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시장 3대 트렌드 ‘BMW’ 면 다 통한다
3/12 09:10 [매일경제]
예술성을 강조한 티파니의 보석작품.‘신정아 사건’과 더불어 세간에 화제가 된 소크라테스 반지. 1000만원 상당의 이 반지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선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덩달아 브랜드도 눈길을 끌었다. 리치몬트그룹 계열의 ‘반클리프앤아펠’이 그것.김선화 반클리프앤아펠 담당 대리는 “고객들의 성향 자체가 보수적이라 직접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스캔들과 함께 명품 브랜드가 덩달아 각광받는 사례는 적지 않다. ‘옷 로비’ 사건 때 수혜를 입었던 페라가모가 대표적인 예.
하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졌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특정 계기 때만 ‘반짝 특수’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주얼리시장 자체가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로 대변되는 ‘금은방’ 개념의 시장을 넘어 국내외 주얼리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으로 변모하고 있다.
공식적인 기록은 없지만 정부가 추산하는 국내 귀금속시장 규모는 대략 3조6000억원 이상(귀금속·보석 산업 발전 방안 보고서, 2007, 산자부 외 7개 기관). 김인관 지식경제부(전 산업자원부) 사무관은 “소득 2만달러 시대를 맞이하면서 귀금속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라며 “고부가가치 산업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진흥책 마련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결혼 예물로 한 번 구입하거나 상류층 사이에서 ‘그들만의 리그’로 통하는 듯했던 주얼리시장. 최근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을까.
① 화이트골드 전성시대
“장롱 속에 두던 패물 시대는 갔어요. 기분에 따라 언제든지 착용하기 쉬운 아이템들이 인기랍니다.”
장현숙 골든듀 청담점장의 말이다. 흔히 귀금속 하면 치렁치렁한 황금색에 빛나는 보석이 박힌 목걸이와 팔찌 등을 떠올리지만 실제 매장 분위기는 가볍고 심플한 분위기의 아이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최근에 강세를 띠고 있는 것은 화이트골드(잠깐용어 참조). 조선형 동서울대 시계주얼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스위스 바젤아트페어에서도 화이트골드가 대세였다”면서 “사계절 착용해도 물리지 않는다는 점, 주류로 자리 잡은 다이아몬드에 잘 어울린다는 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커플 반지를 많이 찾는 젊은층은 물론 결혼기념일, 화이트데이 등 서양식 기념일을 챙기는 경향도 화이트골드 강세 현상에 한몫했다. 정숙영 스와치코리아 대리(오메가 담당)는 “수많은 기념일에 맞춰 선물하는 관습이 자리 잡으면서 큰맘 먹고 장만해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비교적 저렴한 화이트골드류 제품의 수요가 꾸준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경향에 맞춰 프레드(FRED)는 올 초 저스트유(Just You), 아모르(Amour) 등 예물 라인에 화이트골드를 부쩍 강화한 신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스와로브스키, 티파니 등도 관련 신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루첸리는 아예 전 제품을 화이트골드를 기본으로 하고 다이아몬드를 추가하는 식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② 유명 브랜드 부각
명품 업계는 지난 3년간 ‘빈센트앤코’로 대변되는 ‘짝퉁’ 사건, 같은 보석을 두고도 감정소마다 서로 다른 등급을 매기면서 불거진 소비자 불신현상 등으로 여러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재래 소매상들. 실제로 서울 종로 일대 귀금속점을 운영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감정 등급 논란 이후 수입이 현저히 줄었다고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반면 브랜드 업체들은 희색이 만연하다. 반대급부로 소비자들이 주얼리 브랜드 제품을 선택하면서부터다. 이민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귀금속을 살 때 보증서를 챙기는 것은 되팔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온전한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투영된 것이다. 하지만 감정평가가 미덥지 못하다면 브랜드가 제품 신뢰의 지렛대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까르띠에, 티파니, 불가리, 프레드, 스와로브스키 등 해외 명품 브랜드는 물론 국내 브랜드 역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로만손의 제이에스티나는 2006년 198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302억원으로 50% 이상 껑충 뛰었다. 15개 매장을 운영하는 루첸리도 70억원이던 2006년 매출액이 2007년에는 90억원으로 올랐다. 미니골드의 HON, 골든듀 매출액 역시 꾸준히 증가세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명품 업체들마다 귀금속 부문을 강화하거나 패션, 시계 브랜드들의 주얼리 아이템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센추리의 경우 그간 주력인 300만원대 주얼리 시계 외에도 시계 속에 보석을 세공한 1억원대 고가 시계를 국내에 선보일 예정. 패션 브랜드 샤넬과 디오르는 최근 파인(Fine) 주얼리 라인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계로 유명한 오메가 역시 지난해부터 약혼반지 등을 출시하며 국내 시장에서 주얼리 부문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김인관 사무관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국내 소매상과 달리 브랜드를 가진 업체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라며 “원석가치의 15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티파니, 까르띠에 등 국외 명품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국내 브랜드들의 약진이 아쉬운 때”라고 말했다.
