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느긋하게 책보면서 문화생활 좀 즐기려고 차도 두고 버스로 산책겸 나선길이 종로에 들어서자 막히기 시작했다.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할 무렵 탑골공원 앞에 몰려 있는 오색 깃발과 노란 풍선을 든 시위대가 눈에 들어왔다.
어제 보았던 뉴스가 갑자기 생각나면서 오늘 베이징올림픽 성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성화봉송행사가 있다는 것을 마침내 깨달았다.
물론 티벳독립시위대의 반대시위가 성화와 함께 세계를 돌면서 여러가지 이슈를 만들고 있는것을 보았을때 우리나라도 어떠하든 반대시위가
예상되는 대목이었다.
경찰들과 경찰버스만 요란하게 거리에 서있어서 성화가 이쪽으로 온다는걸 감지할 수 있었다. 곧 무슨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내 할일 찾아서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지하서점에서 나름 주말을 보냈다. 나와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기에...
볼일을 다보고 아무생각 없이 밖으로 나와보니 시위대가 광화문쪽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종로를 사이에 두고 이쪽은 티벳깃발을 든 반대시위자들
반대쪽에는 오성홍기를 든 중국인들의 환영시위대가 대치하듯이 서 있었다.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찌아여우~
우리나라에서 베이징올림픽의 찬반시위를 하다니... 저렇게 많은 중국인들과 반대하는 일부 티벳단체와 인권단체들이... 아이러니 했다.
저 모습을 지켜보는 많은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나와 같은 생각일까?
여기 있다가는 집에 못가겠다는 생각에 들어 어서 빠져 나왔지만 청계천쪽에는 엄청나게 많은 중국인들이 있었다. 아마 중국유학생인듯 했다.
물론 그동안 직업상 중국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이렇게 많은 중국유학생들이 한국에 있다니 세삼 경이롭기 까지했다.
왠지 모를 위압감인가 아니면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봐? 아무튼 쫒기듯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기분이 묘했다.
정말 베이징올림픽이 중국인에게는 전국민적인 행사로서 대단한 관심을 받는듯 느껴졌다. 20년전 우리나라를 돌아보면 공감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성화봉송 시위대는 어떻게 되었을까 9시뉴스를 기다렸다. 하지만 소식은 나를 실망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어느정도의 충돌은 예상했지만 폭력사태로
얼룩져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군중 심리였을까? 반대시위자들을 무참히 구타하는 중국시위대의 모습은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중국을 사랑한다. 몇일전까지 중국의 자연과 문화에 반해서 생의 최고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나로서는 믿고 싶지않았다.
군중심리... 문화혁명... 반패권주의... 소수민족정책... 서부대개발이 뇌리를 스쳤다.
여행중에 티벳사태로 샹그리라일정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때 티벳으로 움직이는 대규모의 군대를 본것이 오버랩되면서 혼란스럽고 안타까웠다.
눈부신 경제성장에 가려있던 오랫동안 쌓여온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이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수면위로 떠올라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고 있다.
세계역사가 말해주듯 빈부격차문제, 환경문제, 소수민족문제, 민주화문제 등은 중국도 외면할 수 없는 현안이 되어버렸다. 중국이 앞으로 미국을 넘어설
유일한 초강대국이 될거라는 전망을 많이 하고 있지만 언제나 강대국의 눈치만 보고 살았던 우리로서는 중국이 과연 미국보다 더 착한 형님이 될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할 대목이 아닌가 시사해 주는듯 하다.
개인적으로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고 축하하고 싶다. 하지만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이번 사태를 성숙하게 대처하길 바라고 싶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고 했던가? 중국이 올림픽이후 경제성장만이 아닌 정치,사회,문화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