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 유명 작가의 개인전 오프닝 퍼포먼스를 주목하게 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금 이곳에는 의도적으로 창녀가 초대되었습니다. 그녀는 오늘 있는 미술 전시 개막행사에 3시간 참석하는 조건으로 한화60만원을 작가로부터 지급받습니다. 이 순간 여러분 사이를 유유히 걸어다니며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이 창녀가 누구인지 찾아낸 분은 작가로부터 그녀를 찾은 대가로 120만원을 지급받게 됩니다.
창녀를 찾아봅시다
위의 지문이 벽에 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누군가에 의해서 '이'세계에 들어선 이방인의 존재가 드러나게 된다. 신원을 밝혀낸 사람은 갤러리 인턴직원으로 작가로부터 상금을 받게되고 매춘 여성도 소정의 '임금'을 손에 쥔채 전시장을 뜬다.
이 썩 유쾌하지않은 논란의 주인공은 상명대 무대미술과 정교수를 역임중이며 수많은 국제 비엔날레의 참여작가로서 해외에서의 전시일정이 계속 잡혀있는 나름 이 판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있는 김홍석 작가다.
그는 소통의 단절과 자본주의의 폐해를 자양분삼아 양산된 부조리등을 파격적인 시도의 믹스미디어 작품들로 표현하며 잔뜩 뒤틀려져있는 사회 전반적인 모순들을 투영해내고자 노력한다.
이번 담론이 불거지기전까지는 적절한 은유와 풍자로 매회 성공적인 전시를 일궈내었으나 '밖으로 들어가기' 라는 헤드라인을 내건 올해의 개인전은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창녀와 갤러리.
이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어보이는 소재들은 극렬한 문화적 거리감을 지닌 채 바닥으로 내팽겨진 인권의 풍자와 해학이란 의도의 퍼포먼스로 빚어졌다. 그리고 다음날 결코 우호적이라 할수없는 기사들과 빗발치는 항의성 전화의 쇄도는 작가의 의도가 관객의 심중을 교묘히 비켜나갔다는것을 증명했다. 각종 여성단체와 인권단체은 일제히 작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드높였고 한 여성단체는 연대성명서까지 발표한다.
전부터 제도권의 구조적 문제들이며 자본주의 체제안에서 자행되는 온갖 비윤리적 행위들을 작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직접 실험해보임으로서 그 연극에 신랄한 논리의 정치적 장치를 안착시키는 작업은 계속해서 있어왔다. 그것이 방법론적으로 접근이 용이하지 않고 또다른 쟁점을 배가시키는 의도하지않은 효과를 낳았을지라도 그중의 몇몇은 작품의 완성도를 인정받아 그 생경한 도발을 정당화시키기도 하였다.
하지만 김홍석의 퍼포먼스가 그와 같은 경우가 되기엔 기반이 되는 팩트와 설정이 빈곤하기 짝이 없다.
그의 작업들은 진실의 가면을 쓴 거짓들의 표상이 주 관람포인트라고 할수있는데
그 주제는 대부분 공공연하게 널리 퍼진 이슈거리들을 구체화시킨것으로 굳이 비판의 잣대를 들이밀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암묵적으로 용인되고있는 불편한 화두가 수면 위에 떠오르고 그것을 기정사실로서 직접적으로 대면하게 됐을때, 전형적인 계급사회의 일원인 관객들이 작가의 아방가르드한 철학적 맥락을 짚어보는것을 먼저로 했을지, 아니면 당혹스러움과 불쾌함을 느낀것이 먼저였을지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그는 끝까지 거짓 안에 작업들을 예속시키는것을 일관했어야 했다.
계급의식이 강력하게 발현된 창녀찾기 소동과 싸구려 물질 만능주의가 빚은 상쇄작용은 언론의 민감한 대응만 불러 일으켰을뿐 작가가 의도한 미학적 완성으로 산화되기엔 무리수였다.
거짓으로 찬사를 받던 작가가 어느 한순간 진실을 불러왔을뿐인 일탈적 행위는 비인간적 메타포의 무감동한 실재화 수준으로 불발하는데 그치고 만다.
노동단체와 인권단체가 있지만 한 사람의 인생조차 구할 수 없다는 점을 작품으로 전달했습니다 라는 기획자의 뜻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직업적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않은 채 매춘여성을 등장시킴으로서 계층간의 단절을 야기시켰다는것은 정치적 올바름을 외치는 작가의 속성에 배반하는, 위악의 모양새를 형성하고있다는것으로밖에 판단되지않는다.
사실 그건 그야말로 120만원짜리 퍼포먼스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상당히 과도하게 확대된, 포장할 생각도없이 전면적으로 오픈된 정치적 시각화에 부담이 이는것 말고, 그 어떤 심미적 유희가 곁들어있다는건지 나로서는 당최 의문이었다.(양성구유의 토르소작업)
이 해프닝에 관한 오마이뉴스의 기자가 쓴 기사의 마지막 문구가 매우 인상적이다.
'인권단체도 구하지 못한' 성매매 여성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직접 묻지는 못했다.
왜곡이 있다면 연락 주시면 좋겠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 혹시 민성노련(민주성노동자연대)에 재정지원하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기꺼이 연결해 드릴 수도 있다.
작가가 세상의 본연에 관한 그것을 대변하고 조명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대중들을 외면한 자신만의 혁신적인 세계관이 때로는 누군가들에겐 개인작업의 일환이 아닌, 지독한 상처가 될수도 있음을 인식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