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 본 17代 국회 회의장 점거·봉쇄 등 구태 정치 못벗어 권위주의 탈피·디지털 국회 정착 성과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인해 전체(299명)의 62.5%인 187명이 초선이었던 17대 국회의원 임기가 29일이면 끝난다. 5일 현재 의원들은 6366건의 법률안을 발의, 16대 때의 1912건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젊은 국회'는 국가보안법 등 각종 쟁점 법안 등을 놓고 벌어진 여야 간 힘겨루기로 인해 과거 어느 때보다 극한대립이 펼쳐졌다.
①이념의 싸움터

국회는 개원 첫해부터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관련법, 언론관련법 등 '4대 쟁점 법안'을 놓고 대충돌이 있었다. 여당은 언론관련법을 시작으로, 2005년 말까지 보안법을 제외한 다른 쟁점 법안을 모두 통과시켰다. 야당은 '4대 악법'이라면서도 이들 법안 처리에 결과적으로 동의했고, 여당이 된 지금 이들 법안의 개폐 문제가 짐이 돼 돌아와 있다.
②쇠사슬까지 동원된 회의장 점거
17대 국회의 회의장 봉쇄는 새로운 시도가 많았다. 한나라당 은 2007년 12월,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범여권의 'BBK 특별검사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 본회의장을 쇠사슬로 봉쇄했다. 여당은 전기톱으로 쇠사슬을 잘랐다. 공사판을 방불케 했다. 민주노동당 은 한미 FTA 통과 저지를 위해 회의장 출입을 아예 원천 봉쇄했다. 결국 통외통위는 회의장을 변경해 회의를 진행해야만 했다.
③초선 위력 막강했으나
초선들의 숫자는 곧 힘으로 나타나, 여야 간 합의가 의원총회에서 뒤집어지기 일쑤였다. 열린우리당은 240시간 연속 의원총회도 가졌는데, 임종인 의원은 초선에 대한 당내 견제 움직임에 대해 "군기 잡겠다면, 그 사람을 물어뜯어 버리겠다"고 했었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의 초선이 108명인 것을 빗대 '108 번뇌당'이란 별명도 생겼다. 반면 한나라당 초선들은 당 지도부 등에 눌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용각산 초선'이란 오명을 썼다.
④의식주 모든 곳에서 권위주의 탈피
국회의원 하면 떠오르던 것이 시커먼 양복에 줄무늬 넥타이, 검은색 대형 승용차에 고급 식사 등이었다. 유시민 의원은 16대 때 넥타이를 매지 않은 캐주얼 차림으로 등원했다가 의원선서도 못 했는데, 17대 때는 두루마기(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점퍼 차림(단병호 의원)에도 이의가 없었다.
경차, 흰색 소형 승용차, 승합차 등이 검은색 대형 세단을 대체했고, 고급 한정식집 대신, 국회 내 공사장 간이식당이 회식장소가 되기도 했다.
⑤디지털 국회 활성화
17대 국회의 긍정적 발전 중에는 '디지털 국회'를 꼽을 수 있다. 2005년 83억원을 들여 본회의장 의원석마다 붙박이 모니터 등을 설치해 전자투표가 활성화됐다. 혼자 들기도 힘들던 '법안보따리'를 덜어 시간과 경비도 줄었다. 의원들도 본회의장의 대형 모니터에 각종 도표와 수치, 동영상 등을 보여주면서, 실감나는 질의를 하기도 했다.
또 상임위 회의 인터넷 중계를 통해 누구라도 의정 활동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대국민 서비스도 새롭게 시작했다.
[윤정호 기자 jhyoo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