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 드라마 / 94분 / 감독: 데니스 호퍼
(★★★★★)
1969년 제34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 남우조연상
1970년 제 4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 특별상, 남우조연상
1960년대는 두개의 세계 대전과 원자폭탄으로 얼룩진 20세기에 대한 비판의식이 절정에 이른 시기였다. 매카시즘으로 얼어붙었던 1950년대를 지나 60년대에 도착한 미국은 좌파경향의 사회운동(흑인·성의 권리운동과 반전운동)과 보수주의자들의 반격으로 흥분과 혼돈이 교차해 나갔다. 사회운동은 부분적인 승리를 거두었지만, 날로 심각해져가는 베트남전과 거듭되는 암살사건(케네디 형제, 마틴 루터 킹과 말콤 X)은 1970년대의 패배를 암시하고 있었다.
장르-스타-스튜디오 시스템의 공식으로 운영되던 할리우드 영화는 급격한 사회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게 되었다. 가 발표된 1967년은 '혁명의 해'로 불릴 만큼 고전적 할리우드 영화와의 근본적인 단절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아메리칸 뉴 시네마는 또한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60년대 젊은이들의 복잡한 감정을 영화로 담아낸 결과였다.
데니스 호퍼의 1969년작 는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결정판이었다. 빌리(데니스 호퍼)와 캡틴 아메리카(피터 폰다)는 모터 사이클을 타고 '미국을 찾아서'(캡틴 아메리카의 가죽잠바와 헬멧과 모터 사이클에는 성조기가 그려져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올리언스까지 여행을 떠난다. 돈은 마약밀매로 마련했고, 일용할 양식은 마약과 마리화나이다. 그들의 여정에 히피들과 변호사 조지 핸슨(잭 니콜슨)이 스쳐지나간다. 히피들은 문명을 거부하고 기존의 질서를 비판하면서, 무한한 '자유'가 허용되는 새로운 삶과 기독교의 원시공동체로의 회귀를 꿈꾸고, 조지(조지 워싱턴?)는 전쟁과 빈곤과 지도자와 모든 인생고가 사라져 버린 '평등'한 사회를 이야기한다.
영화는 자유와 평등을 명시한 미국독립선언의 실현불가능성, 아메리칸 드림과 미국역사에 대한 회의로 빠져들어간다. 모래땅에 씨를 뿌리는 히피들은 이상주의자들이며, 알코올중독에 빠진 조지는 허무주의자일 뿐이다. 빌리와 캡틴 아메리카는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마르디그라(사육제의 마지막 날)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하지만, 축제의 제물로 바쳐진 것은 기성세대(또는 보수주의자들)의 총에 맞아죽는 그들 자신이었고 남은 것은 아메리칸 드림의 파산이었다. 노예시장으로 악명 높았던 뉴올리언스에서 실패했다고 고백하는 두 사람은 미국역사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할리우드식 영화 만들기에서 벗어난 방법은 영화의 주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스타를 배제하고, 카메라를 스튜디오에서 야외로 옮기고, 장르를 패러디하는 저예산의 독립영화. 서부영화의 와이어트 어프와 빌리 더 키드는 캡틴 아메리카와 빌리가 되고, 그들은 서부로부터 동쪽으로 와서 영웅이 아니라 패배자가 된다. 동성애를 암시하는 버디 무비와 가정이 부재한 로드 무비의 형식. 록 다큐멘터리와 뮤직비디오를 예견케 하는 반전무드의 록 음악 사용. 고전적 영화문법에 정면으로 도전한 장 뤼크 고다르의 와 미국 언더그라운드 운동의 기수 케네스 앵거의 은 참고서가 되었다.
'위대한 영화가 상업적 성공을 거두게 되었을 때, 오류가 발생한다'는 고다르의 예언처럼, 데니스 호퍼와 아메리칸 뉴 시네마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1970년대의 보수주의 물결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은 모두 빼앗겨버리고 덧없이 시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