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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중:공공의 적 1-1

이훈 |2008.06.26 18:34
조회 845 |추천 2
강철중: 공공의 적 1-1 (강철중: 공공의 적 1-1) 감독 강우석 출연 설경구, 정재영 개봉 2008, 대한민국, 127분 펑점 기억에 남는 명대사 나는 깡패를 잡을 때는 이 놈이 이 세상 마지막 깡패라고 생각한다. 봐라. 이런 내가 널 놓치겠냐?

우리의 진정한 일그러진 영웅

 

  때때로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보면, 악당을 가차없이 해치우는 형사들의 모습에 통쾌함을 느낀다. 아무래도 현실 속에서는 그런 경찰들을 만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 그러나 사실 영화 속의 형사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아마도 그는 비리 경찰, 폭력 경찰 등으로 벌써 범죄인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포스는 정말 통쾌하고 짜릿하긴 하다. 도대체 이 이중잣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아마도 인권을 외치는 목소리 조차도 내면에는 악당에 대한 지독한 미움이 빙산처럼 잠겨 있나 보다. 아, 어리석은 이여!

 

  기억난다. 우리의 진정한 일그러진 영웅들 중에서도 가장 영웅다운 그, 더티 하리... 정말 그의 포스는 매그넘 44에서 내뿜는 총알마냥 그 어떤 범죄자도 산산조각 내버릴 것만 같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일그러진 얼굴과 짜증나는 듯한 그 눈빛. 아직도 화면을 가득 채워 나를 압도한다.

   

 

  미국의 더티 하리가 있다면, 우리에겐 바로 강철중이 있다. 물론 내뿜는 포스의 종류가 다르다. 더티 하리가 강력한 카리스마로 화면을 압도한다면 강철중은 무대포 정신으로 화면을 정신없게 만든다. 일단 머리 붙어 들이밀고 난 후 마구 물어댄다. 그리고 끝장을 보고 만다. 어떻게 보면 둘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더티 하리는 경찰의 모범이다. 비리도 없고 쓸데없이 욕도 하지 않으며 일반 시민들에게는 결코 함부로 굴지 않는다. 그러나 강철중은 작은 비리에, 약한 사람을 갈군다. 욕을 입에 달고 살고 옷꼬라지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둘 다 악당에 대해서는 결코 용서가 없다. 아니 악당보다도 더 지독하게 악당을 몰아치고 해치운다. 정말 통쾌한 두 형사의 액션은 볼만했다. 물론 코미디는 강철중의 한참이나 앞선다.

 

 

   그러나  이번 영화 "강철중;공공의적 1-1"은 귀환은 사실 "공공의 적"에 만났던 강철중을 내심 기대했던 나에게 약간 실소를 머금게 했다. 무대포 정신은 살아 있으나 어딘지 힘이 빠진 것 같기 때문이었다. 마구 물어대던 독이 어린 그가 아니었다. 적당히 눙치고 실실 쪼개고 설레발 쳐서 우려 먹고, 이게 악당인지 형사인지 모르게 했던 그가 사라지고 때로는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며, 때로는 정의감에 불타는 모범 경찰이 되어 왔다. 왠지 할아범 냄새가 난다. 아, 물론 여전히 허름한 옷차림과 헝클어진 머리결에서 느껴지는 포스는 대단했다. 그러나 일상에 찌들린 그는 약해진 것만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칼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기대했던 강철중은 아니었지만 또 다른 강철중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강철중은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다. 동네 양아치 같았던 포스는 사라졌지만 동네 아저씨 같은 포스로, 동네 아는 형 같은 포스로 다시 실실 쪼개며 너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는 말도 여전히 늘어 놓는다. 힘이 빠졌지만 대신 웃음이 대치되었다. 폭발하는 분노는 없었지만 이원술과의 싸움 도중에서 여전히 놓치지 않는 웃음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칼을 맞고도 싸우고 아픈 비명을 지르면서도 개그를 놓치지 않는다. 이전의 강철중이 무대포라는 그릇에 분노와 미친개를 담아두었다면 이번 강철중은 무대포라는 그릇에 웃음과 너구리를 담아두었다. 좀 다르지만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또 다른 즐거움을 만끽할 만했다.(추신...그래 역시 설경구와 딱 맞는 역이다. 설경구는 뭔가 모자란 자, 뭔가 부족한 자, 아픔을 가득 품은 자를 연기할 때 가장 멋있다. 우리 나라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강철중을 연기할 자는 설경구 밖에 없을 것이다. 최고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공공의 적으로 나오는 이원술이다. 정재영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연기한 이원술은 이전의 악당에 비해 확실히 독기는 빠졌다. 그러나 공공의 적으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지독한 악당 같지만 어딘지 모르게 서민의 모습을 보이는 악당이다. 강한 척 단신으로 적의 소굴로 뛰어들어 단판을 짓고는 진땀나게 도망치는 그의 모습에서, 아들과 주말농장에 가서 농사를 짓다가도 강철중과 한바탕 붙는 그의 모습에서, 마지막 싸움에서 멋진 주먹처럼 굴다가도 금새 야비해지는 그의 모습에서 새로운 악당을 볼 수가 있었다. 아주 나쁜 놈이고 미운 놈이지만 그래도 자꾸만 눈길이 가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가 서민의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물론 그래도 이원술은 공공의 적이고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할 놈이다.

 

 

  고등학생들에게 칼을 내 주고는 살인자를 만들면서도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그를 어찌 용서할 수 있겠는가? 강철중처럼 그를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다. 그렇지만 어쩐지 그가 불쌍하다. 그도 결국 살기 위해 아둥바둥 발버둥 치는 한낱 소시민이지 않을까? 아 자꾸만 변론을 하려는 생각이 든다. 저 놈은 나쁜 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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