③ 고객층 다양화
‘USB(휴대용 저장장치)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스와로브스키와 필립스가 합작해 내놓은 USB와 이어폰.스와로브스키가 필립스와 협력해 내놓은 목걸이 USB를 본 사람들의 반응이다. USB가 주얼리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면서 액세서리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는 것. 정상희 스와로브스키코리아 차장은 “IT 제품을 많이 쓰는 젊은 여성들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두 회사 간 타깃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IT 제품에 보석디자인을 가미해 휴대성은 물론 소장가치도 높여 반응이 좋다”라고 소개했다.이처럼 주얼리업계의 새로운 바람은 고객 세분화다. 스와로브스키가 노린 것은 젊은 여성. 하지만 최근에는 이를 선물하려는 남성 고객들이 늘면서 매출이 더욱 늘었다.
여성에게 선물하기 위한 남성 고객이 아니라 남성 자체를 겨냥한 브랜드들의 구애작전도 치열하다. 최근 남성 고객 대상의 루시퍼(Lucifer) 라인을 강화한 프레드가 대표적인 예. 프레드는 최근 남성 반지와 커프스 링크는 물론 커플과 함께 하는 다이아몬드 태그 목걸이 등을 선보이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루첸리 역시 패션용으로 일반 남성의 새끼손가락에 들어갈 정도 굵기의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놔 매출을 늘린 사례.
아기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새길 수 있게 만든 까르띠에 제품.아기들에게는 뭐든지 해주고자 하는 신세대 부부들을 겨냥한 제품도 눈길을 끈다. 까르띠에의 아동용 주얼리 컬렉션이 대표적인 예. 초박형 플레이트에 이름을 새겨 손목에 거는 아동용 팔찌를 비롯해 아기의 생일과 키, 몸무게를 새긴 펜던트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김혜림 까르띠에 홍보담당은 “하나만 낳아 키우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젊은 부부를 중심으로 아이를 위한 제품 소비가 활발하다”라고 전했다. 쇼메 역시 2006년 ‘럭키참’이란 아기용 주얼리 브랜드를 출시하고 목걸이, 펜던트 등을 선보였으며 티파니는 은딸랑이, 은수저 등이 눈길을 끈다.잠깐용어
·화이트골드(White gold):금에다 다른 광물질(니켈, 아연, 구리 등)을 입혀 희게 보이도록 만든 금 가공제품을 이르는 말로 단일 광물질인 백금과는 다르다. 가격도 백금의 3분의 1 정도다.
【 보석전시회도 ‘봇물’ 】
◆ “제품이 아니라 작품이랍니다”
= 주얼리 명품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보석 전시회를 추진하고 있어 화제다.
포문을 여는 곳은 티파니. 3월 28일부터 3개월 간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티파니 보석전’을 개최한다. 170년 전통의 티파니가 보유한 희귀한 작품 20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287.42캐럿의 옐로 다이아몬드로 유명한 ‘바위 위의 새(Bird on a Rock)’는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
티파니 관계자는 “2006년 영국, 지난해 일본에 이어 올해 한국에 첫선을 보이게 됐다”라며 “명품이라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대중들에게 제품보다는 문화적 코드로 다가가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반클리프앤아펠도 같은 날인 3월 28일부터 신세계백화점 본점 10층 문화홀에서 일주일 간 ‘반클리프앤아펠-영원의 보석展’을 연다. 촘촘히 보석을 새긴 ‘미노디에르’는 물론 반클리프앤아펠만의 고유 기술인 미스터리 세팅으로 탄생한 각종 작품 130점을 감상할 수 있다. 까르띠에는 4월 22일부터 4개월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까르띠에 보석전’을 열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이향숙 서울종합예술학교 패션주얼리디자인과 교수가 문을 연 국내 최초 주얼리 갤러리 ‘오뜨클라세’에서도 국내 작가 중심의 작품전을 준비 중이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46호(08.03.12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