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오래 혼자라 이젠 혼자 있는 게 오히려 당연해 보이는 남자.
그 남자는 실제로도 혼자서 아주 잘 산다고 합니다.
가 본 사람들 말에 따르면,
집도 깨끗하게 해놓고 사는 편이고,
냉장고에는 다듬에 놓은 파도 한단 들어있고,
장식품이 아니라 실제 사용중인 청소기도 한대 있다구요.
거기에 혼자 영화보기.
혼자 산책하기.
가끔 사람들은 신기해하면서 물어보겠죠?
- 야, 넌 안 외롭냐? 너 연애 같은 건 안해?
그러면 이 남자는 순 말도 안되는 대답.
- 연애? 돈 없어.
그리고 여기, 그에 못지 않게 혼자서도 잘 사는 한 여자.
그녀는 그런 남자의 몇 안되는 친구 중 하나입니다.
대학 때부터 쭉 친구였지만,
여자는 남자의 키가 마음에 들지 않고,
남자는 여자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둘은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친구로만 지내기로 약속한 사이죠.
두 사람이 오늘 안개에, 바람에, 낙엽에, 이렇게 완벽한 가을 밤.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 주고 받습니다.
- 넌 요즘 뭐해? 요가는 계속 해?
- 아니, 요즘은 밸리댄스 배워. 너는?
- 어, 난 그리스어 배워.
- 그리스어는 왜?
- 그냥 .. 심심하잖아..
- 하긴..
두 사람 사이에 그렇게 하나마나한 얘기가 오가는 사이.
옆에 있던 왠 아저씨가 요란하게 전화를 받습니다.
'뭐라카노? 알았다. 알았다. 알았다. . 고마해라, 쫌.
지금 드간다 안카나, 끊어라.'
잠시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
그런데 다음 순간, 갑자기 남자가 소주병을 품에 안으며,
고개를 떨구면서 기죽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 하아, 나도 저런 전화 받고 싶어..
오빠 빨리 들어와..
여자가 말을 잇습니다.
- 나도 그런 말 해보고 싶어..
오늘은 그이가 일찍 오라고 해서요..
두 사람은 다시 침묵.
잠시 후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냅니다.
- 우리.. 서로 그런 얘기나 해주고 살까?
여자도 조심스럽게 동의합니다.
- 그럴까..?
두 사람은 그렇게 시작합니다.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