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안녕하세요. 아르바이트 공고 내신거 보고 전화드렸습니다."-
차라리 스무살 때처럼 멋모르고 세상에게 덤벼 들었던 객기라면 지금 스물 일곱의 나이에 아르바이트란 쉬운 일이었을테다.
오랜 수험 생활 탓이었을까, 아니면 이제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보다 번듯한 직장을 가져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을까. 나이 먹어서 힘들고 시급 적은 아르바이트 하기 싫단 얘기는 안하고 싶은데 선뜻 예전처럼 하겠다고 말을 못하겠다.
멍청하게 보내는 하루가 싫어 심심하게 보내는 하루가 싫어 외롭게 보내는 하루가 싫어 벼룩신문을 찾는다. 으기적, 으기적.
처음 보는 사람과 팀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통량 조사 아르바이트를 함께 했다. 사람이 참 간사한게, 첨보는 사람인데도 일 하는 시간만큼은 가식적으로 자기 자신을 숨기고, 의미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ROTC 출신이더라, 집이 잘 산다 더라. 그렇게 잘 나가는 사람이 아르바이트는 왜 하누?
덕분에 일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우습게도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고도 4만원을 받으니, 하루살이, 과연 할 만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왜 하루살이를 경험하려 했을까. 돈이 필요했니? 아니.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였니? 아니. 그럼 도대체 왜 하루를 물흘려 보내듯 보낸거니.
의미없이 번 돈, 4만원은 결국 내 지갑에서 하루를 버티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수십번은 경험한 지긋지긋한 인터넷 원서접수를 또 클릭한다.
제길, 원서접수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다.
-2008년 7급 공채 접수하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