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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고종국 |2008.05.10 17:35
조회 24 |추천 0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 사람을 안아보고 싶었다.

 

그 사람의 느낌을 느껴 보고 싶었다.

내 품안에 깊숙이 그녀를 끌어 들여 그녀의 숨소리를,

그녀의 심장의 고동 소리를 듣고 싶었다.

 

이윽고 내 수줍은 팔이 순결한 그대를 내 품안에 가득 안았을 때

주위의 모든 것들이 사라져 버리고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마치 그 순간  멈추어 버린 시간과 동의 하듯 내 숨을 가파르게 죄어 오던 내 심장소리 마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내 볼을 매섭게 스쳐 지나가던 어디에서 부는 지 알 수 없는 바람도

이제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들을 받치고 있던 그 고즈넉하고 아득한 느낌의 나무의자의 촉감도

내내 내 코를 간질이던 빗물에 젖은 들꽃의 향기도 사라져 버렸다.
 

오직 그 사람만이 느껴졌다.  안도감. 이라는 게 이런 것일까?

나란 존재의 밑바닥에 깃들인 허무에서 오는 불안감이라는 위기적 의식.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나를 짓누르던 공포가 나에게서 떠나간다.

그대로부터 내게 이렇게 애틋하게 전해오는 심장의 소리를 연주 삼아 내게 작별을 고하며 이렇게 떠나간다.

안심이 된다. 이 말을 이제야 알았다.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내 품에 있음에. 그 심장이 이렇게 건강히 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음에.

나는 아득함을 만끽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감촉, 두 팔에 전해진 무게감,  온몸으로 느껴진 따뜻한 체온, 향기

 

만지고 느끼는 모든 것들로부터 행복이 퍼져가는 느낌.

그 순간은 다른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아무 언어도 다른 어떤 소통도 필요 없었다.

 

몰랐었다.

 

그런 편안함이 있었다니. 그 영원 같던 시간이 지나고 나는 생각했었다.

 

이렇게 좋은 것이었다면 전에도 많이 해둘것이라고.

 

그렇게 아쉬워 했었다.

그리고 거짓말 같이 그렇게 서로 사랑하던 우리는 이제 없다.

 

아마도 나와 그녀는 남은 일생에 '우리'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이 이제는 없을 것이다.

 

포옹. 사랑하는 누군가의 포옹. 다시 할 수 있을까?


왜 갑자기.  추억은 아주 작은 것 하나에도 다시 떠올라서 나를 울리는지 모르겠다.

내가 말없이 울더라도 늘 나를 보듬어 안아주던 그대가.
그런 그대를 안음으로써 내가 느낄 수 있던 평안이.
우리가 안음으로써 무한대의 마이너스의 영역인 마음까지도 일치 될 수 있었던 그 시간이.

이렇게 나를 울리고 있다. 

 

나는 그래서 오늘도 형체 없는 그대를 안고 있다.

 

우리가 사랑했던 그때로 돌아가서

아무 말 없이 그대의 품에 안기고, 그대를 내 허전한 품 깊숙이 안고 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지금 내 앞에 당신이 나타난다면 우리가 사랑한 그때로 돌아가 아무 말 없이. 꽉 안아 줄 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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