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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 you moving out?

조은비 |2008.04.22 20:59
조회 56 |추천 0

 

 

한 교수의 유학 시절-

"이사 가세요?"

 앞 집에 한 부부가 살았는데, 남자가 짐을 싸서 나가는 모습을 보고 물었단다.

우리 애랑 친했는데 아쉽다면서, 조심히 잘 가라고 말했더니,

"아니요, 아들은 집 사람과 여기서 살 겁니다."

매일같이 투닥투닥 싸우더니 결국 이혼을 하더란다.

 

이혼 전에 결혼을 했고, 결혼 전엔 서로를 (혹은 조건을) 사랑했음에 틀림없다.

언제부턴가 나도 혼자 좋아하는 감정만이 아닌 내 마음에서 누군가 이사를 들어오고, 나가게 되었다.

사람 하나 마음에 들어왔다 나가는 게 집 이사의 몇 십배는 더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집 이사라면, 새로 살 집을 청소 해 두고 짐을 옮기고, 마음에 드는 곳으로 정리를 하면 된다.

짐 옮기느라 수고 했으니 자장면 한 그릇 씩 먹고, 저녁 때 쯤이면 TV를 보면서 쉴 수 있다. 

그런데 누구 하나를 마음 속에서 내 보내려면

둘 만의 습관과 기억, 그 사람의 향기, 여기저기서 밀려오는 그리움을 모두 옮겨 내야 하는데

그게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특히나 그 사람의 향기란 온 몸의 세포를 일순간에 긴장시키고 모든 기억을 불러낸다. 

옛날 집이 그리워 찾아가 보는 것처럼 그 사람이 참을 수 없이 그리울 때 볼 수 있다면. 

 

 

이미 내 속에 깊숙히 묻혀 있어 털어낼래야 털 수 없고, 아니-

털어내려 할 수록 갈고리 처럼 점점 파고드는 게 마음이사의 후유증이란 걸 알았다.

마음의 상처란 꽤 오랜시간이 걸려야 한다는 걸. 집 이사라면 파스 몇 장이면 끝날 텐데 말이다.

 

 

   

 

 

"Are you moving out?" 

몰랐다. 누가 들어올 때 짐이 이렇게 많아 질 줄은.

파스 한 장으로 끝나는 쉬운 이사는 아닐테지만,

앞으로 누가 또 들어오고 나갈지 그게 몇 번의 이사가 될 지는 모르겠다.

 

지금 오랜만에 비가 오고 있고,

아직 정리되지 못한 짐들을 잠깐 열어보련다.

이렇게 비가 올 때 열어보고,

가끔 생각 날 때 열어보고,

그러다 보면 어느 구석진 옥탑방에서

먼지가 가득 쌓인 채로 열어 볼 날이 있겠지.

아직은, 마음 이곳 저곳에 흐뜨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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