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http://www.newjinbo.org/board/view.php?id=discussion&no=10836 에 쓴
진중권의 후기입니다.
잠을 충분히 잔 것 같은데, 그 동안 누적됐던 피로가 덜 풀려서(그저 늙으면 죽어야...ㅜㅜ) 방송 들어가기 전에 엎드리기도 하고, 초반엔 눈만 뜨고 살짝 살짝 졸았습니다. 새벽 1시 경에 협상결과가 나오면 워싱턴을 직접 연결할 계획이어서 그랬는지, 광우병에 관한 애기가 너무 길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토론주제는 촛불집회였는데 말이죠. 그 후로는 여러분이 방송으로 보신 바와 같습니다.
방송에서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 주성영 의원이 네그리 얘기를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초기 촛불집회는 네그리가 말한 다중에 가까워 순수했다고 말하는 순간, 겉으로는 피식 웃음을 흘렸지만 속으로는 뒤집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한나라당의 의원 치고 나름대로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네그리까지 동원하는 모습이 가상하다고 해야 하나, 기특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송이 끝나기 직전 주성영 의원이 발언을 신청해, '허위보도에 따른 명예훼손'(?)에 유감을 표하며 '그래도 잊어버리겠다'고 나름대로 쿨한 태도를 보이더군요. 그 정도의 발언은 예상하고 나왔으리라 믿었는데, 개인적으로 놀랐던 모양입니다. 국회의원은 공인이고, 또 '대구의 화끈한 밤 문화' 발언에 관해서는 당시에 나온 보도들이 인터넷에 널려 있으니, 그 분이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을 겁니다. 게다가 제가 주어를 생략해서 발언을 했거든요.
방송 끝나고 나서 그 분과 악수를 하다가, 그 고대녀에 관해 그 정도의 내용은 이미 인터넷에 다 알려져 있다고 말해줬지요. 그리고 그녀의 신상을 밝혀낸 것도 인터넷의 문화라고 덧붙였습니다. 나름대로 '폭로'를 하겠다고 회심의 카드로 준비해 온 모양인데, 김이 팍 새버렸지요. 그 정도의 정보력도 없는 것을 보니, 의원이나 보좌관이 인터넷 분위기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복학 사실도 모르고 발언을 하는 바람에 자기가 허위사실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처지가 되어 버렸지요.
지금 그 분, 홈피가 다운된 모양인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다른 견해를 말할 자유는 있는 만큼, 가능한 한 폭언이나 욕설은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방송 끝나고 얘기해 보니, 나름대로 진솔한 측면도 있는 분입니다. 방송 끝나고 대화도 비교적 화기애애했구요. 비록 상대편이었지만, 논리적으로 불리한 입장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니, 그 부분에 대해 격려도 해주는, 그런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방송 끝나고 나서 돌아와 잠을 자고 일어나 오후에 은행에 가서 분실되 카드 두 개를 다시 만들고, 점심으로 순대국을 먹고 돌아와 다시 여의도 MBC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좀 쉬려고 했는데, 컬트조가 이미 광고를 내보냈다고 채근을 하네요. 그 바람에 또 출동을 해야 했지요. 횡단보도에 서서 마즌편에 있는 우리 카메라 팀을 기다리는데, 옆에 서 있던 뉴라이트 회원들이 제가 담배 피는 것에 대해 시비를 걸더군요. 순간 카메라가 도착하고, 인터뷰가 시작되었는데, 인터뷰이는 그런대로 얘기를 할만 했는데,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무섭게 굴더군요.
군복 입은 HID 회원들, 고엽제 회원들과도 약간의 몸싸움은 있었어도 큰 무리 없이 인터뷰를 했는데, 사복을 입은 할아버지들은 아예 인터뷰가 불가능할 정도더군요. 지팡이로 찔러대고, 손으로 등과 허리를 꼬집어대고, 발길질을 하고, 손에 든 물건으로 머리를 때리고... 좀 아프긴 했지만 부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주위에 엄호를 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그렇게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계속 인터뷰를 하려고 하는데, 경찰이 제지하더군요. 그래서 약간 항의를 하다가 인터뷰를 포기했습니다. 듣자 하니, 어제 백분토론 때문에 그 분들이 매우 격앙됐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