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부터 페미니즘, 여성운동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평범하고도 비슷하고도
게다가 재미없을것 같아 보이기까지 하는
이번 시즌 영화 라인업 때문에 극장을 가지 못하고 있던
나의 욕구를 이 영화제가 풀어준 역할을 했다,
라고 보면 옳을 것 같다.
(나 스스로를 얼마나 속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평소 '어느 정도는' 여성을 존중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하찮은 내공으로는
이 영화제의 분위기나 아우라를 따라간다는 것이
처음부터 잘못된 게임, 역부족이었음에 틀림없다.
게다가 남자 혼자 달랑 갔으니.
여자화장실 한복판에
남자라고는 나 홀로 남겨진 느낌이었다.
그래. 우리 솔직히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남자건, 여자건, 서로를 100% 이해한다는 것은
생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생물학적 생김새부터가 다른데 말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이빨 까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언제나 남자들은 군대 이야기,
여자들은 'Girl Talk'를 하면서
서로 만남없는 평행선을 그어 가는 현실도 무리가 아니다.
역시.
그녀들의 연대는 단단하고 치밀했으며
밖에서 쳐다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철옹성을 연상케 했다.
자기네들끼리의 그 오묘한 분위기,
남성을 은근슬쩍 거부하는 기운마저 느껴지는 그 무언가.
신촌 아트레온에서 근 이틀을 보내는 동안
'내가 왜 이런 자리에 앉아있을까'
라는 생각이 한 12분 27초에 한 번씩 치밀었다.
그러나,
우리 다시 한번 솔직해보자.
여성들이 느끼는 남성들의 연대야 말로
철옹성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남성들의 그 연대는, 정말로 엿같은 현실이지만
'정치, 사회적 권력'이라는 힘을 지니고 있다.
언제나 여성들의 연대는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라는 미명하에
천대받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비록 그 안에서 왕따가 된 기분을 느끼긴 했지만
여성들의 그 든든한 연대를 지지한다.
그것이 남성들의 것에 못지 않은 힘을 지니고
제 실력을 발휘할 때까지ㅡ,
여성들이여, 좀 더 뭉치고 분발하라.
그리고 일어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