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토 마고 양조 책임자‘폴 퐁탈리에’
1983년부터 와인 생산 맡아
400년 전통에 다양한 경험 더해
매년 변치않는 최고의 맛 선사
어느 한 사람이 26년째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것이다. 특히 와인을 만드는 것이라면 그 일은 매년 반복된다. 땅은 똑같지만 매년 기후가 약간씩 다르고 결과도 달라진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 만드는 만큼 일관된 스타일이 유지되는 것이다.
샤토 마고의 와인 양조 책임자 폴 퐁탈리에는 1983년부터 지금까지 샤토 마고의 생산을 맡고 있다. 그가 이 일을 맡기 이전에는 보르도의 위대한 양조학자로 일컬어지는 에밀 페이노(Emile Peynaud)가 스러져 가던 샤토 마고의 명성을 회복시켰다. 그가 죽고 나서 샤토 마고의 명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게 바로 폴 퐁탈리에의 능력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와인 애호가들이 아는 사람은 유명한 샤토의 소유주들이다. 샤토 마고를 소유하고 있는 코린 멘젤로풀로스는 세계적인 유명 인사이자 사교계의 거물이기도 하다. 이들이 영화배우처럼 화려하게 부각된다면 와인 메이커는 그 뒤에서 묵묵히 와인을 만들면서 대중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와인은 와인 메이커와 아주 닮게 된다. 수십년이라는 시간 동안 와인을 만들면서 같이 호흡하다 보면 인간과 사물이 서로 닮아가기 때문이다. 굳이 샤토 마고가 아니더라도 여러 샤토들을 다니면서 와인 메이커들을 만나다 보면 그런 유사성을 느끼면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메독 지역에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지는 채 500년이 되지 않았다. 샤토 마고도 400년 이상 같은 위치에서 일관된 스타일을 지키면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세대가 바뀌었지만 샤토 마고가 주는 우아함이란 대지의 반영인 것이다.
“우린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와인을 만든 게 아니에요. 어떤 건 바뀌기도 했지만 고스란히 유지되는 것들도 있죠. 그런 변화와 전통이 하나로 합쳐지는 거예요. 프랑스나 한국이나 자체의 고유성은 지난 1000년 동안 변하지 않았을 거예요. 만들다 보면 새로운 것이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그런 것들을 전부 사용해 보면서 비교하는 거예요. 과학적인 범위를 무시할 수는 없죠. 우리 밭에서는 좋은 산도를 지닌 포도가 나오는데 그걸 어떻게 하면 최고로 만들 것인가, 최고로 뽑아낼 것인가 하는 게 우리가 고민하는 바예요. 테루아르는 변하지 않아요. 그러니 와인도, 철학도 바뀌지 않는 거죠.”
폴 퐁탈리에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와인은 사람의 감성으로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경험과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서 하나의 와인이 갖고 있는 개성을 유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샤토 마고는 왜 뛰어난가. 그 본질은 땅에 있고, 그 뛰어남을 명확하게 와인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경험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오래된 경구가 있어요. ‘위대한 포도밭에서는 지롱드 강을 내려다볼 수 있다.’ 우리 마을 북쪽에서부터 밭이 경사져 내려와요. 집중도를 지니고 있는 마고 마을의 전형적인 테루아르죠. 지대가 약간 높고 남동쪽으로 경사가 져 있어요. 적당한 크기의 자갈들과 아주 작은 자갈들이 섞여 있는 토양이죠.”
2007년과 2004년 빈티지를 놓고 시음하면서 폴 퐁탈리에는 이렇게 표현한다.
“3년 차이가 나는 형제 같아요. 아주 비슷하지만 다르죠. 3년이라는 시간이 큰 차이를 주는 것처럼. 07에는 메를로를 별로 사용하지 않았고, 카베르네 프랑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많이 썼죠.” 매년 포도의 상태를 보면서 샤토 마고가 지니고 있는 우아함을 어떤 모습으로 보여줄까 결정을 내린다. 물론 폴 퐁탈리에 혼자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라 내부적으로 테크니컬 디렉터, 셀라 마스터 등이 같이 의논을 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갈지 결정하는 것이다.
좋은 와인이란, 위대한 와인이란 어떤 것일까. 그는 위대한 와인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대한 인물들은 자기가 어떻게 위대한지 드러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위대할 뿐이죠. 그들은 행동도 쉽게 합니다. 마찬가지로 위대한 와인도 마시기에 어렵지 않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이나 와인들이 자기를 더 드러내려고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