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터 , 는 화요일에 본 영화들이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집중적으로 영화를 보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신촌에 가기 글른 것 같고, 영화는 이게 끝인가 보다.
어차피 프로그래밍을 목표로 한 관람이기 때문에 장르나 재미보다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작품 쪽으로 눈길이 갔다. 그리고 매년 영화제 올 때마다 꼭 챙겨보았던 아시아 단편경선 작품들은 향후 상영 가능성도 높고, 또 참신한 작품이 많아서 다섯 개의 모둠 모두를 챙겨보았다.
폐막제에 가지 않으니 아시아 단편경선에서 어떤 작품이 최우수상을 탈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시아 단편경선 1부터 5까지 다 본 관객으로서 '나만의 별점'을 매겨보려 한다. 내 맘 속의 별 다섯개 작품이 수상을 하면 참 좋겠다.
아시아 단편경선 2
아주 특별한 캠핑 | Camping
다나 블랭크스타인
이스라엘
2007
10'
35mm
color
드라마
우울함을 특별함으로 바꾸는 경쾌한 연출력
★★
몇 년 서울여성영화제를 와보니, 그때마다 아시아 단편경선 출품작들을 보니 알겠다. 주로 한국 감독의 작품이 많고 그 다음 많은 작품이 이스라엘 작품이다. 사실 보통 극장에서 이스라엘 영화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서울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에서는 꼭 두세 편씩 이스라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이스라엘 영화가 퍽 근사하다는 것이다.
역시 이스라엘 영화다. 그리고 퍽 근사하다.
이혼한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소녀가 있다. 캠핑을 가자는 아빠의 말에 아빠의 스쿠터 뒷자리에 올라탔지만, 아빠의 스쿠터는 낯선 공원에 멈춰서고 아빠는 공원에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지핀다.
캠핑이라더니만 웬 공원? 캠핑에 걸맞지 않은 짐꾸러미하며 시시때때로 아빠에게 걸려오는 이상한 전화, 불안이 역력한 아빠의 얼굴. 미심쩍은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혼 뒤 경제적으로 궁핍해진 가장 아빠의 불안한 상태와 그것을 지켜보는 딸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이 영화는 그다지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b라인 몸매의 소녀가 아빠와 대거리하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마치 정말 캠핑이라도 온 듯, 야영장이 아닌 공원이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벌이는 정말 '특별한' 캠핑을 지켜보는 것 같다. 한마디로 깜찍하다.
황보출, 그녀를 소개합니다 | She Saw Spring
지민
한국
2007
27'
DV
color
다큐멘터리
황보출 할머니의 경쾌한 세상 나들이(出)
★★★★
황보출이라니, 무슨 신용담보대출도 아니고, 이게 여자 이름이란다. 어릴 적 집에서 불렸던 이름은 '연'이라는 참하디 참한 이름이었다는데, 옛날에는 비일비재했던 '통장님 취중 출생신고 사건'으로 '연'이 아닌 '출'로 출생신고가 됐고, 황보출 할머니는 시집갈 때 생전 처음 호적을 떼어보고야 자신의 이름이 '황보출'이란 걸 알게 되었단다.
들으면 우선 웃음부터 나는 이름 '황보출'이지만, 할머니는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그 이름값(出)을 하기 시작했다.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던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고, 70년 동안 밖으로 꺼내놓지 못해 가슴 깊은 곳에서 응어리로 뭉쳐 있던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다. 요즘은 연극에 푹 빠져 연기인생을 펼치고 있다.
황보출 할머니의 세상나들이는 어느 젊은이보다도 거침없고 경쾌하다. "지금까지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았지만, 이제부터는 나를 위해 살겠다"는 황보출 할머니의 다짐이 나를 응원한다.
황보출 할머니, 화이팅! 그리고 이 땅의 모든 할머니들 화이팅!!
풍경 | Landscape
박인경
한국
2007
23'
Digi-beta
color
드라마
길 떠나는 유목민, 그 뒤를 밟다
★★
를 보기 위해 극장에 들어설 때 괜시리 가슴이 설렜다. 블로그 이웃되시는 어떤 분과 이름자 두 글자가 같은 감독이 만든 영화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웃이라지만 블로그 이웃이니 얼굴을 알 턱이 없고 얼굴 모르는 이웃님의 동생은 더더욱 알 턱이 없었지만, 그래도 괜한 친근감과 기대감이 생겼다. 영화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가 있을 텐데 그때 얼굴을 보면 이웃님의 얼굴도 추측해 볼 수 있을까? 이런 장난스런 기대도.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인경 감독은 감독과의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고, 나 역시 다음 영화를 보기 위해 자리를 옮겨야 해서 감독과의 대화에 참여할 수 없었다. ^^;;
이 영화는 감독과의 대화가 반드시 필요한 작품이었다. 유목민의 삶을 살아보지 못한 내가 유목민의 정서를 듬뿍 담은 이 영화를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었다. 한국 유학생 나, '나'가 여행 떠난 사이 '나'의 집에 머물고 있는 안나, 그리고 안나를 데려가기 위해 '나'의 집을 찾은 안나의 남친, 이렇게 세 사람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어느 곳에도 머무르지 못하는 이방인의 불균질한 심리를 그리고 있는 듯하긴 한데, 그저 막연한 느낌뿐이어서 조금은 답답했다.
고독한 작가주의에 동참하기엔 내가 너무 쾌락주의를 해주신단 말이지... ㅠㅠ
기린과 아프리카 | Giraffe & Africa
김민숙
한국
2007
33'
HD
color
드라마
소녀시대, 아찔한 성장통
★★
작년엔 너무 아마추어스러운 몇몇 작품 때문에 조금 짜증이 치밀었는데, 올해는 완전 반대다. 올해 아시아 단편경선 출품작은 유난히 화면 빼어나고 연기 빼어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빼어난 화면이 별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는 상상력 풍부하고 감정표현 솔직하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고생 예린의 뜨거운 여름 햇볕같은 순간을 그린 영화다. 여고시절의 뜨거웠던 한 순간이라면 당연히 연상되는 아련함과 짜릿함, 몽환적이면서도 열병같은 느낌들이 아주 적절히 스크린에서 살아난다. 그런데 어쩌냐. 식상하다. ㅡㅡ;;; 그냥 공들여 만든 텔레비전 단막극 한편 본 기분이랄까?
아시아 단편경선에서는 좀 어설프더라도 참신한 이야길 만나고 싶거든.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