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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 #223

강재진 |2008.06.23 12:52
조회 105 |추천 2


 

 

남자는 버릇처럼 그녀의 집 앞으로 갔다.

1층. 2층. 3층..

이제는 한 층씩 세어보지 않아도 한 눈에 들어오는 그녀의 방 창문.

남자는 단숨에 그곳에 시선을 고정했다.

불이 켜져 있구나..

집에 있구나..

 

언뜻 커튼 너머로 까만색 그림자가 넘실거리는 것도 같았다.

방에 있구나..

아직 잠들지 않았구나..

그녀가 집에 있다는 것.

깨어있다는 것만으로도 남자는 안심이 됐다.

그리고 곧, 그렇게 안심하는 스스로가 우스워졌다.

집에 없으면 뭐, 다른 남자 만날까봐? 다른 사람 만나면 뭐, 누굴 만나도 내가 뭐랄 수 없는데,

 

남자는 몹시 전화를 하고 싶어졌다.

그러더니 몹시 그녀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집앞이야, 잠깐만 나와봐.

집앞인데 잠깐만 나올래?

집앞인데 잠깐만 나오면 안될까?

 

주머니속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혼자서 말도 만들어 보았다.

하지만 곧 결론은 내려졌다.

뭐라고 말하든 그녀는 나오지 않을것이다.

그 순간, 그녀의 창 커튼이 일렁거렸다.

창문을 여나보다. 잠들기 전에 환기를 하나보다.

 

남자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보일까?

더 잘 보이게 가로등 밑에 서 있을까?

그래봤자 안보이겠지.

 

남자는 결국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연결음이 들리는 순간,

뭐라고 말할지 제대로 정하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는 급히 전화를 끊어버렸다.

내 이름이 떴을까?

금방 끊었으니까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을거야.

하지만 부재중 표시가 남았으면 그녀는 뭐라고 생각할까?

 

남자는 그런 것을 생각하느라 담배만 몇 개비 축내며 같은 자리에 서 있었고,

그러는사이 창문의 불빛은 사라져 버렸다.

이제 자나보구나. 좋겠다. 넌 잠도 오나보네.

 

창문에서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떨군 순간,

남자는 완벽한 스토커가 되어버린 자기 자신을 발견했고,

지난 몇 시간동안 자기가 한 행동을 생각하곤 스스로에게 치를 떨며 집으로 돌아갔다.

 

나를 만나겠다고 그 새벽.

그 많은 것들을 준비해서 강원도 그 험한 부대까지 찾아오던 너.

이제는 집앞에서 전화를 해도 창문도 열어주지 않겠지.

하지만 그건 비난받을 행동이 아니지.

왜냐면 우린 헤어졌으니까.

 

비난받을 행동은 되려 오늘밤 내가 저지른 짓.

함부로 너희 집 앞으로 찾아가서 니 창문을 몇 시간이나 지켜보았던 짓.

한 때는 선물같았던 일들.

하지만 지금은 금지된 일들.

 

 

 

사랑을 말하다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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