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행해 준 남자。
연민일까요? 사랑일까요?
두 볼에 조용히 흐르던 그녀의 눈물이 자꾸만 생각이 납니다.
제게 젖은 눈을 보이지 않으려
창밖만 바라보며 서울까지 온 그녀가 자꾸 마음에 걸려요.
울고 있는 줄 알면서도 제가 눈치 채지 못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아...
그냥 모르는 척 해주었습니다.
며칠 전 가게에서 유선 방송으로 드라마 재방송을 보고 있는데,
그녀가 전화를 해왔습니다.
전, 초등학교 앞에서 작은 팬시점을 하고 있거든요.
전화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어요.
그리움도 외로움도 묻어있지 않은 밝은 목소리였습니다.
"나랑 5월 8일 날... 어디 좀 가 줄래?"
"그 날 저녁 땐 부모님이랑 공연 보러 가야 되는데..."
"그럼 오전에 차로 좀 데려다 줘. 부탁해"
그래서 어딜 가려고 그러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 때 마침 손님이 들어와 클립을 찾는 바람에
이따가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고는 일단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건망증이 심해서 새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일찍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난 니 가게 앞이야. 천천히 준비하고 나와. 기다릴게"
그래서 세수만 겨우 하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갔더니,
그녀가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서 있더군요.
손에는 하얀색 카네이션을 한 다발 들고,
"늘 아빠랑 같이 갔었는데, 아빠가 일본 출장을 가셨어.
혼자가면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누구랑 같이 가고 싶은데... 생각나는 사람이 너밖에 없더라구"
처음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그녀에게 엄마가 안 계신지 전혀 모르고 있었거든요.
대학교 때부터 친구였는데,
그걸 모르고 있었다는 게 당황스럽고, 미안했습니다.
우린 같은 영화 동아리였거든요.
그녀의 어머니를 뵈러 가는 길에, 처음으로 그녀와 깊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어린 시절 이야기, 엄마 이야기, 직장 이야기...
엄마 앞에 도착한 그녀는 가방에서 책 한권을 꺼내 놓아드렸습니다.
젋은 큐레이터가 쓴 미술에 관한 책이었는데,
엄마가 그림을 좋아하셨다는 얘길 하면서... 눈물을 글썽였어요.
저도 그녀의 어머님께... 친구 자격으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다음엔 남자친구 자격으로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녀가 자꾸 보고싶거든요. 자꾸 생각나거든요.
사랑이 사랑에게 말합니다.
지금 싹트고 있는 그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라고,
사랑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솔직함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