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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사랑에게]  스카프가 잘 어울리는 여자

김경진 |2008.04.18 13:38
조회 43 |추천 0


자꾸만 두리번거리게 돼요.

혹시 그가 하얀 미소를 보이며 차에서 내리진 않을까,

 

"많이 피곤하지?"

 

하며 내 빨강 캐리어 가방을 들어 트렁크에 실어주진 않을까,

이제 그의 마중 같은 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고개를 들어 그를 찾게 됩니다.

 

녀석, 끝까지 날 감동시키고 멋지게 떠났어요.

상상도 못하고 있었는데,

내가 탑승한 시드니행 비행기 G열 42번 좌석에 앉아 있더라구요.

내가 선물했던 청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는 말이에요.

내 비행 스케줄을 쫙 꾀고 있으니까,

아마 일부러 그 비행기 티켓을 끊은 거겠죠.

 

"니 배웅 받으면서 가려구...

 이러면 니가 날 시드니까지 데려다 주는 거잖아.."

 

이렇게 맑은 녀석이..

왜 그렇게 시퍼런 멍 자국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 하는지,

하마터면 눈물을 보일 뻔 했습니다.

난, 늘 그가 안쓰러웠고, 가슴 아팠고, 따끔 거렸어요.

어렸을 때 자기를 두고 집을 나가버린 엄마를 향한 그리움..

그 그리움이 때때로 내 가슴팍까지 파고들어와

명치끝이 저려오곤 했어요.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녀석에게 친구가 아닌 연인이,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정을 가장한 사랑이 시작된 거죠.

 

한 달 전쯤인가, 공항에 마중 나왔던 녀석하고 저녁을 먹었어요.

인천에 있는 어느 횟집에 갔었는데,

내 앞 접시에 매운탕을 떠 주면서 갑자기 그러는 거예요.

 

"몇 년 간 못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내 얼굴 실컷 봐 둬"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유학을 간다는 거였어요.

가지 말라고 붙잡고 싶었지만, 내겐 그럴 권리가 없는 거잖아요.

우린, 친구니까..그러기로 했으니까...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매운탕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으며 그랬어요.

 

"아, 맛있다. 돌아오는 날 연락해. 그땐 내가 너 마중 나갈게"

 

부기장님이 내 앞에 차를 세우더니 타라고 손짓을 하네요.

시드니에서 쇼핑을 좀 도와줬거든요. 애인 가방 사는 걸요.

그랬더니 고마웠는지..서울까지 태워다 주겠다네요.

 

부디, 그를 너무 먼 곳에 내려주고 온 게 아니길 바랍니다.

그가 시드니 공항에 내리면서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아요.

 

"너, 그 스카프 정말 잘 어울린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겁내지 말고 고백하라고,

이미 우정이 아닌 사랑이 되어버린 마음을 얘기하라고...

 

 

- 오늘 등장했던 누군가가

  내일 '사랑이..사랑에게' 주인공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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