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향 차이의 재발견
“남자친구랑 정치적 성향이 전혀 달라요. 지난 대선 때도 특정 정당의 후보를 찍으라고 자꾸 그래서 몇 번 싸웠었고요. 그래도 그냥 뭐 어찌어찌 넘어갔었는데 이번에 촛불 집회 나간다니까 좌파라는 둥 아예 정치판으로 나가라는 둥 어찌나 궁시렁 대던지... 만나면 계속 싸우기만 할 것 같아서 ‘너 혼자 다 먹으라’고 하고 그냥 헤어졌어요.” 이유진(22, 대학생)
“협상엔 저도 불만이 많았어요. 하지만 제가 집회에 나간다고 바뀔 거라는 생각은 안해요. 취업 준비다 뭐다 할 것도 많고요. 근데 여자친구는 이해를 못해요. 지금 생존권에 위협이 있는데 취업이 다 뭐냐고. 어차피 시간만 나면 집회에 달려 나가는 통에 만난 지도 좀 돼서 이러다 자연스럽게 헤어질 것 같아요.” 이상국(28, 대학원생)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부쩍 싸우는 커플이 늘어났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커플도 있지만,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커플은 결국 이별을 맞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목격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소개팅 조건으로 ‘정치적 성향이 맞는 사람’을 원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숨어있는 보석의 재발견
“얼마 전에 물대포 쐈을 때 추워서 얼어 죽는 줄 알았는데 옆에서 물 막아주고 옷 벗어서 덮어주고 하신 분이 계셨어요. 어찌나 고맙고 든든하든지... 그전까지는 닉네임만 알고 있던 인터넷 동호회 분이었는데 그 뒤로는 각별하게 느껴지더라구요. 힘들 때 날 지켜줄 수 있는 남자라는 믿음이 생겼달까? 사람은 역시 겪어봐야 아는 것 같아요.” 황현미(26, 직장인)
“요즘처럼 예비역이 멋있어 보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이제까진 복학한 예비역 선배들이 꼭 아저씨 같았거든요. 그런데 시민 지키려고 온 몸으로 막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 이젠 군복만 보면 저절로 박수를 친다니까요. 앞으로는 예비역 선배들이 달리 보일 것 같아요.” 김지연(22, 대학생)
그곳이 어디라도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다보면 자연스레 연정이 싹트기 마련. 촛불 집회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힘든 순간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경우엔 더욱 각별한 감정을 가지고 만남을 가진다고. 집회의 다크호스 ‘예비역’도 여성 시민들로부터 전에 없는 응원을 받는 중이다.
데이트의 재발견
“요즘 데이트는 집회를 겸해서 매번 광화문에서 합니다. 분위기도 잡아보고 싶은데 상황이 안 도와주니까 별 수 없죠. 10월에 결혼하는데 나라에서 국민 얘기 좀 들어줘서 저희 분위기 있게 데이트 좀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박진수(30, 직장인)
“얼마 전에 소개팅으로 만난 여자 분하고 일주일에 4번은 만나요. 보통 때 같았으면 약속 정하랴 뭐하랴 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였을 텐데 요즘엔 특별히 약속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퇴근하고 광화문으로 나가니까요. 덕분에 만난 지 보름밖에 안 됐는데 두 달은 만난 것 같아요. 촛불 든 모습 정말 예뻐요.” 김상현(26, 대학생)
자연스럽게 집회가 열리는 도심으로 발길을 옮기는 커플들. 좀 불편하긴 하지만 예전보다 더 자주,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데다 국민으로써 뜻도 표현하고 데이트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집회 데이트의 장점을 전파 중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빨리 상황이 종료되어 이제 몸도 마음도 편하게 데이트 하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