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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강승구 |2008.06.23 11:26
조회 78 |추천 0

 자존심 따위도 버릴 만큼 두려웠던 내 앞의 생... 그것이 사랑이었던가요? 비참하고 쓸쓸하고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현실만 남기고 끝났다 해도 나는 그것을 이제 사랑이었다고 이름 붙여주고 싶습니다. 오래도록 움켜쥐었던 손을 펴자 모든 것은 은총이었습니다.

 

 &#-9;공지영&#-9;씨의 글을 읽었던 것은 병실에서 옆의 환자분에게 빌려빌려 읽은 &#-9;우리들의 행복한 시간&#-9;이라는 책이 처음이었고, 후에는 카톨릭 신자인 그녀의 여행담을 실은 &#-9;수도원 기행(?)&#-9;이라는 책을 접했다. 그 전에도 몇 권을 읽은 것 같은데 인상적으로 머리에 남은 것은 그 두권이다. &#-9;우리들의 행복한 시간&#-9;을 읽으면서 난 한참을 울었다기보다 가슴이 역하고 메스꺼워서 몇 차례 읽었다가 놓았다를 반복하였고 끝까지 읽어낸 것은 어찌보면 그녀가 그렇게 힘들게 그 책을 완성한 것처럼 나 역시 그렇게 홍역을 치루는 느낌을 가져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었다. 공지영씨의 책들을 읽으면서 그녀는 여리면서도 다분히 강한 여자고, 필체는 소녀처럼 한편으로는 귀엽고 소소하며 생기가 넘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문학도가 되고 싶어 시, 산문집을 들고 다니며 교내, 외의 백일장을 여러차례 응모했던 나에게 소설가, 작가라는 사람들은 우상이었다. 누군가 샤르트르의 &#-9;구토&#-9;라는 소설을 읽고 문학을 또 철학을 탐닉했다면 나에게 그런 소설은 헤르만 헤세의 &#-9;데미안&#-9;이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그렇게 나도 성장했고 책 끝의 주인공의 나이는 지금 나의 나이와 얼추 비슷할 것이다.

 사람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는 성숙해지지 않는다 생각하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용하고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지가 그릇의 크기라 생각하기에 역시 나는 여전히 편협하고 이기적이며 도도하다. 허나 위의 공지영씨의 글처럼 그런 나도 이제는 지난 시간을 또 사랑을 그대로 사랑이었다 이름 붙여주고 싶다. 지루했던 일상을 가슴 설레이게 해준 것도, 막연한 내일에 모래알만한 기대를 가지게 해준 것도, 뜨겁게 아파하고 후회하며 괴로워했던 것도 모두 다 그래 모두 다 사랑 때문이었다. 지옥같던 시간에 먼지만한 희망을 가지게 해준 것도 그 역시 사랑이었다. 어리고 여리고 지저분해서 상처를 주고 받으며 한편으로는 되게 너저분해 보이는 그런 시간들이었지만 그 역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요 한편으론 어쩔 수 없는 나약했던 내 단면이었다.

 &#-9;있는 것은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으며, 없어도 좋은 것이란 없다&#-9;라는 니체의 정언적 한 마디에 화살같은 희망을 얻어 지나간 또 괴로운 지난 날마저 긍정하니 보이는 것은 미래요 또 역시 사랑이다. 허나 앞으로도 역시 상처받고 상처주기를 반복할 수 있겠지만 조금은 나의 유약함을 알고 또 그것을 견대냈기에 그리 헛 살은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난 다시 사랑을 기대하고 또 사람을 기대한다. &#-9;사랑은 같은 곳을 보는 것이다&#-9;라는 유명한 작가의 한 마디가 기억이 난다. 허나 마주보지 않으면 그 역시 사랑이 아니기에 사람은 그렇게 부대끼고 살을 맞댄다. 흰 도화지를 하나님이 선물로 주셨다면 인간은 작은 붓을 길게 먹물에 담아 나름대로 색칠을 한다. 그 후로는 처음의 도화지처럼 밝지도 깨끗하기만 한 모습은 없다. 허나 그 붓은 하나의 그림을 작품을 담아낸다. 그 각자의 인생은 나름대로의 양감과 질감을 가진다. 망친 그림과 작품들을 후회하며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자 할 때 하나님은 준비해두셨던 새하얀 도화지를 한 장 쑥 내미신다. 내 그림 실력은 나름껏 늘었으리라 생각하며 기쁘고 감사하게 다시 붓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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