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
돈이있으면죄가없고돈이있으면죄가없다
오전 8시 25분쯤 이때까지 조요이 있던 강영일이 유리창을 깨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이 울부짖음 속에서 강영일은 매우 인상적인 말은 남겼다.
"솔직히 지금 술에 취해 있다. 대한민국의 비리를 밝히고 죽겠다. 영등포 교도소에서 죽지 못한 것이 한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나라의 법이 이렇다"
오전 10시 10분쯤 이번에는 우두머리인 지강헌이 선글라스를 쓰고 권총을든 채 창가에 나타났다. 지강헌은 소리치기 시작했다.
"어머니! 제가 살아도 죽어도, 괴로우실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죽든 살든 어머니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최후의 시인이다. 지금 하늘도 맑게 개고 햇빛도 났지만 바깥에 나서기가 부끄럽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했다. 지금 무척 행복하다.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시를 한 편 남기겠다. 아무도 방해하지 말라. 내 유언을 한 마디로 줄이면 나는 행복한 거지가 되고 싶었던 염세주의자이다."
이어 지강헌은 "내가 1심 판,검사와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최고형을 선고받은 것은 만인에 평등한 법 적용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었다."고 소리쳤다.
오전 11시 40분쯤 강영일이 과연 그들이 도망갈 수 있도록 버스가 준비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고씨의 딸 한 명을 인질로 잡고 집 밖으로 나왔다. 이때 기자들은 강영일의 손목에 아직도 수갑이 채워져 있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 고양을 앞세운 강영일은 대담하게도 경찰관, 교도관, 기자들이 빽빽히 들어선 골목길을 가르며 15m를 걸어 나와 버스가 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집 대문 앞에 이른 강영일은 고씨의 딸을 풀어주었다. 그리고는 팔목에 수갑이 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2m쯤 되는 고씨 집 담을 아주 가볍게 뛰어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강영일이 안으로 들어오자 지강헌은 "뭐 하러 왔느냐. 다시 나가라."고 소리쳤다. 이때부터 강영일은 경찰에 투항하자는 의견을 내놓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낮 12시쯤 지강헌은 경찰에 투항하자는 강영일을 방 밖으로 몰아 냈다. 잠시후 강영일이 다시 방으로 들어오자, 지강헌은 화를 내며 "이 형이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라며 재차 밖으로나가 자수할 것을 명령했다. 이어 한광철과 안광술, 강영일이 같이 죽자며 지강헌에게 덤벼들어, 지강헌만이 갖고 있던 권총을 빼앗았다. 안광술이 지강헌을 붙잡고 있는 사이 지강헌의 권총을 뺏어든 한의철이 건넌방으로 가,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다. 이어 안광술이 건넌방으로 가려고 하자, 지강헌이 안광술을 붙잡고 늘어졌다. 안광술은 이러한 지강헌을 뿌리치며 고씨의 딸에게 지강헌을 붙잡아 달라고 한 후, 건넌방으로 가 한의철이 자살한 총을 들고 같은 방법으로 자살했다. 그러자 지강헌이 "한의철과 안광술이가 분을 참지 못해 자살했다."고 소리쳤다.
이어 지강헌은 경찰에게 부탁해서 넘겨 받았던 록그룹 스콜피온스의 "홀리데이" 음악을 크게 틀어 놓기 시작했다. "홀리데이"음악이 꽝꽝 울리고 사위는 긴장감으로 더욱 적막해질 때 쯤, 지강헌이 "당신들이 차를 보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울부짖으며 유리창을 깬 유리로 자신의 목부위를 찔렀다.
12시 10분 음악 소리가 꽝꽝 울리는 와중에 김우현 서울시경국장이 작전 개시 신호를 보냈다. 동시에 86 아시안 게임과 88 서울 올림픽을 위해 결성된 경찰의 대 테러 전문부대인 8688부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2시 19분쯤, 지강헌이 깨진 유리창으로 다시 자해를 시작하자, 놀란 고씨의 가족들이 비명을 질렀다. 이 비명을 경찰 특공대원들은, 지강헌이 인질을 해치는 것으로 판단하고 일제히 담을 뛰어 넘어 고씨의 집 안으로 돌입했다. 이때 지강헌은 권총을 오른쪽 관자놀이에 겨눈 채 온손으로 그의 목을 찌르고 있었다. 이 순간 방 안에 진입한 특공대원은 지강헌의 넙적다리와 옆구리에 권총 두 발을 발사했다. 이어 2층으로 올라가 강영일을 검거했다. 지강헌은 급히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후 4시 55분쯤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