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영화관 싸이트를 맴돌며 그래도 하루는 일찍 개봉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마조마 기다리던 그가 돌아왔다. 이명세가 감독하고 강동원이 주연이된 영화. 이 영화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를 KTX를 타고 가 말아 하고 미친척하고 고민한 적도 있다. 그런 영화를 어제 개봉하자 마자 달려가서 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나에게는 즐거웠다. 입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명세 감독의 전작 '형사'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당시 MBC 다모의 영화화 한다는 소식에 다모폐인들이 열광했던 그 영화가 ' 형사' 였다. 당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하지원과 강동원을 주연으로 캐스팅하며 관객들의 기대감을 주체하지 못한탓일까, 드마라와 영화를 맺지 이어주는 그 구름다리 마저 무너뜨리며 기대감을 충족해주지 못하고 극과 극의 평가를 달리게 된다. 하지만 '형사'라는 영화는 영화의 면모를 다 했다. 드라마가 아닌 영화라는 것을 보여주며 영화관에서만 느낄수 있는 대한 스크린과 입체적이며 가슴을 울리며 파고드는 사운드를 환상적으로 활용했었다. 2시간동안의 영화가 아닌 사진전을 보고 나온듯 한 느낌이었다. 이명세 감독이 추구했던 그 영상미는 필자에게는 최고였기에 이번 이 영화도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래. 첫째 손가락 하나만으로 여심을 흔들 수 있다는 강동원이 주연이라는데 있었고, 두번째는 이명세의 뛰어난 감독을 믿고있었고, 세번째는 아직 형사의 여운을 기억하고 있는 나의 선택이었다.

관객의 입장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어려웠다. 어렵다 못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관객을 앞에 두고 상영하는 영화로서의 존재감은 어디에 있다 찾을 수도 없었다. 돈을 엄청 많이 들인 신인가수의 데뷔곡 뮤직비디오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예고편에서도 나오는 이연희의 명대사가 깔리는 영화의 인트로는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지만, 그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들이 차지하는 8분이 나머지 1시간 40분을 대변하고 있었다. 결코 녹녹치 않은 영화일 것 이라는 것을. 필자는 그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에 대한 정보를 찾던 중 제시되어 있는 이 영화에 대한 장르를 보고 놀랐다. 멜로,애정,로맨스, 그리고 스릴러와 미스터리. 이 영화 한편에 정의할 수 있는 장르가 무려 5가지가 된다. 뭐- 전자 3개는 하나의 묶음으로 묶을 수 있다고 치고, 후자의 2개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유사장르라고 한다고 해도 그 큰 두개의 장르를 어찌 한편의 영화에 같이 정의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정체성 없는 존재는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져왔고, 극장안은 가지각색의 관객들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자는 사람. 팝콘을 공중으로 튕겨먹는 사람. 중간에 나가는 사람. 심지어는 매너없게 계속 문자 날리는 사람. 딴짓하고 있다가 강동원만 나오면 집중하는 사람. 그리고 영화에 푹 파져 있는 사람.
마지막으로 처음에는 산만하다가 점점 집중하게 되는 필자같은 사람.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처음부터는 참 모든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였다. 대놓고 웃기려는 건지 심각하게 보이려는 것인지 구분되지 않는 강동원의 과장된 연기. 너무나도 빨리 지나가 버리는 복잡한 영상. 이어지지 않는 듬성듬성한 스토리는 짜증까지 유발시켰다. 이연희가 귀신이라는 건지. 이 이야기가 강동원의 꿈이라는 것인지 아무것도 파악하지 못했고, 공효진은 왜 나온거야? 라는 소리까지 나올때즈음. 이 영화의 감독이 누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내게 되었다. 이명세 감독. '형사'를 감독해 냈던 그 감독. '형사' 에서 그 벛꽃인지 눈인지 기억나지 않는 배경에서 느꼈던 그 아름다운 영상을 나에게 보여주었던 이명세 감독. 갑자기 스크린이 눈에 한가득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그래. 이 영화는 '눈물이 주륵주륵' 처럼 눈물을 주륵주륵 흘려야만 볼 수 있는 지고지순한 멜로영화도 아니었고, '쏘우' 처럼 잔인한 공포영화도 아니었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영화는 이라는 새로 개봉한 영화일 뿐 이었다. 그때부터 모든것이 달라보이기 시작했고 그 첫번째가 이명세만의 스타일이었다.

