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에게 전화를 걸고 싶다.
어떻게 걸까?
뭐라고 걸까?
어떤 목소리로 걸까?
아주 사무적인 핑계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니가 생각나서 한 게 아니라 이러이러한 일 때문에 한 거라고,
근데 그런 핑계거리가 있을리가 없다.
있다 해도 결국엔 니가 생각나서 한거라는 걸 모를리가 없다.
그래, 까놓고 말하자.
니가 생각나서 했다고, 그럼 신경질을 낼까?
전활 안하니만 못한 얘길 듣게 될까?
혹시, 혹시 전혀 예상밖으로 내 전활 반갑게 받아줄 수도 있지 않을까?
내 마음속에 두 사람의 내가 싸운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럴 수도 있다.
내 마음속에 두 사람의 내가 싸우다가 한 사람이 이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난 그녀의 번호를 눌러 버린다.
내 전화번호가 뜨면 받지 않을거란 생각은 왜 못했을까?
가장 기본적인건데, 가장 먼저 예상할 수 있는건데,
바보다. 그걸 왜 생각 못했을까?
차갑게 받을거란 예상만 하다니, 차갑게 안받을거라는 생각을 했어야 되는데,
목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거절.
지금 끊어버린다고 해도 이미 그녀의 전화기에 내 번호가 떠 있는 상태.
내 귀에 들려오는 통화연결음은 한 바퀴 돌아서 다시 반복.
난 그녀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진다.
내 번호를 확인하고서 받지 않는 그녀의 모습.
하나도 안 바쁜데 충분히 받을 수 있는데,
내가 포기하고 끊어주길 기다리는 그녀의 모습.
'여보세요..'
근데 수화기 저편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꿈결처럼 튀어 나왔다.
내가 예상했던 거 몇갠 틀렸지만 그래도 난 바보가 아니다.
나머지 예상들은 거의 맞았으니까.
내가 버벅거릴 거라는 거.
우리 둘의 대화는 이어지지 못하고 뚝뚝 끊어질 거라는 거.
보고 싶단 말은 끝내 하지 못할 거라는 거.
그런 예상 다 맞았으니까.
심지어 나는 준비했던 말까지 했으니까.
술에 취하지 않았다는 걸 알려주려고 또박또박 이렇게.
'미안해. 다시는 이러지 않을게.'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