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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 #145

강재진 |2008.06.12 17:07
조회 82 |추천 1


 

 

- 어머, 뭐냐 쟤들 쟤네 무슨 딸 키우냐?

 

- 그러니까 내 말이 저 여자애는 혼자서 길도 못 건너나보지? 하, 웃겨.

 

눈골이 시어 입까지 뾰족해진 두 여자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한 커플이 앉아있습니다.

솔로인 그녀들의 염장을 지르기에 충분한 포즈.

서로의 손을 만지작 거리다 못해 아예 주물럭거리고 있는 두 사람.

남자는 여자에게 목매인 당부를 하는 중입니다.

 

- 그리고 너, 버스탈 때 미리 좀 내려서지 마. 위험하잖아.

신호등 파란 불로 바뀐다고 제일 일등으로 튀어나가지도 좀 말고,

어, 특히 모퉁이 있는 건널목은 더 조심해야 돼. 우회전 하는 차들이 급하게 올 수도 있거든.알았지?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 그 옆에선 난리가 났겠죠?

어머, 왠일이니, 왠일이니. 아니 이게 왠 단장의 미아리고개 시추에이션. 허, 재수없어.

입이 태평소가 된 두 여자가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든 말든

커플은 계속 단장의 미아리 고개 재연하고 있습니다.

 

- 소주는 세 잔까지만 마셔야 되는거 알지?

 너 그리고 맥주는 한 병 넘게 마시면 진짜 안된다. 더 마시면 우리 애기 힘들잖아.

혹시 술 많이 마시게 되더라도 나 보고싶다고 울거나 그러지는 말고.

울면 내 마음이 어떻겠어. 응? 아, 내가 널 두고 어떻게 가니 정말 가기 싫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급기야 커플의 여자가 울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쯤 되자, 옆에서 입이 아프게 욕을 하던 솔로 그녀들도 괜히 숙연해지기 시작하죠.

 

- 야, 야, 남자가 어디 가나봐. 그..그..그러게. 군대가나?

 

- 야, 군대 가기엔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데?

 

- 어머머, 야, 고시 공부 하다가 늦게 갈 수도 있잖아.

 

- 어머, 그렇구나. 어머, 안됐다. 어떻게 하니.

 

그 후로 이어지는 외로운 그녀들의 먼 기억속으로의 여행.

그래, 나도 저랬지. 남자친구 군대 보내던 날 많이 울었지.

그때 논산에서 서울 돌아오는 길은 얼마나 아득했던지..

 

두 여자가 완전히 커플의 슬픔에 잠겨들어 덩달아 눈동자가 아련해 질 무렵,

문제의 커플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여자의 손을 다시 한 번 힘주어 잡은 남자가 말하길,

 

- 그래도 잘 참아 줄거지?

나 금요일에 꼭 돌아올게 그때까지 아프면 안된다. 기다릴 수 있지?

 

그러자, 커플의 여자가 대답하길,

 

- 흑, 3박 4일은 정말 너무 길어. 으앙..

 

오늘은 월요일이었는데, 금요일에 꼭 돌아온다는 남자.

그것도 못 참겠다고 우는 여자.

그리고 그들 뒤에는 분노로 쓰러진 두 여인이 있습니다.

 

- 어, 3박 4일. 난 독수공방 3년 4개월이다.

진짜 이 사람들 뭐 하는 짓이야.

 

우리 사이엔 3박 4일의 이별도 길다. 아니, 3분 4초도 길다.

꼬꼬댁 꼬꼬.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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