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음반 판매량으로 순위를 가리는 골든디스크의 단골 1등 그룹 SG워너비를 만났다. 싸이먼 앤 가펑클을 존경한다는 뜻의 SG워너비는 한때 '워워'하는 소몰이 창법을 유행시킨 주인공들. 데뷔 초 "어떻게 저 얼굴로 무대에 서냐"며 비아냥거린 안티팬도 있었고, "너희들 용기가 대견하다"며 방송 출연을 거절한 방송사 PD도 있었다.하지만 SG워너비는 실력이라는 정공법으로 난관을 헤쳐나갔다. 화려한 무대 매너는 없지만,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이며 조용히 무대와 가요계를 접수한 세 남자. 지난 주 서울 논현동의 한 포장마차에서 만난 셋은 뭐가 즐거운지 마냥 유쾌했다. 맏형이 된 김용준은 채동하의 공백을 대체할 새 맴버 이석훈과 동갑이라고 했다. "인터뷰 끝나고 합주가 있어서 술 많이 못 마신다"는 막내 김진호는 소주를 두 잔 마신 뒤 대뜸 "사실 우리 아직 어색하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대기실 첫 만남 "근데 밥 먹었어요?"
요즘 가요계에는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달라진 SG워너비를 둘러싼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채동하의 공백이 금세 메워지겠느냐부터 R & B가 아닌 댄스와 랩까지 욕심을 낸 이유가 뭐냐는 지적까지….
불황에 빠진 가요계와 대한민국에서 음반을 가장 많이 파는 가수라는 절묘한 함수 관계도 이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중압감 중 하나다. SG워너비의 질주는 다른 말로 가요계의 희망이고, 이들의 슬럼프는 음반 업계의 침체를 상징하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최근 선보인 5집 '마이 프렌드'는 서서히 달궈지고 있는 중. 정작 본인들도 "우리 노래는 반응이 빨랐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느긋해 하는 눈치다.
베스트셀러이면서 동시에 스테디셀러인 SG워너비에게 1등 가수의 여유가 묻어났다. 김용준·김진호는 묻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제발 저희들 고생담 그만 묻고, 새 멤버에게 질문을 몰아달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래서 첫 질문은 이석훈의 차지였다.
-84년생인데 원래 뭐하던 사람이었나요?
"그렇게 물으니까 답하기 참 곤란하네요. 글쎄 내가 뭐하던 사람이었더라? 크하하. 얼마 전까지 신인 가수들에게 노래를 가르쳤죠. 선생님까진 아니고 그냥 조력자 정도요. 초신성 멤버 중 두 명도 제가 조금 가르쳤어요."(석훈)
-다들 술은 잘 해요?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른데 오늘은 합주 스케줄이 있어서 많이 못 마셔요. 2년 전 소속사 사장님이 일본 콘서트 하루 전날 '괜찮다'며 술을 권했는데 취할 때까지 마셨다가 다음날 무대에서 '삑사리'를 엄청 냈어요. 그것도 잇따라 네 번이나. 최악이었죠. 그날 이후 사장님이 공연 앞두고는 절대 술을 안 권하세요."(진호)
-석훈씨와 두 명은 언제 처음 만났습니까.
"지난 2월 M 콘서트하는 날 대기실에서 처음 봤어요. 매니저 형이 귀띔도 없이 새 멤버라며 석훈이 형을 소개해줬죠. 근데 그날 채동하 형도 같이 있어서 되게 뻘쭘했어요. 솔직히 저는 그날 거부감이 들었어요. 마음의 준비없이 갑자기 새 멤버를 소개받은 거잖아요. 그날 석훈이 형도 엄청 어색해하는 표정이었어요. 맞죠?"(진호)
"그랬지. 어차피 새 멤버로 결정됐으니까 하루라도 빨리 친해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콘서트장에 갔는데 생각보다 어색하더라고. 아마 우리 첫 대화가 '밥 먹었어요?' '같이 드실래요'였을 걸."(석훈)
"나도 생각난다. 그때 우리 공연 앞두고 도시락 먹을 때였잖아."(용준)
그날 이석훈은 매니저들과 객석에서 이들의 공연을 보며 가슴에 천둥, 번개가 여러번 지나갔다고 털어놓았다. '너도 곧 저 무대에 서야 한다'는 말에 부담감과 걱정이 밀물처럼 엄습한 것이다.
-서로 진솔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나요?
"지금까지 한번 정도 터놓고 얘기해봤어요. 합숙을 안 하니까 의외로 얼굴을 자주 못 봐요. 스케줄 소화할 때는 서로 정신이 없고요."(용준)
-합숙을 원래 안 했나요?
"네. 솔직히 1집 때는 회사에서 합숙시켜줄 만한 여유가 안 됐어요. 하하. 또 멤버들 집이 다 서울이라 그럴 필요도 별로 없었고요."(진호)
"합숙하면 부작용도 있어요. 우리처럼 멤버가 세 명이면 2대1로 편이 나뉘기 쉽거든요. 서로 너무 잘 알아도 피곤한 일이 많을 것 같아요."(용준)
-석훈씨도 고향이 서울인가요?
"아니오. 태어난 건 포항인데 다섯살 때 인천으로 왔어요. 고등학교까지 다 인천에서 다녔죠. 만월초-관교중-동인천고를 나왔어요. 지금은 오류동에서 혼자 자취하고요."
-인천이면 당구 점수가 꽤 짜겠군요.
"그렇지 않아도 150점 정도 치는데 다들 점수 올리라고 난리에요. 그런데 제가 볼 땐 서울 사람들이 자기 점수에 너무 관대한 것 같아요. 잘 치지도 못하면서 점수만 높은 것 같거든요. 윽, 돌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네요."(석훈)
-부모님은 뭐하세요?
"아버지는 건설쪽 일하시고 어머니는 전업주부세요. 저 어릴 때 아버지가 중동에서 일하셨는데 그때 엄마 혼자 저희 남매 키우느라 고생 많이 하셨어요. 누나가 첼로를 배웠는데 아마 저희집 재산 절반은 누나가 다 거덜냈을 거예요. 자식들 기 안 죽이려고 부모님이 끝까지 공부시켜주셨어요. 정말 세상 부모님들은 다 대단한 것 같아요."(석훈)
-앨범 많이 팔았는데 두 사람은 돈도 많이 벌었겠죠?
"신인 때에 비하면 정말 과분한 액수를 벌었죠.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도는 아니에요. 역삼동에서 부모님, 여동생과 전세 아파트에 살아요."(용준)
"저도 장안동에서 전세로 삽니다. 제가 엄마를 신사임당이라고 부를 만큼 존경하거든요. 아들이 돈 버는 걸 몹시 불쾌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세요. 지금도 옛날에 살았던 중곡동 신성슈퍼 가셔서 장을 보고 5000원짜리 바지를 싸게 샀다고 자랑하세요. 그럴 때마다 '엄마, 아들 마음 아프게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소용 없어요. 저는 때가 조금씩 묻고 있는데 엄마는 전혀 안 변하세요. 그래서 엄마인가 봐요."(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