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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소금사막에 취하다

이강섭 |2008.02.27 01:50
조회 89 |추천 0

'산 넘고 물 건너' 남미여행 (07.12.17 ~ 08.01.10)

 

12/29 : 소금사막에 취하다 (우유니 사막투어 1일차)

 

 

우유니 오다가 엉덩이에 구멍날 뻔했다. ㅠㅠ

 

말로만 듣던 비포장도로의 무서움이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라파즈 시내를 벗어나자 초저녁임에도 거리는 어두웠다. 가로등

조차 없는 도로에 주변은 황량하고 버스만 달리고 있었다. 중간에

고속도로 요금소와 같은 곳을 통과할 때만 멈춰설 뿐, 버스는 계속

달렸다. 이른 저녁시간 잠이 오지 않던 나도 11시가 넘어가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3~4시간 흘렀을까. 잠결에 나도 모르게 눈을 떴다. 마치 아파트

계단을 엉덩이로 내려오는 듯한 느낌에 본능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주위는 여전히 암흑, 버스는 실내조명을 꺼서 깜깜하기만 했다.

처음엔 버스에 무슨 일이 생긴거라 생각했는데.....그게 아니었다.

말로만 듣던 비포장도로에 진입한 것이었다. 잠깐의 고통이 아닌,

계속해서 반복되는 그 고통에 잠은 달아나고 시계만 쳐다보게

되었다. 새벽 3시가 조금 못된 시간, 아직도 갈 길은 먼 듯 한데

이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야할까. 머리를 굴리는 와중에도 바닥은

계속 덜컹거린다. 몸은 위*아래로 방아찧기를 쉬지 않았다. 억지로

잠을 청하기는 했지만 얼마 못 돼 일어나기를 수차례. 다른 사람들

자는 모습이 신기하게만 보였다.

 

계속된 반동에 허리가 뻐근해졌다. 그나마 그 모든 상황을 견딜 수

있었던 건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 덕분이었다. 분명히 예전에 본

별모양, 하지만 끝내 생각나지 않던 별자리. ㅡㅜ 그래도 반짝이는

별을 보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별빛 아래로 보이는 건 저 멀리

산등성이와 그 앞에 펼쳐진 초원 뿐. 우유니 사막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정시간보다 30분 정도 늦은 아침 6시 30분. 우유니에 당도했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짐 찾고 근처 삐끼들을 찾아나섰다. 우리의

목표는 오늘 오전 출발하는 우유니 투어를 바로 시작해 31일

칠레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래저래 1시간 정도 흥정하고 알아본

끝에 투어를 계약했다. 잠시동안의 휴식시간. 샤워하고 아침식사를

하니 피곤이 좀 풀리는 듯 했다.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한국여행객을

만나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11시가 조금 안 돼 투어가 시작됐다. 도요타의 우직한 밴에 8명이

몸을 맡겼다. 지붕엔 우리들의 짐이 실렸고, 한국인 4명, 이스라엘

출신 1명, 콜롬비아인 1명, 일본인 1명에 운전사인 볼리비아 아저씨

1명이 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처음 경험해보는 사막, 그것도

'소금사막'으로 유명한 우유니에서 첫 경험을 하게 돼 기분이

설레였다. 차가 슬금슬금 시내를 벗어나자 얼마 못 가 옛 기차들이

모인 장소에 도착했다. 사막에 왠 기차? 이 곳은 예전 포토시,

수크레, 라파트 등 타도시로 이동하던 기차가 머물던 곳이었다.

이제는 모두 고철덩어리가 된지 오래. 단지 우리같은 여행객들에게

사진찍기에 좋은 배경을 제공할 뿐이었다. 한때는 모두 소금을

실어나르는 사명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나는 눈 앞에 버티고 있는

기차보다 우유니 사막 전체의 경치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며 사진을

찍어댔다. 사막이긴 하지만 황량하고 거친 느낌보다 뭔가 따뜻한

기운을 품고있는 듯 했다.

