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겉은 벌써 스물 일곱 살, 속은 아직도 일곱 살?
1982년 3월 27일, 지금은 철거되고 있는 서울 동대문야구장...
MBC 청룡 이종도가 터뜨린 극적인 끝내기 만루홈런과 함께 탄생한
한국프로야구가 이제 스물 일곱의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의 국토 규모와 경제 규모를 봤을 때
현재의 프로야구 외형은 다른 나라의 리그와도
결코 뒤지지 않는 선진적 리그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한국프로야구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도 많이 남아있다.
경기력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재정적 마케팅의 문제도 그것이다.
그 탓에 매번 "한국프로야구 위기론" 이 제기되곤 한다.
◆ 제 몸집 불리기도 어려운 최고 인기 스포츠
우리나라의 프로스포츠는 총 4개 종목이다.
1982년에 출범한 프로야구, 그 이듬해에 출범한 프로축구,
1997년에 출범한 프로농구(여자프로농구는 1998년)와
가장 최근인 2005년 출범한 프로배구까지...
출범 당시 100% 프로화 변화 후 탄생이 아닌
세미프로에서 프로화의 단계를 밟고 있는 배구를 제외하면
가장 팀 수가 적은 것은 야구다. (농구 10개 구단, 축구 14개 구단)
하지만, 리그 재정 규모와 관중 규모 등 내적 데이터의 양이
가장 방대한 리그 역시 야구다.
이건 분명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프로야구가 최초 출범했을 때는 6개 구단이었다.
그러다 1986년, 한화그룹이 충남, 충북지역을 연고로 하는
제7구단 빙그레이글스(現 한화이글스)를 창단했고,
1990년, 쌍방울그룹이 전북지역을 연고로 하는
제8구단 쌍방울레이더스(1999년 해체)를 창단하면서
현재의 8개구단 구도가 잡히게 되었다.
현재 14개의 팀으로 운영되고 있는 프로축구 K리그는
1983년 출범 당시 프로팀이 할렐루야와 유공, 단 두 개 뿐이었다.
하지만, 출범 당시 선풍적인 축구 열기에 편승하여
이듬해 대우, 현대, 금성사(現 LG) 등 재벌 기업들이
프로축구팀을 속속 창단하기 시작했고,
이후 일화, 삼성 등 신생팀의 창단으로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는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많은 규모인
14개의 구단(기업구단 9팀, 시민구단 4팀, 국군체육부대)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1990년 이후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축구는 신생팀의 거듭되는 창단으로 몸집을 불린 반면,
야구는 20년 가까이 신생팀이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하지만, 전체적 리그의 인기는 축구보다 야구가 더 나은 편이다.
관중 수입, 광고 수입도 야구가 월등히 앞선 편이다.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임에도 신생팀이 나오지 않는
"아이러니컬 스포츠" 한국프로야구의 현실...
과연 두 자릿수 프로야구단 시대의 도래는 꿈에 불과한 것일까?
◆ 현대유니콘스 사태와 신생팀 서울 우리히어로즈의 탄생
두 자릿수 프로야구단 시대의 꿈을 꾸는 와중에
프로야구는 제 몸의 한 부분을 뗄 수도 있었던
그야말로 중대한 위기가 찾아왔다.
20년동안 제 몸집 불리기에도 힘들어했던 프로야구가
잇따른 신생팀 창단 소식 등 낭보가 아닌
자금난으로 인한 팀 해체 소식 등 비보로 얼룩져
두 번씩이나 "7개구단 개최론" 의 위기 상황을 맞았던 것이다.
(다른 한 번은 지난 1999년 쌍방울 사태였다.
쌍방울은 결국 해체되었지만, SK그룹이 선수단 및 직원들을 인수,
새로운 팀으로 재창단했는데 그것이 지금의 SK와이번스이다.)
지난 12년간 신흥 명문으로 입지를 굳혔지만,
모기업인 하이닉스 반도체의 자금난과 지원 부족,
연고지 미정착으로 인한 흥행 실패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현대유니콘스가 결국 해체된 것이다.
물론 현대가 해체된 것은 인수자가 결정된 후의 일이었지만,
인수자가 나타나기까지의 전 과정이 프로야구 최대의 위기였다.
아마야구에서 큰 역할을 했던 농협이 인수 의사를 철회하고,
굴지의 조선업 회사인 STX와 국내 최대 통신기업 KT도
KBO의 허술한 협상력과 무책임한 입방정 탓에 인수를 철회했다.
