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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이 더 강력합니다.

강병준 |2008.06.09 22:56
조회 34 |추천 0

어제 시위에 참석을 못 했는데,

 

저녁에 뉴스에서 폭력시위 영상이 보도되는 걸 보고 놀라서,

 

"내일 시위자 수 확 줄겠구나" 싶어서

 

저 한 명이라도 더 보태려고 오늘 저녁에 시청 앞에 나가 봤습니다.

 

여섯 시가 다 됐는데도 서울광장 내에 군중이 형성이 안 될 정도로 인원수가 적더군요.

 

사람들이 이리 저리 흩어져서 돌아다니기만 하고, 잔디밭 한가운데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나마 집회가 시작할 무렵에는 대한문 앞에서 시위하던 금융노조 분들이 합류해서

 

광장 잔디밭이 어느 정도 채워졌습니다마는,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보행자들이 통행에 거의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군중 규모가 작았습니다.

 

제가 처음 시위에 참여했던 게 6월 3일 화요일이었는데요,

 

같은 평일이었던 그 때와 비교해도

 

체감상 30~40%정도밖에 시민들이 참여하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금융노조원 분들을 제외하면 더 적겠죠, 아마?

 

기사에 '몇천 명'이라고 나오는 걸 보니, 집계상으로도 확실히 적었나 보네요.

 

 

지금까지 시위대와 전경 사이의 눈에 띄게 큰 충돌은 딱 두 번 있었습니다.

 

5월 말~6월 초 쯤에 한 번,

 

그리고 어제 한 번입니다.

 

같은 충돌이어도 그 결과를 보면 차이가 크죠.

 

5월 말의 충돌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문제 의식을 느끼면서도 시위에는 무관심하던 시민들을

 

시위 현장으로 대거 끌어들여

 

촛불 집회가 범국민적인 저항 행동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어제의 충돌은 시위 참여에 대한 공감대에 찬물을 끼얹어

 

시민들을 직장과 학교로 되돌려보내고 반시위 세력들의 사기를 북돋아주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차이는 딱 한 가지입니다.

 

5월 말에는 전경이 때렸고, 어제는 당신들이 때렸습니다.

 

 

현장에 있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아냐,

 

전경이 먼저 공격한 거다, 내지는 프락치가 선동했다,

 

이런 식으로 변명하지 마십쇼. 다 압니다.

 

시위에 참여하시는 사랑하는 우리 국민 여러분, 시민 여러분, 생각해보십쇼.

 

당신들 배후 있습니까?

 

당신들 남파 간첩들한테 선동당했습니까?

 

아니면 이적단체나 소위 좌익언론한테 선동당했습니까?

 

그런 거 아니잖아요. 당신들 스스로 촛불 든 거잖아요.

 

당신들은 당신들 스스로에 의해서만 '선동'되는 주체적인 존재입니다.

 

당신들은 누가 선동한다고 거기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알잖아요.

 

지금까지 당신들도 그렇게 주장했잖아요.

 

그러면 어제 버스 부순 것도 당신들이 주체적으로 한 행동입니다.

 

 

물론 거기에 대해서 무조건 비난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저도 압니다.

 

전국민이 한 달이 넘도록 외치고 여론조사 결과가 하한선을 기는데도

 

지들이 무슨 북한 지도부인 양 일말의 변화도 보이지 않는 현 정부가 문제죠.

 

그리고 평화적인 가두행진(왜냐면 최소한 행진 도중에 폭력은 없으니까)을 하려 할 때마다

 

전경버스로 싹 가로막고 안전한 데서 구경하며 배짱 부리는 전경들 보면

 

당연히 화 낼 수밖에 없죠. 화 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자연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화를 자제하고 촛불의 평화로서 이기는 게 우리 민주 시민의 저력 아니었습니까?

 

때리고 싶고 부수고 싶어도 참으면서 "비폭력, 비폭력" 외치는 게 우리 시위의 힘 아니었습니까?

 

전경이 때리면 울더라도 맞고, 전경을 때리려 달려드는 사람이 있으면 오히려 시민이 막아주고,

 

그런 모습이 오히려 물리적인 폭력보다 더욱 강력한 파괴력을 지녔던 것을 저는 기억합니다.

 

 

보십시오, 단지 버스 한 대가 부서졌을 뿐인데

 

반시위 세력은 각 포털의 뉴스와 토론 게시판에서 상당한 추천수를 얻고 있습니다.

 

폭력 시위가 계속될수록 반시위 세력은 더욱더 명분을 얻게 될 것이고,

 

그러면 시위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되어 시위 참가자가 갈수록 줄어들 것이고

 

시위의 맥이 끊기게 되면 결국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현 정권은 반서민적 정책을 펴나갈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 폭력은 무력합니다.

 

부디 평화와 끈기로 싸워나가시길 바랍니다.

 

생업에 지장 받아가며 시위 하느라 고생 많으시겠지만,

 

현 정권을 변화시키지 못한 채 4년 반을 지내는 것보다는 덜 고생스러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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