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흥미진진해요. 하지만 가수로서 무대에 오르는 일에는 의욕을 잃은 지 오래예요. 이제 제가 음악에 춤추기보다 제가 만든 음악으로 사람들을 춤추게 하고 싶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요?"
90년대 고(故)김성재와 '듀스'로 활동하며 한국 힙합의 본격적 시작을 알렸던 이현도(36·사진). 가수이면서 작곡가·프로듀서로서 빼어난 역량을 발휘한 그는 서태지와 함께 90년대 가요계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작가'이자 '전략가'였다. 2000년대 들어 잠잠했던 그가 미국에서 반가운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국 뮤지션으로서는 최초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음악프로듀서를 맡은 것. 그는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에서 가수 비가 노래한 주제곡 '쿵푸 파이팅'의 프로듀싱을 최근 마쳤다. 미국 LA에서 "음악 공부를 하며, 미국 뮤지션들 음반에 작곡가,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다"는 이현도를 전화로 만났다.
"클래식 음악의 화성 이론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후배들에게 전문적으로 음악을 가르치고 싶어서죠. 일주일에 5일은 축구를 할 만큼 공을 차는 데도 푹 빠져 있습니다."
그는 "70년대 칼 더글러스가 불러 크게 유행했던 +팝송 '쿵푸 파이팅'을 완전히 현대적인 사운드로 리메이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중국 전통 악기와 이소룡의 기합 소리를 양념으로 삽입했는데 힘들면서도 재미있는 작업이었다"고 했다.
이현도는 "마이클 잭슨 때문에 뮤지션이 됐다"는 사람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마이클 잭슨의 '문 워크'를 보고 '이 동네에서 저 춤은 내가 1인자가 돼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계기였다. "춤으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흑인음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거죠. 색다른 리듬감, 묘한 흥겨움을 느꼈어요."
'듀스' 시절 얘기를 꺼내자, 그는 "사실 성재가 인기가 좋았다. '옷발'도 잘 서지 않았냐?"며 "데뷔할 때 저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인물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세상을 떠난 친구에 대한 얘기에 그의 목소리는 어두워졌다. "원래 '듀스'를 해체하고 성재가 솔로 가수로 나서고 제가 음악 감독 역할을 하면서 영원히 함께 갈 생각이었어요. 비극적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요. 4월 18일이 성재 생일이에요. 이 즈음만 되면 성재 생각이 나요…."
그는 자신을 스타 플레이어에서 프로축구팀 감독이 된 황선홍에 비유하며 "황선홍 형님이 아무리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다고 해도 계속 그라운드에서 뛸 수는 없는 것처럼 저도 지금은 가수보다 음악 하는 후배들을 조련하는 지도자로서 더 큰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요즘 각종 인터넷 가요순위 선두를 다투고 있는 신인 힙합 그룹 마이티 마우스의 '사랑해'도 그의 작품이다. 이현도는 최근 뉴욕 출신 신인 랩퍼 스팟(Spot)의 앨범에 '쇼퍼드 라이프(Chauffeured Life)'라는 곡을 싣는 등 미국 힙합계의 일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힙합은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어요. 모든 음악의 요소가 멋지게 섞일 수 있는 자유로움, 그게 바로 힙합의 힘이죠."
최승현 기자 vaidal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