400만 관중 시대를 10여년만에 다시 찾은 기쁨도 잠시였고
국내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던 프로야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기는 커녕
무정란을 낳는 몹쓸 닭 처지가 된 꼴이었다.
결국 수차례 협상 끝에 한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외국계 투자 자문기업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이하 센테니얼)가
현대의 옛 자리를 대신해 제8구단의 공백을 메우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인 셈이었다.
센테니얼은 해체된 현대 선수단을 새로운 팀으로 재창단하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 흑자구단 시대의 개막" 을 원칙으로 세우고
별도의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여
"센테니얼 ○○○" 이라는 구단 명칭 대신에
스폰서의 기업명을 구단의 간판으로 내세우는
파격적인 경영 전략을 내세웠다.
메인 스폰서 업체는 계약된 금액을 센테니얼 측에 납부를 하고
팀명 사용권, 유니폼 및 장비 광고권 등을 취득하는 것이
센테니얼이 채택한 새 구단의 경영방식이다.
SK그룹의 프로야구단이 SK와이번스이고,
삼성그룹의 프로야구단이 삼성라이온즈인 것처럼
보통 구단 소유 모기업의 이름으로 팀명을 꾸미는 것이 관례였지만,
센테니얼은 이 관례를 깬 첫 사례인 셈이다.
홍콩에 연고를 두고 있는 투자회사의 스폰서 계약설도 돌았지만,
결국 민간 자본으로 설립된 국산 담배회사인 우리담배가
3년간 300억의 규모로 새 팀의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고
팀의 공식 명칭을 "우리 히어로즈(Heros)" 로 잠정 결정했다.
LG, 두산에 이어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그간 아마야구만 열렸던 목동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게 될
프로야구 제8구단이자 세번째 서울팀 우리히어로즈가
한국프로야구의 진취적인 역사이자 좋은 사례로 남게 될 지
아니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폐해로 남게 될 지...
소유주인 센테니얼과 얼굴마담(?) 우리담배의 활약에
앞으로의 미래가 달려있다.
◆ 지역 연고지 밀착형 마케팅이 해답이다
프로 스포츠의 기본 틀은 자본과 지역 연고지 제도다.
그 중 지역 연고지 제도는 프로 스포츠만이 갖고 있는 특성이다.
그 팀의 본거지에서 제대로 기반을 다지고
그 곳을 바탕으로 지지와 인기를 얻은 팀이 대체로 잘 되며,
그러지 못한 팀은 우리의 머릿 속에서 빨리 잊혀지곤 한다.
전자의 사례는 부산의 롯데자이언츠, 광주의 기아타이거즈 등이고
후자의 사례는 얼마 전 사라진 현대유니콘스 정도 될 것이다.
한국프로야구가 국내 최고의 인기 프로 스포츠로 오른 데에는
무엇보다 강력한 지역 연고지 제도의 정착이 주원인이었다.
창단팀의 연고지와 구단 소유 모기업의 연관성을 따지지 않았던
농구와 축구, 배구 등 기타 종목의 출범 과정과는 달리
프로야구는 1981년 겨울 출범 당시부터
팀의 연고지와 모기업 또는 창업주와의 연관성을
유난히 따져서 팀을 창단시켰다.
대구와 삼성은 전혀 상관이 없어보이는 관계 같아 보인다.
삼성의 상징과도 같은 반도체 공장은 수원에 있고,
국내 최고의 재벌기업답게 그 이미지는 수도권과 매치가 된다.
오히려 대구 인근의 구미에는 LG(당시 금성)의 큰 공장이 있었다.
하지만, 대구 연고팀으로 삼성이 낙점된 것은
앞에서도 말했던 연고지와 기업 본거지의 연관성 때문이었다.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고향이 대구 인근의 의성이었던 점,
그리고 삼성그룹의 모체가 대구시내의 큰 상회였다는 점까지...
그래서 삼성과 대구가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하여튼, 그런 식으로 프로야구는 6개 팀을 만들어서 탄생했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수직으로 치솟던 최고의 전성기는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약 10여년 동안이다.
당시 최고의 라이벌은 해태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였다.
지금도 역대 최고의 라이벌을 꼽으라면 이 조합을 단연 꼽는다.
왜 그들은 라이벌이 되었을까?
팀의 상징 동물도 맹수의 제왕 격인 호랑이와 사자인데다
매번 한국시리즈 내지는 플레이오프 등에서 서로 다툴 만큼
성적도 매우 뛰어난 용호상박의 라이벌 관계였지만,
무엇보다 그들을 최고의 라이벌로 키운 것은
지역 연고지로 인한 극도의 예민한 감정 때문이었다.
