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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깊지는 않아도 대중적인, 끊이지 않는 구원의 묘미... <사랑하기 때문에>

백혁현 |2008.04.19 18:00
조회 43 |추천 0


 

  여러 시간이나 공간의 교차 편집, 다수의 등장인물들과 각각의 역할, 그리고 이러한 인물과 시간 혹은 공간과 사건이 완벽하게 감추고 있는 복선으로 인하여 드러나게 되는 마지막의 반전이라는 기욤 뮈소의 공식은 여전해 보인다. 작가의 작품들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신선함은 이제, 다른 음의 같은 뜻을 가진 낱말을 읽는 것처럼 조금은 식상해졌다.


  게다가 이번 소설의 핵심인 정신과 의사가 꾸민 완벽해 보이는 무의식 속의 사건 처리라는 소재가 하필이면 직전에 읽은 어빈 얄롬이 채택한 방식과 너무 닮아 있다보니 조금은 싱겁다고나 할까. (그리고 어빈 얄롬의 소설은 기욤 뮈소의 소설보다 십오년 정도 앞서 발표되었다. 물론 이러한 시간 차이는 기욤 뮈소의 소설 속 커너의 방식이 어빈 얄롬의 소설 속 요제프의 방식보다 진일보했음으로 설명되기도 하지만...)


  “마크의 삶은 2002년 3월 23일을 기해 멈춰버렸다. 딸을 잃은 그는 끝내 절망을 벗어던지지 못했다. 고통과 자책감이 그의 내면을 뿌리째 뒤흔들어 결국 일과 아내, 친구마저 등지게 되었다... 어느 날, 마크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니콜에게도, 친구인 커너에게도 상의도 없이…….”


  소설은 오년 전 자신의 딸이 홀연히 사라지는 경험을 한 마크가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노숙자로 알콜중독자로 자신의 삶을 철저히 망가뜨린 마크는 우연히 공원에서 자신의 아내인 니콜을 구하면서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딸인 라일라의 실종과 관련하여 아무런 단서도 가지지 못한 마크는 다시금 니콜의 곁을 떠나려 한다.


  “마크, 에비, 앨리슨... 안면도 없고 한 번도 얘기를 나눈 적이 없지만 그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먼저 세 사람 모두 존재의 전환점에 서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폭발 직전인 격변 상황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들에게 가장 큰 공통점이 있다면 고통스런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인생은 부재나 죽음으로 인해 송두리째 흔들렸다. 그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희생자이자 죄인이라 여기고 있었다... 몇 분 뒤 그들은 같은 비행기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이제 마크는 자신의 아내인 니콜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커너를 뒤로 한 채 사라진 것만큼이나 홀연히 모습을 드러낸 자신의 딸인 라일라를 집으로 데려오기 위하여 비행기에 오른다. 그리고 그 비행기 안에서 마크는 옆자리에 앉은 사연을 간직한 듯한 소녀 에비, 그리고 스캔들 메이커인 상속녀 (어쩌면 캐릭터 창조를 위하여 패리스 힐튼을 벤치 마킹 하지 않았을까 싶은) 앨리슨을 만나게 되고, 자신도 알지 못하는 힘에 이끌려 자신의 모든 과거를 이야기하고 그들의 모든 과거에 대하여 듣게 된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는 비행기에 세 사람이 함께 타는 순간이 아니라 ‘상처 입은 세 영혼’이라 할 만한 마크와 에비와 앨리슨이 한꺼번에 커너를 ‘찾아든 기이한 밤’에 시작되었다고 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이제 세 사람은 비행기 안에서의 꿈결 같은 기억에 의하여 자신들을 괴롭히던 형언하기 힘든 사건들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받게 되고, 아마도 성공한 듯하다.


  이번 소설 또한 언제나처럼 영화화되기에 딱 알맞게 캐릭터들이 살아 있고, 사건들은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진다. 결국 모든 이들이 구원을 받는다는 설정 또한 자신의 다른 작품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조금 싱겁기는 하지만 작가의 소설이 가지는 대중적인 미덕이 여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하튼 한번 손에 들면 끝까지 읽지 않고는 못 배긴다. 중간에 끊기가 힘들다는 것, 이것만한 대중 소설의 미덕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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