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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의 비매너 & 씁쓸한 한국극장문화

민보라 |2008.05.12 22:32
조회 91 |추천 0

Hallam Foe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스코티쉬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에 밀리는 게 당연지사라도 되듯이

상영관이 별로 없더라구요..

 

제가 사는 동네에도 없고, CGV도 강변이랑 신도림이랑 요 정도..

 

결국 어렵게 찾아서 기쁜 마음으로 CGV 신도림에서 즐겁게 영화를 보러 갔죠..

 

여담으로 영화 얘기를 하자면, 제이미 빌의 연기가 아주 일품이고 OST 또한 대박입니다.

원스(Once)와 같은 애잔함이 있지만 또 픽 웃게 만드는 날카로운 위트도 동시에 갖고 있는 좋은 영화지요.

감동적이고 감각적이며 색다른 성장영화를 보시고 싶은 분에게 강추!

스코티쉬 액센트의 매력과 우중충한 영국의 날씨 또한 인상적이었어요~

빌리 엘리어트의 제이미 빌은이제  '정말 잘' 컸습니다 >_<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영국(England, Northern Ireland)이랑 독일에서 체류하는 동안 극장을 갔을 때마다 느꼈던, 

우리나라와 정말 다른 점 하나가 있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엔딩 크레딧까지 영화의 일부로 여기는 태도이지요.

 

마지막 OST이 끝나고 모든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먼저 나가려고 했던 저를 되려 이상하게 쳐다보는 친구에게 창피해서 혼이 났었죠.

 

그 이후로는 노래를 감상하며 영화의 여운을 끝까지 느끼고 나가니 정말 좋더라구요.

 

한국에서는 이런 문화가 거의 없지요.. 매우 안타깝게도.

 

배우들 얼굴만 사라지면 영화도 끝나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렇겠지요?

 

정말 아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CGV에게 할 말 한가지는..!

 

Hallam Foe..그 어떤 영화보다 엔딩의 상징성이 강했고, 음악도 계속 이어지구 있었구요. 

 

더군다나 이 영화의 오프닝크레딧과 엔딩크레딧은 여타의 영화와 달리 영화의 성격을 굉장히 많이 반영하는 독특한 스타일의 것이어서 절대 따로 떼어서 볼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막 노래는 심지어 번역까지 돼서 크레딧 밑에 따라 나오고 있었죠.

 

그런데, Hallam(제이미 빌)의 마지막 미소가 잔잔한 감흥을 주면서 엔딩 크레딧으로 화면이 전환되는 그 순간! 정말 갓 1초도  안 되자마자!!!!

 

뒷쪽에서 들리는 여성의 높은 목소리 : "출구는 앞쪽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아아아아아아

 

정말 그 순간의 좌절감, 혐오감, 분노, 열등감(문화적으로겠죠), 그리고 슬픔 때문에 영화의 뒷맛은 싹 가시고 산통 다 깨졌습니다.

 

아니 이게 코믹이나 액션영화였다면 차라리 시끄러운 음악에 묻혀서 별로 신경 쓰이지도 않았겠죠..

 

하지만 어떻게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 그것도 소규모관이었는데 눈꼽만큼의 배려도 없이 영화관 측에서만 생각한 대로 이렇게 비매너로 막 나가는 겁니까?!!!!

아직도 막 화가 나네요.

 

끝까지 계속 앉아서 듣고 싶었는데 옆 사람이 눈치를 줘서 할 수없이, 정말 할 수 없이 친구와 일어났습니다.

 

속이 부글부글 끓더군요..

 

엔딩 크레딧 무시하는 한국극장 문화도 싫어 죽겠는데 뒤의 그 여자 때문에 화가 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말 안하고  극장 밖으로약 20m를 걸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지나치고 갈 사건이 아닌 거 같아서 친구에게 설명을 하고 왔던 길을 바로 되돌아서 들어갔지요.

 

그  아가씨는 극장 맨 뒷켠에 서서 관객들 나가는 것을 보고 있더군요.

 

올라갔어요.

 

 

"아까 영화 끝나자 마자 출구 앞쪽이라고 소리치신 분 맞나요?"

 

"예 맞는데요 손님.."

 

"제가 그냥 말으려다가 말씀 드리는 건데요... 아까 엔딩 크레딧으로 화면 전환하자 마자, 단 10초도 못 기다려주신 채 바로 소리치신 거 알고 계시죠?

엔딩 크레딧도 영화의 일부에요. 액션이나 코미디였다면 차라리 이해를 하겠네요.

영화 장르를 좀 봐가면서 일을 하셔야죠. (말하는 당시 드디어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극장 내 조명이 들어왔습니다) 네, 지금 이럴 때 말씀하실 거였어요, 지금이요.."

 

"아..손님 죄송해요. 저는 그저 손님들이 뒷쪽으로 나오실까봐요.."

 

"그걸 굳이 소리칠 필요가 있나요? 그렇게 그게 문제가 된다면 이렇게 아예 뒷쪽에 서 있다가 손님들이 뒤로 나오려고 하면 조용하게 앞으로 가시라고 안내해도 충분하지 않나요?"

 

"아 제가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영화랑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우선이지 너무 영화관 입장에서만 생각하시는 것 같네요.

다음부터..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진심입니다(정말로....진심이었습니다.....TT_TT)"

 

"네, 제가 상부에 보고해서 조치를 취해놓겠습니다. 죄송합니다(꾸벅)"

 

 

 

CGV 전체가 아닌 그 여자분만의 실수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극장을 다시 나왔습니다.

 

소중한 돈과 시간을 들여서 보는 영화..

 

누군가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일 수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영관을 찾고 찾아 기대에 부풀어 찾아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모두와 공유하는 장소인 극장인만큼 극장 내 질서를 지키는 관객들의 공중도덕이 있듯이,

영화관 측에서는 엔딩 크레딧을 영화 필름의 일부로 인식하는 문화가 장착시키고,

관객들 역시 엔딩 크레딧을 무시하는 처사가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겨서, 또 볼 수 있게 되어서 한없이 기뻤는데....

이렇게 끝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서 섭섭하기만 한 1人이었습니다.

 

긴글, 읽어주신 분 계시다면 감사해요:)

연휴 잘 마무리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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