해태타이거즈는 당시 호남지역 유일의 팀으로,
특히 주연고지인 광주에서 엄청난 지지를 받던 팀이었고,
삼성라이온즈는 롯데자이언츠와 더불어
영남지역을 남북으로 양분하고 있던 팀이었지만,
선수 구성이나 성적 면에서 삼성이 약간 우세해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롯데와 삼성의 각축전 속에서
영남의 맹주 자리는 삼성 쪽으로 약간 기울어있었다는 셈이다.
호남의 맹주와 영남의 맹주의 맞대결...
그 이면에는 지역 감정이라는 무서운 무언가가 있었다.
계속 되어온 호남지방 차별 정책과 아픈 과거사 등으로 인하여
케케 묵어있던 정치적 지역감정이 스포츠로 번진 셈이다.
어쨌든 이러저러한 연유로 인하여
해태와 삼성이 맞붙는 경기는 항상 대혈투였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팬들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 들었다.
하지만... 해태와 삼성이 본래의 그 연고지가 아닌
다른 도시의 연고팀이었다면, 그들은 라이벌이 될 수 있었을까?
정말 엉뚱하게 춘천에 해태, 수원에 삼성이었다면
두 팀은 라이벌이 아닌 서로 전혀 무관한 관계였을 것이다.
그리고 호남과 영남 간의 라이벌 관계는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서, 다르게 비화되었을 것이다.
쉽게 말하면 무슨 뜻일까?
우리 야구팬들은 기업을 보고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연고지를 보고 응원하는 것이 보편적 정서라는 것이다.
인천이라는 도시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삼미그룹, 청보식품그룹, 태평양그룹, 현대그룹, SK그룹 등
5개 기업이 한 도시에서 프로야구단을 운영했지만,
그 팀의 팬들은 삼미부터 SK까지 변치 않고 응원을 해왔다.
그들은 삼미의 직원도 아니며, KTF 핸드폰을 쓰는 사람도 있다.
결국 기업이 아니라 지역을 중심에 두고 야구를 보는 것이다.
지금은 자신의 연고지만을 고집하는 정서가 많이 사라졌지만,
그런 정서가 사라지면서, 자연히 프로야구의 인기도 줄어들었다.
다시금 프로야구의 인기에 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아니 지난해에 불기 시작한 야구바람을 광풍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지역 마케팅을 서둘러야 한다고 본다.
◆ 이 팀은 연고지가 어디에요?
한국프로야구 팀들의 공식 명칭은 하나 같이
구단 소유 모기업의 이름과 마스코트 애칭으로만 명명되었다.
공식 명칭 어디에도 그 팀의 연고지는 나와 있지 않다.
그러니 리그의 현황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신문이나 뉴스를 딱 봤을 때, 이 팀이 어느 도시 연고팀인지,
어디서 홈경기를 치르는 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특히나 스포츠에 관심이 적은 여성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 도시에 살면서도 누가 자기 도시의 팀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프로축구와 프로농구에서도
공식 명칭을 통해 팀별 지역 연고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수원 삼성", "성남 일화", "전주 KCC", "부산 KTF" 처럼...
프로축구는 FC서울이나 전남드래곤즈처럼
아예 기업명이 없이 지역 이름만으로 명명된 기업구단도 있다.
그렇다면 왜 야구는 그동안 그런 걸 못했을까?
이유는 그간 지속되어 왔던 비정상적인 연고지 때문이었다.
한국프로야구는 출범 당시 광역 연고제도를 시행했다.
흔히 예를 들면, 기아타이거즈의 공식 연고지역을
홈경기를 치르는 광주는 물론, 목포, 전주, 군산 등
전남과 전북 일원까지 인정하는 것이었다.
지금 한국프로야구는 절충형 도시 연고제도를 쓰고 있다.
2000년 SK 창단을 허가하는 이사회에서 의결된 대로
공식 연고지는 홈경기를 치르는 그 도시에 국한하지만,
연고지 출신 고졸 신인 선수를 뽑을 수 있는 신인 선발 지명권은
프로 출범 당시 정해졌던 광역 연고권까지 확대 유지한 것이다.
여기다가 어설픈 제2홈경기 제도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제2홈경기는 해당 구단의 연고지역 중
프로야구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는 도시를 골라
홈경기 중 몇 경기를 나눠서 개최하는 제도이다.
