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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 #239

강재진 |2008.06.25 15:09
조회 103 |추천 1


 

 

페르귄트라는 청년이 살고 있었어.

그는 가난한 과부의 아들이었지만 결코 가난하게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지.

야망으로 불타오르는 눈매와 강인하게 다문 입술.

큰 키와 넓은 어깨, 그리고 웅장한 목소리.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처녀 솔베이그는 그런 페르귄트의 약혼녀였어.

평생 눈을 치켜뜨는 법이 없었다는 착하고 고운 여자.

언제나 조용히 말하며 소리없이 웃는 그런 여자였대.

솔베이그는 언제나 페르귄트 옆에 있었지.

그래서 페르귄트는 너무 자주 그녀를 잊고 살았어.

원래 다들 그런 식이니까.

 

어느날 말을 타고 달리던 페리귄트는

혼례를 치르기 위해 마차를 타고 가는 한 아가씨를 보았는데 아주 아름다웠었나봐.

페르귄트는 그 아름다운 아가씨가 욕심이 났지.

그래서 그녀를 훔쳐 달아났어.

하지만 곧 실증이 났고, 그래서 육지를 버리고 배를 탔대.

세상을 떠돌며 인생을 멋지게 항해하기 위해서.

 

페르귄트는 멋지게 살았어.

어느 험준한 산에선 마왕의 딸과 함께 지냈고,

아프리카에선 추장의 딸과 청춘을 즐겼고,

한 때는 왕 못지 않은 재산을 모으기도 했고,

하지는 어느 날 금은보화를 실은 배는 가라 앉았고,

바닷 불에 비친 그의 얼굴은 주름이 한 가득.

열정처럼 청춘도 사라져 있었지. 그것이 세월이니까.

 

백발의 머리카락.

얼굴 가득 피어난 검버섯.

늙어진 페르귄트는 고향의 통나무집으로 돌아갔지. 갈 곳은 거기밖에 없었거든.

집근처를 걸어가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여인의 노랫소리.

 

' 그 겨울이 지나 또 봄은 가고 또 봄은 가고,

그 여름날이 가면 더 세월은 간다. 세월은 간다.

아, 그러나 그대는 내 님일세.. 내 님일세..'

 

그것은 솔베이그의 목소리였어.

한 평생 그 통나무집에서 페르귄트만을 기다려온 솔베이그.

그녀 역시 이제 백발의 노파.

그녀는 주름이 수두룩한 손을 내밀어 페르귄트를 맞이했지.

 

- 돌아왔군요. 피곤해 보이네요. 이젠 푹 쉬세요.

 

페르귄트는 솔베이그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그 길로 숨을 거뒀대.

솔베이그는 영원히 잠든 페르귄트를 위해서 끝까지 노랠 불렀지.

 

' 아, 그러나 그대는 내 님일세.

내 정성을 다하여 늘 기다리노라. 페르귄트.. 페르귄트..'

 

이것이 그 유명한 솔베이그의 노래.

 

한 때 나는 이 이야기가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었지.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 어떤것인지 몰랐던 시절.

나를 잊고 사는 사람을

나만 기억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 몰랐던 시절.

너를 사랑하기 전 혼자였지만 지금처럼 외롭지는 않았던 그 시절.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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