 

기차 구경으로 워밍업을 마친 우리는, 곧장 소금사막의 한 가운데로

들어갔다. 바닥이 온통 하얀 소금으로 뒤덮인 곳. 장관이었다. 빛을

강하게 반사해 선글라스 없이는 시력이 손상될 정도로 눈부신

모습이었다.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그럴 듯 했다. 사진만 보면

누가 소금이라고 믿을까. 누가 사막에서 찍은 사진이라 생각할까.

시베리아 어딘가에서 설원을 배경으로 찍었다 해도 믿을만한

풍경이었다. 우리 일행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 밴에서 내려

아이처럼 신나했다. 화려한 포즈변신과 함께 사진만 찍었다.

 

아, 이 곳에 비만 조금 와줬더라면 더욱 대박이었을텐데. 빗물이

바닥에 고이면 하늘이 반사돼 더욱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늘과 땅의 구분이 없어지는 모습. 언뜻 볼 때 호수 위에 떠 있는

듯한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아쉽다. 아쉽다. 정말 아쉽다! 아쉬움을 표현할 새도 없이 사막을

걷는 동안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소금으로 뒤덮인 주위 풍경을

돌아보기에도 시간이 빠듯했다.

 

소금으로 만든 집, 실제 소금을 만드는 과정을 꾸며놓은 곳을

지나 선인장 섬으로 이동했다. 우유니 사막의 선인장은 그 크기가

사람보다 크고 수많은 선인장이 한데 모여있는 것이 특징이다.

옛부터 우유니 사람들은 이 선인장을 수호신으로 여겼다고 한다.

직접 걸어가 선인장의 풍채를 보니 수호신으로 여길만 했다.

우뚝 솟아올라 그 끝에 꽃을 피운 선인장의 모습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전혀 사막같지 않은 사막, 그게 오늘 바라본

우유니의 모습이었다.

 

선인장 섬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5시쯤 되자 오늘의

투어가 마무리 되었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제 숙소로 가면 되겠군,

한창 숙소의 모습을 머리 속으로 그리고 있을 찰라에 운전사

아저씨는 갑자기 어느 민가(?) 앞에 차를 세웠다. 잠시 자기 친구네

집에 들렸다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어째 낌새가 이상하다. 설마......

여기가 우리 묵을 곳??!! 해맑은 웃음으로 운전사 아저씨가 내리란

사인을 준다. 그렇다. 이 곳이 오늘 우리가 묵을 곳이란다. 이런...

왠지 사기당한 기분인걸.

 

이건 분명히 우리가 계약할 때 본 숙소 사진이랑 다른데....

옆에 있던 일본인 친구 '토모'에게 물으니 원래 이런게 남미스타일

이란다. 계약할 때는 물도 하루에 한 통씩 총 세 통이라더니 이제

와서는 1통 가지고 3일을 버티란다. ㅡㅜ 원래 계약할 때랑 계약

이후의 말이 다른게 남미 스타일이라는 토모의 설명. 야, 토모, 너

근데 너무 친절하게 설명하니까 왠지 너도 한통속 같잖아...ㅡㅡ;

 

이제와서 불평한들 어쩌랴. 우리는 선택권이 없었다. 이 곳 아니면

갈 곳이 없었다. 방에 들어와 짐을 풀었다. 겉보기와 달리 안은

나름 호스텔이었다. 소금으로 만든 호스텔이라 하니 여기서 하룻밤

묵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그래, 언제 또 소금집에서

자 보겠어! 소금침대, 소금테이블 등에 몸을 기대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우리가 도착한 이후로 다른 투어 일행도 속속 호스텔로

들어왔다. 다들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우리의 동지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왠지 반가웠다. ㅋ

 

2시간 정도 쉬고 저녁식사다. 처음 만나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네... 저녁먹고 푹 쉬다가 자야겠다. 흙과 소금이 뒤섞인듯한

천장이 만질 때마다 부서져 내린다. 매트리스랑 출입문 빼고는 모두

소금으로 만들어진 집. 동화 속 공간같다.