이번 영화에 나오는 뤼팡이라는 바는 거의 주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없을 정도로 자주 나오는데 굉장히 오묘한 분위기를 내 면서도 어두운 바로 묘사된다. 그리고 굉장히 몽환적인 느낌이 든다.(그 바는 일본에 실제로 있는 곳이다. 일본의 유명한 작가 의 단골집이었다는데 딱 맞는다는 느낌이 들어 사용했다고 이명세 감독은 말했다)거기서 부터 벌써 이 영화는 존재감을 찾아갔다. 이명세 감독은 날 절대 실망시키지 않았다. 영화라기 보다는 그야말로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는 어느 네티즌의 평론이 딱 들어맞는 작품이다. 딱히 무엇인가를 제시하려고도 하지 않고, 이해하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 자체, 이 영화 자체를 알아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아무리 이 영화가 못됐다고 욕하는 관객들도 이연희가 강동원은 첫사랑이고, 공효진은 강동원의 현 약혼자로써 그의 이상증세를 느끼고 있으며, 강동원은 기억과 현실속 무엇인가에 빠져서 허우적되는 천재작가로 묘사되고 있음을 다 느끼고 알아채지 않았는가? 사실과 허구속에서 우리는 신비감을 느끼고, 아무것도 없이 조각만 우리앞에 내놓고는 퍼즐을 맞추어봐라 하는 식의 장난도 결코 기분 나쁘지가 않다. 다른 추리영화들은 잘 만 보면서 이것은 가치없는 쓰레기 일 뿐이라는 이중적인 잣대로는 이영화를 깎아 내릴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그냥 멜로나, 추리영화도 아니고, 보통 이미지 영화로도 정의될 수 없음을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알 기 때문이다.

강동원에게 부여된 이 영화에 대한 책임은 참으로 막중했다. 강동원 이라는 연기자 하나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 상승은 물론 이 영화의 거의 모든것은 그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그에 부흥하듯 그는 이제 그냥 꽃미남 연기자가 아니다. 연기가 되는 물론 외모도 출중한 남자 연기자가 되었다. 이명세 감독과 둘만 좋아 날라다니던 전작보다는 연기에 꽤나 무게감이 들었고 점점 진화되어 가는 멋진 남자가 되어가는 듯 했다. 이명세식의 영화에 더이상 이 만큼 연기를 잘 할수 있는 연기자는 아직 이 대한민국에 없을 둣 하다. 그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좋아하면서 그의 연기모습의 역할을 부담스러워 하거나 졸작으로 폄하하는 관객들은 한번쯤은 더 이영화를 보기를 바란다. 그의 매력을 이만큼 더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영화도 없을 것 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괜찮았다. 이 영화는 다소 어렵기도 했고, 복잡하기도 했고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꽤나 멋있는 이명세 식의 영화였다. 예전작과 같은 뛰어난 영상미와, 유난히 사람을 더욱 끌어들이는 검은색(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며,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느껴지며, 비밀스러움을 간직하고, 내면에는 무시할 수 없는 강한 분노를 표출하는 색깔, 바로 ‘블랙(Black)’이 가지는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라고 어느 한 네티즌이 평론했다),은 조각퍼즐을 맞추듯 이끌어가는 전개방식은 매력이 무궁무진했으며, 굳이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고 관객 스스로 이 영화에 대한 감동과 느낌을 만들어 가도록 하는 것이 이 영화 감독의 자세였다. 어떠한 판단을 내리는 지는 순전한 관객들의 몫이며 그 판단이 어떠하듯 나에게는 이 영화가 꽤나 설레이고 센티멘탈하며 어두운매력을 지녔다는것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