보통 광역시 연고구단이 일반 도 지역까지 연고권을 가질 경우
그 도의 도청소재지를 제2홈구장으로 지정하곤 한다.
현재 롯데는 마산을, 한화는 청주를 제2홈구장으로 쓰고 있고,
과거 해태는 쌍방울 창단 이전까지 전주를 제2홈구장으로 썼으며,
삼미, 청보, 태평양은 춘천과 수원을 제2홈구장으로 썼다.
예를 들어보자. 정말 웃기는 경우가 발생한다.
경기장 전광판에는 해당 팀의 연고지를 명기한다는 전제 하에서,
인천 연고팀인 SK와이번스가 팬 서비스 차원으로
광역 연고지역 중 한 곳인 춘천에서 제2홈경기를 치르게 됐다.
그런데 전광판에 어떤 이름을 써야 할 지가 문제다.
인천을 그대로 쓰자니, 여기는 인천이 아닌 춘천이고...
춘천이라고 쓰자니, 춘천은 SK의 공식 연고지 명칭이 아니고...
그렇다고 SK를 쓰자니 이상한 셈이고...
끝으로, 그간 연고지가 불확실했던 현대유니콘스의 탓도 있었다.
현대는 자신들의 명확한 연고지가 없었다.
홈경기는 수원에서 치렀지만, 수원은 엄연히 SK의 연고지이다.
그렇다면 법적인 현대의 연고지는 어디였을까?
2000년 연고지 변경 당시의 도시는 분명 서울이었다.
그러나 당시 서울에는 잠실야구장 외에는
프로야구를 치를만한 경기장이 없었기 때문에,
2000년 말까지 목동야구장을 개보수하여,
2001년부터는 서울에서 홈경기를 치르게 하는 것이 복안이었다.
하지만, 때마침 터진 모기업 하이닉스반도체의 자금난 탓에
모든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수원에서 주저 앉고 말았다.
하여튼, 어설픈 광역 연고제도와 제2홈경기,
그리고 현대유니콘스의 어정쩡한 연고지 문제가
연고지 밀착 마케팅의 정착을 막고 있는 셈이다.
마음대로 쓰고 싶어도 주변 환경이 막고 있던 것이다.
◆ 팀 명칭에 지역명 붙이고, 제2연고지는 신생팀 몫으로...
해법은 지역 연고지 밀착형 마케팅 뿐이다.
프로야구의 탄생 기반이 지역이었듯이
발전 기반도 기업 중심이 아닌 지역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단 팀의 공식 명칭에 지역의 연고지명을 붙여야 한다.
미국처럼 기업명을 아예 빼버리는 게 아니라,
프로농구처럼 기업명과 지역명을 병행 표기하자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현대유니콘스의 연고지 문제도 해결됐다.
새 구단 우리히어로즈는 엄연한 서울팀이 되었다.
목동야구장도 프로야구 경기가 가능할 만큼 보수되었다.
현대처럼 어정쩡한 팀이 아니라 확실한 서울 연고팀이 된 셈이다.
제8구단 우리히어로즈의 흥행과 홍보를 위해서라도
"우리히어로즈" 라는 말보다는 조금 길더라도
"서울 우리히어로즈" 라는 공식 명칭을 썼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야 우리히어로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적은 사람이더라도
"아~ 저 팀은 서울의 신생팀이구나." 라고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서울시민을 상대로 한 마케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 연고지명 붙이기는 비단 신생팀을 위한 것 뿐만이 아니다.
다른 기존 구단에서도 필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몇 개 구단은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챔피언 SK와이번스는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구단 내외적으로 "인천 SK와이번스" 라는 명칭을 쓰고 있고,
얼트 유니폼에도 인천이라는 이름을 몇 년째 전면에 새기고 있어서
그나마 가장 지역 밀착형 마케팅에 성공한 팀으로 평가 받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야구 열기를 자랑하는 부산의 롯데자이언츠도
몇 년 전부터 구단 공식 엠블렘에 부산 연고지를 표기했고,
엠블렘의 그림과 마스코트 역시 구단의 애칭인 거인(Giant)에서
부산의 시조(市鳥)이자 애창 응원가의 제목인 갈매기로 바뀌었다.
전통의 명문구단인 대구의 삼성라이온즈는
지난해부터 유니폼 팔부분에 대구 연고지 상징 패치를 부착해왔다.
지난해에는 대구시의 도시 브랜드인 "컬러풀 대구" 패치를 붙였고,
단추식으로 새로이 변경된 올해 유니폼에는
더 단순하고 명료하게 "대구" 두 글자 패치를 붙이고 뛰게 된다.
