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우선 위원장님의 끝모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열정과 확신에 존경심을 표합니다. 그러나 현 촛불집회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저와 매우 다른 시각을 가지고 계시는 것 같아서 촛불집회를 초기부터 지켜본 대한민국의 대학생으로서, 비록 제게 보내신 편지는 아니지만 한 말씀 드려야겠다고 생각하여 답신을 올립니다.
위원장님은 촛불집회 반대 카페에 보낸 편지에서 촛불집회는 친북 반미세력이 주도하는 불법 폭력집회라고 규정하시면서 따라서 이는 대중독재의 산물이라고 쓰셨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우선 의문을 표명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촛불집회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집회”이며, 집회는 대한민국의 최고규범인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로 규정하는 기본권 보장의 대상입니다. 헌법에서는 이로도 부족했다고 생각했는지 제2항에서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더불어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하지 않는다고까지 명시하고 있습니다. 비록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는 본질적인 금지가 아니며, 질서유지인을 갖춘 경우에 경찰에서 기속재량으로 “허가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그러므로 야간에 도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한다고 이를 바로 불법으로 보는 것은 단순한 생각임을 우선 말씀드립니다.
위원장님이 아마도 경찰들을 포위하고 낫과 쇠파이프를 휘두른다는 언론 보도를 보시고 불법 폭력집회라고 말씀하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시민들이 이것을 가져왔을까요. 불행하게도 낫과 쇠파이프는 전경버스 안에서 있던 물건들이었습니다. 시민들이 청와대로 가서 이명박 대통령과 그야말로 “소통”하기 위해 전경버스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꺼낸 물건들이었습니다.
위원장님, 저는 시위에 참가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미약하게나마 법을 공부한 학생으로서 말씀드립니다. 현재 불법과 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것은 경찰입니다. 집회 참가자들의 절대 다수는 손에 촛불밖에 들지 않은 비폭력 시민들입니다. 예전에 비판받았던 시위들처럼 죽창이나 쇠파이프를 든 시위대가 아닌 것은 물론이며, 그 때와 비교할 수 없이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시민들이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인 것이 현재의 촛불집회입니다. 이러한 시민들이 모여 5월 2일부터 열일곱번이나 촛불집회를 가졌지만 돌아온 것은 “사탄의 무리”니 “주사파 빨갱이들”이니 하는 집권세력의 매도공세였습니다. 이에 분노하여 거리시위를 진행한 비무장 시민들에 대해 경찰들은 곤봉과 방패를 휘둘렀고 유리창이 터져나갈 세기의 물대포를 직격으로 발사했습니다. 이들은 무자비하게 시민들을 폭행하며 연행하고 변호사를 만날 권리도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거리에 나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행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5월 27일 시청광장에서는 경찰이 거리집회를 마치고 이동하던 시민들을 유인, 포위하여 백 명 넘게 집단적으로 연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에게 위원장님이 성숙한 시민민주주의의 조건으로 제시하신 “요구와 합의의 과정”이 통하리라고 기대한 국민들은 적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소통마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민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으로 아직도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것입니다.
위원장님, 위원장님은 또한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반미세력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기실 미국을 “통 크게” 믿어버리는 것이 현대 사회를 사는 데 있어서 편할 것 같은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善의 집결체도 아니며,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국가도 아닙니다. 예전에 저희가 미국에게 뼈를 제외한 쇠고기만 수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뼛조각과 다이옥신이 섞인 쇠고기를 보내오더니, 급기야는 갈비 통뼈를 상자에 담아 보내오기까지 하였습니다. 실수라고 믿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미국은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다섯 차례에 걸쳐서 우리와 맺은 위생조건을 위반하였습니다. 그뿐일까요. 미국 농무부는 자발적으로 쇠고기 전수검사를 하겠다는 크릭스톤 팜즈社의 제안을 거절하였을 뿐만 아니라, 농무부가 최우수 도축장으로 지정한 곳에서 생산된 쇠고기 제품 수백톤을 광우병 의심 때문에 리콜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이같이 미국의 불완전한 검역 체계와 리콜 사태는 미국민들도 불안감을 표시하는 것이며, 미국의 정치구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에 대해 충분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심을 표시하며 정부의 제대로 된 대책을 촉구하는 것이 과연 반미일까요?
