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CEO출신 뽑았더니 효율성만 따져"
기사입력 2008-06-1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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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세상이 어찌 돼 가노."
연일 잇따르는 촛불집회에다 화물노조 파업으로 도심을 운행하던 컨테이너트럭 운행이 뚝 끊기자 부산시민들의 표정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16일 낮 1시께. 부산시 한복판 서면의 뒷골목 한 식당에는 작업복 차림의 40~50대 남자 3명이 대낮부터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들은 화물노조원 김모씨(48)와 선후배 사이로 화물차 파업을 계기로 오랜만에 만났다고 했다.
김씨는 "부산서 서울까지 한탕 해도 기름값 제하면 적자를 보는데 차라리 차를 불태워 버리는 게 낫지 운행하면 뭣 하노"라는 푸념과 함께 소주잔을 벌컥 들이켰다.
옆에 있던 그의 선배는 "우리는 더 딱하다. 트럭운행이 중단되니까 공사판에 자재공급이 안 돼 날품 파는 막일꾼은 작업을 못해서 굶어죽게 생겼다. 대통령이 이런 꼴 알기나 하겠냐"며 대꾸했다.
또 다른 일행은 "CEO대통령 뽑으면 나라살림 잘 챙길 것이라 믿었는데 투표용지 인주도 마르기 전에 나라가 엎어지게 됐다" 며 불안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그가 "화물노조는 어떻게 돼 가나"며 조바심을 털어 놓자 김씨는 "기름 값은 치솟고 정부도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서 어찌 될지 누가 알겠냐"며 "술이나 마시자"고 푸념했다.
CEO출신인 이명박 정부의 모든 정책에는 경쟁과 효율성만 있지 장관이나 측근들이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섬기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국내최대 항만도시 부산항이 물류대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유류값 폭등에다 쇠고기 수입파동에 따른 불신과 이른바 '강부자 내각'에 대한 반감 등 악재가 겹치면서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아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파업사태는 예고된 것인데도 정부당국과 부두 운영사와 운송사들이 안이한 대처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파업을 앞둔 지난 10일 부산해양항만청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당국은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해도 부산항의 컨테이너 수송 차질은 평소 1일 물동량의 28%인 하루 7870TEU(20피트 컨테이너)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화물 수송도 화물연대 가입차량이 전체 차량의 3.4%에 불과해 수송차질은 미미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부산시도 컨테이너 차량과 일반 카고 등 1만5600여대의 등록차량 중 화물연대 소속은 컨테이너 차량 1000대와 일반 카고 800대 등 1800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파업 나흘째인 16일에는 컨테이너를 쌓아둘 야적장이 모자라 항만기능이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놓여 있다.
부산항은 이날 화물 반출입량이 보통 때의 27% 수준에 그치고 컨테이너 부두의 장치율도 정상적인 화물처리가 가능한 한계치인 80%를 훨씬 웃도는 85.1%를 기록, 한계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날 오전 감만부두(BGCT)의 경우 장치율이 99.2%, 신감만부두 91.0%, 중앙부두 100% 등을 기록하는 등 북항의 주요 부두가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또 주요 컨테이너 부두에서 선적이 취소되는 화물 비율이 30%선을 넘어 수출화물 운송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컨테이너 차량의 운송률도 21.9%에 그쳐 화물 반출입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24척의 컨테이너 선박이 부산항에 입항할 예정이어서 컨테이너의 하역과 선적을 못할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
컨테이너 화물의 부두 밖 장거리운송은 전면 중단됐고, 군 투입 차량과 부두내에서만 이동 가능한 대형 야드트랙터 170여대를 동원해도 컨테이너 화물의 부두간 이동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촛불집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선 후 지난 1월에는 영어교육과 대운하문제, 2월에는 인사정책, 3월에는 공천파동 등 잇따른 인수위와 집권당의 시행착오로 빚어진 민심의 이반 현상은 이명박정부의 정권 교체론까지 들먹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해결전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서너 차례 촛불집회에 참가했다는 회사원 박모씨(36)는 "다양한 처지에 놓인 집회 참가자들이 이제는 문제만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해결 방안도 제시할 때인 것 같다"면서 "집회가 장기간 계속되면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두려워서 촛불집회에는 더 이상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