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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590

김미선 |2008.03.14 16:16
조회 30 |추천 1


친구들과의 약속이 아직 1시간이 남아있다

그녀는 막 퇴근 한 직후라 딱딱한 정장차림이다

그녀는 항상 단정한 차림을 하고 무채색의 옷을 입었으며

무채색의 표정을 하고 일만 했다

덕분에 고속 승진을 했고 남들은 그녀 앞에서 예의를 갖추게 되었다

뒤에서 뭐라하든 상관없다

그건 패자들의 노래니까, 그녀에겐 그녀의 방식이 있었다

 

그녀는 퇴근 할 무렵엔 차안에서 늘 구두부터 갈아 신는다

오늘은 빨간색 하이힐,

이른바 '킬힐' 이라고 불리는 11㎝높이의 아찔한 구두를 신었다

 

'키도 크면서 왜 그런걸 신어요?'

 

하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그녀는 이렇게 대답할 작정이었다

 

'이제야 내 자존심만큼 커졌어요'

 

하지만 그녀의 남자친구는 그런 그녀를 못마땅해했다

 

'이것봐, 넌 왜그렇게 높은 구두를 좋아하니?

난 겨우 170이란 말이야'

 

얼마 전 그녀는 남자친구가 왜 자꾸 싫어지는지 깨달았다

그의 내면의 키는 100㎝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 앞에서 한남자가 다가온다

그녀는 그 남자를 보고 그대로 서있다

 

'하, 돌아서버릴까?

아니야, 벌써 날 봤어..

늦었어!! 그렇게 하면 내가 지는거야'

 

그 남자는 그녀를 차고 떠난 옛직장 상사이다

그는 뻔뻔스럽게도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요즘은 어때? 좋아보이는데~

잘지내지?'

 

그녀는 남은 그리움을 11㎝ 킬힐로 꽉 밟은채

지갑에서 명함을 내밀면서 말했다

 

'덕분에 많이 컸죠'

 

 

#사랑을 말하다_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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