하지만, 더 공식적이고 명확한 지역 마케팅이 필요하다.
이름에는 반드시 지역의 명칭을 같이 써야 되고,
유니폼 전면에 연고지 이름을 새기는가 하면,
전광판의 팀 이름에는 기업이 아닌 지역의 이름을 써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 지역의 시민들과 그 팀의 팬들도
그 팀의 지역 마케팅을 통해서 애향심을 더 키우고,
팀에 대한 충성도를 더 키워, 결국 야구단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 마케팅의 장벽으로 남아있는 제2홈경기 제도와
광역 연고권 제도 역시 철폐해야 한다.
즉, 완전한 도시 연고지 제도의 시행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프로야구의 저변 확대를 이유로 이 제도가 유지되고 있지만,
기존 연고팀의 어정쩡한 홈경기로 저변을 확대시키기 보다는
신생팀의 참여를 유도하여, 정당한 홈경기를 제대로 치르는 것이
야구 저변의 확대를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제2홈경기가 폐지되고 광역 연고제가 폐지된다면,
춘천, 전주, 제주 등 야구장이 있음에도 경기가 안 열리는 곳은 물론
마산, 청주 등 기존 팀들의 제2연고지에 새 팀들이 창단될 수 있고,
자연히 12개 이상의 구단이 존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광역 연고권 제도를 폐지하게 되면,
신인 선수 지명은 홈경기를 치르는 도시 출신 선수만 뽑을 수 있다.
광주가 홈구장이지만, 전주나 군산 출신 선수도 뽑았던 기아가
광주 출신 선수만 뽑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선수 수급 조건이 취약한
춘천, 전주, 제주지역 등의 경우 신생팀의 반발을 살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선수 수급 조건이 제1연고지만큼 괜찮았던
마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팀들의 반발도 살 수 있다.
이러할 경우 기존 그 지역에 연고를 뒀던 구단과
KBO가 공동으로 투자를 하여, 선수 수급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제2연고지에 새로운 팀이 창단될 경우
기존 연고팀에 애정을 뒀던 팬들이 느낄 수 있는 상실감 등을
기존 팀이 보상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서야 한다.
기존 팀이 연고를 두고 있는 대도시의 경우,
그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서 도시 이미지를 제고시킬 수 있게
경기 외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아예 야구팀이 없거나 제2연고지에 해당되는 중소도시의 경우
자기 지역의 시민들이 더 재미있게 여가를 즐길 수 있게끔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프로야구단 유치에 나서거나,
신생팀 창단은 물론 주민체육 활성화를 위해 야구장을 짓거나,
상대적으로 재정상태가 탄탄한 향토기업에 창단을 권유하게 된다면
자연히 야구의 저변도 확대가 될 것이다.
◆ 우리나라는 결코 야구 불모국가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야구 열기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정도다.
단 8개 구단만으로 수용규모 2만명 가량 되는 야구장 몇 개에
400만명 이상의 관중이 몰려와서 야구를 본다는 것은...
그리고 가쉽거리에 야구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야구 열기가 미국이나 일본 못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흔히들 우리나라에 야구 불모지가 몇 개 있다고 얘기한다.
춘천을 비롯한 강원도, 대구를 뺀 경상북도, 제주도 등...
하지만, 야구를 그동안 안 해서 불모지 취급을 받는 것이지
야구 하면 야구도시가 충분히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곳들이다.
지난해 여름, 춘천에서 2군 올스타 경기가 열렸다.
이름도 하나 알려져 있지 않은 무명의 선수들이 나왔지만
그 무명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춘천야구장을 찾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앞으로 야구 경기를 더 자주 하게 된다면,
더 유명한 선수들이 춘천을 자주 찾아준다면
춘천과 같은 도시도 야구도시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우리 프로야구가 그간 비약적 성장을 거듭해 온 것은 사실이다.
130여년 역사의 미국 메이저리그, 70여년 역사의 일본프로야구도
리그 창설 20여년이 지났을 때는 우리보다 훨씬 미흡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그 발전이 지역 중심이 아닌 기업 중심이었다는 것은
프로야구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막았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멀리 가지 않아도, 굳이 서울에 가지 않아도,
자기 지역만 더 챙겨도 야구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앞으로 지역 중심 마케팅으로 거듭나는
한국프로야구의 발전상을 상상하며,
올 시즌 500만 관중 시대로의 회귀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