위원장님, 대중독재는 대중이 일정한 이념에 편향되어 반대사실들을 용납하지 않고 반대자들을 무조건적으로 매도, 탄압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그러나 지금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두달에 걸쳐 쏟아진 자료들과 정부 대책들을 분석하고 합리적으로 성찰하였으며 이에 기반한 고민을 거쳐 급기야 거리에까지 나온 시민들입니다. 황장엽 위원장님도 인정하시겠습니다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고등교육율도 높고 지난 수차례의 독재에 굴하지 않고 저항하여 마침내 민주화를 이뤄낸, 똑똑하고 용기있는 국민입니다. 이러한 국민들이 두 달여간에 걸쳐 정부 대책에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해서 이것이 대중독재인가요? 오히려 반대자들을 고등학생부터 노인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연행하고 관변단체를 동원하여 테러를 가하고 공영방송에 가스통을 든 차를 들이밀며 위협하는 것이 독재라면 독재이지 않을까요? 위원장님이 편지를 보내신 카페의 회원들이 앞장서서 위장 빨갱이 노릇을 하다 네티즌들에 의해 적발되었다는 사실 또한 알려드립니다.
존경하는 황장엽 위원장님,
저는 위원장님의 과거 경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들에도 불구하고 모든 지위를 버리고 위험을 감수하며 대한민국으로 투신하신 것에 대해 감명받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위원장님이 이해하시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공권력은 국민이 위임한 권리이기에 법에 의해 제한되고 조심스럽게 행사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잘못된 협상과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시행할 때, 경찰력이 최소한도를 벗어나서 행사될 때, 국민은 스스로에게 주어진 이성을 활용하여 이에 저항하고 반대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이 위원장님이 추구하는 자유 대한민국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입니다. 만약 우리가 3.1 운동 당시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총칼과 작두에 굴복하였다면, 4.19 당시 경찰의 발포 앞에 굴복하였다면, 유신독재시절 당시 끝없는 고문과 납치에 굴복하였다면, 5.18 당시 공수부대원들의 총칼에 굴복하였다면, 1987년 6월 당시 최루탄과 물고문에 굴복하였다면, 오늘날과 같이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 헌법과 자유와 번영을 누리는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입니다. 시민들은 각자의 의견을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집회에 모여서 정당하게 표현하면서, 왜곡되고 취사선택되어 부풀려진 언론이 아닌, 정권에 의해 조종되는 여론이 아닌, 합리적인 의견과는 언제든지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에 대해 “광우병 폭도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진압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라는 황장엽 위원장님의 편지는 자유주의의 기본을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아서 실망스럽습니다.
저는 미국 민주주의의 기틀을 놓은 토마스 제퍼슨의 “만약 나에게 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 라는 말을 상기해 봅니다. 이 연약한 21세 청년같은 한국민주주의에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진실을 알릴 수 있는 언론의 자유입니다. 전라남북도를 제외한 모든 지방자치권력과 입법권력, 행정권력이 모두 한 당에 귀속되어 있는 작금의 대한민국 하에서 독재의 위험은 시민이 아닌 그 당에 있고, 언론의 자유는 더욱 더 시민의 기본권으로서 소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촛불집회는 소통과 반성을 거부하는 정부에 대해 이러한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도로 행사하는 시민의 마지막이고 절실한 수단이며, 이를 폭력과 연행으로 응답할 수밖에 없는 정부는 독재정부로밖에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폭력이 아닌 비폭력으로, 매도와 낙인이 아닌 합리성으로, 회의와 무력감이 아닌 의지와 용기로서 우리의 자유와 생명을 지켜 나가고, 마침내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7월 3일
어느 대학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