 

 

[23:05]

 

오늘 밤 드디어 거사를 치뤘다. 미국에서 공수해 온 신라면 4개를

끓여먹는 것!!!! 저녁식사 이후 행해진 이번 행사로 콜롬비아 여인,

이스라엘 아저씨, 일본인 친구, 볼리비아 아저씨 등 모두 쓰러져

나갔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승리인지....두둥ㅡ .

 

닭고기와 감자, 볼리비아식 수프 등 생각보다 푸짐한 저녁을

대접받고는 일행끼리 수다를 떨고 있을 때였다. 일찍 자야겠다는

생각이 찾아올 즈음, '엽서계의 큰 손' 상우가 라면을 끓여먹자며

불을 지폈다. 이미 배도 부를만큼 부른 상태였지만 오랜만에

한국음식(단지 라면임에도 불구하고)을 먹는다는 생각에 우리는

번개같은 움직임으로 세팅에 들어갔다. 주인아저씨께 양해를 구해

냄비에 라면을 끓이고 그릇과 물 등을 준비하며 팀원들을 불렀다.

그래, 오늘 한 번 같이 먹고 죽어보는거야! -_-; 과연 이 친구들이

신라면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무척 궁금했다.

 

너무 급하게 끓인 나머지 물 조절에 실패, 우리가 먹어도 무지 매운

라면이 완성됐다. 팀원들에게 조금씩 주고 반응을 살폈다. 일본인

친구는 먹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잘 먹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애들은 한 젓가락 먹자마자 고추냉이 소스를 먹은

사람처럼 난리발작을 일으켰다.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그 모습이 어찌나 재밌던지. ㅋㅋ 한국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

줬다 생각하며 우리도 시식이 들어갔다. 맵지만 개운한 신라면의

맛. 타지에서 먹으니 이 어찌 소중하지 않을 수 있으랴. 한 젓가락

입에 물고 물 한모금 틀이기면서도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다.

얼마만에 맛보는 라면 맛이던가... 미국에서 거의 안 먹어 버릇했으

니 몇 개월만이었다. 늦은 밤 한국남자 4명은 그렇게 미친듯이

라면을 먹어댔다. 저녁식사까지 거하게 하고 도대체 어디에 라면

들어갈 배를 남겨뒀던건지 우리도 모르겠다.

 

우리와 함께 우유니 사막 투어를 시작한 께롤리나(콜롬비아)는

코카인 매니아다. 코카인 수출 1위를 달리는 콜롬비아 출신답게

여기에서도 저녁 때마다 코카인을 하면서 밤을 보내고 있었다.

묵직한 봉지 하나를 보여주며 우리도 코카인을 하지 않겠냐며

권해왔다. 난 거절. 이 여자는 우리가 코카인 불법이라고 말하자

자신은 이해할 수 없다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피곤할 때

먹으면 새 힘이 솟고 하늘을 나는 듯한 경험도 할 수 있대나...

옆에 있는 이스라엘 남자는 좋아라 하고 같이 코카인을 하고 있다.

참, 이런 것 보면 헷갈리는 세상이다. 불법으로 간주하면서도

한편으론 재배를 허용하고 외국으로 수출까지 하고...암튼 오늘

저녁은 코카인과 한국라면 중 무엇이 더 강한가 하는 주제였는데

한국라면의 판정승인 듯 싶다. 아, 한 번 먹으니 계속 먹고 싶다.

 

내일은 새벽 5시까지 나갈 준비를 마쳐놓으란다. 군대도 아니고..;;;

좀 여유있게 일어나려 했더니 그것도 맘대로 안된다. 라면먹고

잠들었으니 다들 내일 아침 볼만하겠군. ㅋㅋ 나도 빨리 눈 좀

붙여야겠다. 어젯밤에 비하면 누워 잘 수 있는 침대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눈물 한 방울 핑 감돈다.

 

이불이 내 몸을 감싸고 제대로 나를 유혹해 온다. -_-;;;;

이대로 눈을 감으면 레드 썬(!) 처럼 기절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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