스케이트가

오늘의 용건이었다.

 

- 참, 이거..

 

남자는 못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가방을 받아들며 말했다.

 

- 날도 덥고 무거운데 들고 오느라 고생했겠다.

 

여자는 설핏 웃음을 지었다.

날도 덥고 무거운데.. 그 말 때문에.

 

두어달 전.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인라인을 같이 타던 날.

남자가 여자의 집앞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서려고 했을 때

유난히 지쳐보이는 남자를 향해서 여자는 그렇게 말했다.

 

- 날도 덥고 무거운데 그냥 여기 놓고 가.

다음에 와서 가져가면 되잖아.

 

하지만 다음에 가져갈 틈도 없이 두 사람은 헤어져 버렸다.

어떻게 그렇게 앞날을 몰랐을까?

여자와 남자는 각각, 하지만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하며 마주 앉아 있다.

 

참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

하지만 용건은 이렇게 너무 빨리 끝나고 말았다.

아직 머그잔에 그득한 커피의 양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

다행히 남자가 하나의 용건을 더 생각해냈다.

가방을 요란스럽게 뒤지더니,

 

- 아, 이거 내 동생이 여행 갔다오면서 니꺼라고 사왔었는데..

내가 계속 잊어버려 가지고..

 

남자가 내민 것은 작은 향수 하나.

여자는 호들갑스러울만큼 기뻐하며 받아들었다.

 

- 향기 좋다. 정말 좋다. 꼭 고맙다고 전해줘.

 

그리곤 여자는 이내 말끝을 흐려했다.

유난히 남자친구의 여동생과 친했던 사이.

하지만 이젠 더이상 '내가 언제 밥 사준다고 전해줘.'라거나

'언제 같이 영화보러 가자고 전해줘.'라는 말 같은 건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헤어졌으므로.

 

아직은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잘 기억하는 두 사람.

하지만 이젠 아는 척을 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도 많아졌다.

 

오히려 친하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그렇다.

애인이라는 자격으로 소개받았던 그 사람의 친구와 가족.

애인이라 알게 되었던 그 사람의 사생활.

이젠 그런 부분에 함부로 끼어 들어서는 안된다.

 

니가 아니라 니가 속한 그 많은 것들로부터 내가 떨어져 나온다는 거.

 

아, 이렇게 이별이구나.

여자와 남자는 지금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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