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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주 |2008.04.09 22:03
조회 42 |추천 0


그 사람은 참 기억력이 나쁩니다.

 

지금까지 수도없이 얘기했고

그때마다 꼬박꼬박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또 처음 듣는 것처럼 말하더군요.

 

어쩌다가 가족 얘기가 나와서 동생에 관한 얘기를 했더니

동생이 있었냐고 그러는거에요. 형제는 없다고 그러지 않았었냐고.

그 사람이 그럴때마다, 처음엔 단순히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아서

 그러는 거라고생각했습니다.

제 이름도 가끔 헷갈려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것도 워낙 다른 사람 일에 관심 없어 하는 그 사람의

성격일 뿐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게 아니였던 것 같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세심하고

꼼꼼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인데,

제가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사람은 비오는 날이면 찾아가는 인사동의 허름한 찻집에서

첫사랑과 듣던 노래를 늘 기억해냈고,

우울한 일이 있을 때마다 먹고

싶어하는 삼청동 국숫집에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그 사람은 기억력이 나쁜게 아니라,

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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