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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 미쳐

오종현 |2008.04.11 17:45
조회 65 |추천 0

 

 

2008년 1월 3일 메가박스 7관 16:30 E열 21번 

 

가오 다 버리고 솔직하게 쓰자. 실은, 군대 이야기. 다루기 민감한 이 주제.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심히 고맙다. 게다가 우승민이 런닝에 깔깔이 하나 걸치고 침상 굴러다니는 말년 병장의 모습 완벽하게 재현해주어서 무척이나 고맙다. 이런거 보기 쉽지 않다. 입영할 때의 그 쓸쓸한 겨울의 연병장, 내가 겨울 입대해서 그런지 무척이나 공감했다. 그거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찢어지게 감사한다. 아무튼 극장에서 군인 영화 본다는 것, 감사하다. 음, 음, 충분히 감사했으니까 비평아닌 비방을 시작하자.

 

감독의 연출의 변에는 분명 '자신의 군 생활 경험을 바탕삼아 살아있는 군화와 고무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라고 밝혔건만 이 영화에서 군생활이란 휴가나오는게 전부이다. 내 충분히 기다리는 고무신의 끝없는 감내가 필요한 힘든 시기 이해못하는 것만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네명의 군인은 휴가 종종 나와주는 조연으로 전락해버린다. 커플간의 인터렉티브한 면이 완전히 상실된채 오로지 사랑하는 이가 군대를 간 2년간 고무신들은 어떤 족적을 밟아왔는지 서사적으로 기록하는데 그치고 만다. 결국, 이건 군인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PRI 뛰다가 무릅까지고 화생방에서 나온지 2시간도 채 안되 모르고 눈 비볐다가 안구 상실의 고통을 느끼고, 스파게티 사달라고 조르다가 내가 안사주니까 삐져서 갈구던 내 고참 녀석 얘기 해달라는게 아니다.

 

애초에 영화가 군대라는 현실에서 갈라진 4커플의 이야기를 옴니버스로 다룰 것이었으면, 제목을 '기다리다 미쳐'라고 지었더라고 할지라도 그런 남녀간의 상호보완적인 면을 조금이라도 풀어놓았어야지. 20분마다 늘어가는 짝대기 하나하나에 10분마다 휴가 텨나오는 상황에서 무슨 2년간 인고의 시간을 관객이 느낄 틈새도 없이 군화들은 자랑스런 개구리 마크 달고 위병소를 당당히 걸어나오며 전역의 기쁨을 맞이하는 시츄에이션.

 

이걸보고 어디서 남자 관객들은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며 여자 관객도 설령 고작 소포 몇번, 면회 몇번의 씬으로 고무신적 추억을 더듬을 재량이라도 만들 수 있단 말이더냐.

 

결국, 영화는 잡아야 되는 포인트를, 살려야되는 디테일을 모두 망각한채 연출의 변을 당당히 살아있는 군화, 고무신 영화라고 풀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정작 당사자들이 공감하지도 못하는 이 영화.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들의 디테일을 본 받으라고.

 

'다시 만들어라.' 그것이 내 비평의, 아니 비방의 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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