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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 #164

강재진 |2008.06.15 14:29
조회 82 |추천 1


 

 

- 오빠야?

 

벨소리 한번에 와락 전화를 받는 여자. 기대에 찬 목소리.

머뭇머뭇 겨우 전화를 걸었던 남자는 그만 더 어깨사 움추러들며,

 

- 어.

 

남자의 힘없는 한마디에 모든 상황을 다 알아차린 여자.

터져나오는 한숨을 겨우 참아내며, 여자는 오히려 더 밝은 목소리로.

 

- 오빠, 근데 왜 힘이 없어. 설마 벌써 붙으려고 생각했던 건 아니지?

에휴, 취직이 그렇게 쉬우면 누가 못해, 안그래? 응?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대꾸도 없이 가만히 전화기만 들고 있는 남자.

' 이사람이 얼마나 실망했을까?

나한테 또 떨어졌다는 얘길하는 게 얼마나 어려웠을까?'

여자는 그 침묵이 너무 마음아파서 숨쉬는 것도 잊어버리고 계속 쫑알 쫑알 쫑알.

 

- 그래도 오빠 영어 성적이 많이 올라서 이번에 면접까지 봤잖아?

면접도 자꾸 봐야 느는거래. 다음엔 최종면접까지 갈꺼고 그 담엔 붙겠지 뭐. 그치?

오빠 근데 배 안고파? 안고파? 응? 나 고픈데.

오빠 우리 떡볶이 먹을까? 만날까? 어디야? 지금 나갈까?

 

대학로 한 매운 떡볶이 집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여자는 떠드느라, 남자는 입맛이 없어서 떡볶이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 오빠, 이럴 땐 매운게 최고래.

왜 쌈닭도 힘 빠져 있으면 고추장 먹이고 그러잖아.

그러니까 오빠 떡볶이 많이 먹어.

 

식당을 나와 손을 잡고 흔들흔들 길을 걷던 두 사람.

그때까지도 뭐라, 뭐라 입이 아프도록 떠들고 있던 여자.

추워서 코가 빨개진 여자를 보다가 남자는 잡은 손에 힘을 꼬옥 줘봅니다.

 

- 내가 취직만 되면 진짜 열심히 해서 돈도 열심히 모아서,

우리 큰 집에서 보일러 많이 틀어놓고 뜨뜻하게 살자.

 

오늘 남자가 한 말중에 최고로 긴 문장.

' 아, 이제 맘이 좀 풀렸구나.' 여자는 그제야 안심을 합니다.

그리곤 자기도 손에 힘을 꼬옥 주면서,

 

- 치, 난 싫어. 그렇게 큰집은 청소하기 힘들잖아.

 

그러면 남자는,

 

- 내가 청소하면 되지. 누가 너 시킨대?

 

- 청소 오빠가  할거면 우리 마당도 넓게 만들자.

우리 수영장도 만들까? 아기 그네도 달자. 다 좋은데, 청소는 꼭 오빠가 해야돼?

 

두 사람에게 행복은 함께 꿈꿀 수 있다는 것.

같이 꿈꿀 수 있는 내일이 있다는 것.

앞으로 점점 더 행복해질.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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