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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둔역, 고요한 시간의 힘

김현숙 |2008.07.04 17:18
조회 58 |추천 0

 

 

원래 목적지는 '간현'이었다.

대학 때 MT를 갔었던 기억을 떠 올리며,

딸아이랑 알콩달콩 즐겁게 놀다 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던 비 때문에

결국 '간현'행 열차는 취소하고, 급박하게 선택한 곳이 '구둔'이다. 

 

간이역 중 지어질 때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라는  '구둔'. 

양평의 외진 시골 마을에 소박하게 서 있다는 그 곳.

 

말로만 듣던 '구둔역'으로 가서, 묵묵히 지켜 낸 세월의 향기를 맡고자,

우린 흔히 출발하는 청량리역 대신, 덕소를 출발역으로 정했다.

 

 

 

 

우리의 본거지(?)인 하남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덕소역^^

새로 지어진 역사가 깔끔하고 시설도 좋은 편이다.

예매한 기차표를 발권받는데, 직원 양반이 슬쩍 묻는다.

 

"구둔엔 왜 가시오? 누굴 만나러 ?"

" 그냥 가는거예요.^^"

 

그렇다. 우린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구둔'을 향해 간다.

승강장에서 12시 23분 4호차를 기다리며 ,

딸아이는 까르르 웃고 엄마는 마음이 설렌다. 

기차표를 들고 자랑스런 표정도 지어보며, 아주 신이 난 눈치다.

 

 

 

 

덕소역에서 기다리던 열차를 타고 한시간 남짓 달려서 도착한 '구둔'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는 간이역의 풍경은 차분하기만 하다.

사진에서 본 그대로 아담한 역사는 구석구석까지 깨끗하고,

꽃화분으로 단장한 앞마당도 귀엽다. 

근무하시는 분들의 수고와 정성이 물씬 느껴진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져서 오랜 시간을 한자리에서 잘 버텨 낸 구둔역사.

신산스런 시절도, 평화로운 시절도 구둔역의 시간을 따라 지나갔을 것이다.

 

서울 청량리까지 나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열차를 타고

저마다의 사연과 일상도 무르익었을 것이고.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 296호 양평 구둔역.

 

비록 소박하지만 지켜 줘야 할 것들을 유산으로 격상 시킨 것은,

문화재청이 한 일 중에 제일 잘한 일일 것이다. 

 

앞으로 중앙선 철도가 현대화 되고, 구둔마을에 새역사가 들어 서도

언제까지나 이 자리에 구둔역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에...

비 내리는 간이역의 시간이 슬쓸하지만은 않다.^^

 

 

 

덧붙이는 말: 구둔역 주변의 교통은 너무나 열악하다.

게다가 흔한 식당이나 중국집, 심지어 가게조차 없다.

 

도시락을 지참하고 가서  저녁 기차 시간까지 동네에서 놀거나(?)

마을 정거장에 오후 2시 35분에 있는 여주 버스를 타고,

신륵사까지 가서 식사하고 관광하는 것 중에 한 방법을 택해야 한다.

 

버스 시간과 기차 시간을 알려 주시고,

집에 가서 밥을 먹여주시겠다고 말씀하신

친절한 주민 여러분 , 정말 고마웠습니다.^^

 

시골 인심 아직 후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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