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가리 부다페스트 자유의 성당)
광고주 압박운동과 언론의 자유
1. 논의의 시작
1974년 유신정권에 의한 동아일보 광고탄압과 2005년 소위 황우석사건과 관련하여 네티즌들에 의한 문화방송 광고해지 사태 등 광고주에 대한 광고중단 압박행위는 그 주체가 정부이건 시민세력이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요한 위협이 되었다.
최근 광우병과 관련한 촛불시위를 보도하는 특정신문들에 대한 항의를 목적으로 그 신문의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특정신문에 광고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글들이 게재되면서 이러한 행위를 법적으로 어떻게 판단하고, 규율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광고주 압박운동이 과연 특정신문에 대한 언론탄압인가 아니면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행사인가,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사이버 테러의 경계는 어디까지이고, 나아가 우리 언론의 진보, 보수에 관한 다툼은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인지 아니면 국론을 분열시키는 해악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그것이다.
특정신문의 보도태도에 대하여 다른 사람에게 단순히 의견을 표시하거나 구독을 중지하거나 광고주에게 특정신문의 태도를 비평하면서 광고중단을 권유하는 정도의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할 수 없지만,
인터넷 포털의 게시판에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특정신문의 광고주들에 대한 전화번호, 홈페이지 주소 등을 나열하여 광고주들에게 광고를 중단하라는 압박전화를 걸 것을 요구하거나 구체적으로 광고주를 협박하거나 괴롭히는 방법을 소개하여 압박을 유도하고, 광고 담당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공개하여 인신공격에 이르는 행위로 발전하면서 광고주의 피해가 발생하자 이러한 글을 게재한 사람들(이하 “본건 행위자”라 함)과 직접 광고중단압박의 전화를 행한 사람에 대한 법적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한 것이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라 함)는 본건 행위자들의 광고중단압박을 내용으로 한 게시물을 심의하여 그 중 일부를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포털사업자에게 해당정보를 삭제하라는 시정요구를 하였다.
본고에서는 법률적으로 본건 행위자의 글 게재행위 자체와 직접 광고중단을 압박하는 전화 등을 행한 실행행위자의 행위가 형법상의 업무방해죄나 신용훼손, 명예훼손죄 등 특정한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가와 본건 행위자가 인터넷 게시판 등에 게재한 글이 불법정보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를 살펴보고,
다음, 위와 같은 행위가 범죄나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종국적으로 행위자의 표현의 자유와 광고주의 영업권 보호와의 관계에서 소비자로서의 권리로 인정하여 위법성을 조각할 수 있을 것인가와 함께 본건 행위자의 언론, 표현의 자유와 특정신문사라는 언론기관의 언론 및 보도의 자유가 대립되는 경우에 어떤 기준으로 그 자유의 한계를 설정할 것인가에 논하여 보고자 한다.
2. 구성요건 해당성
가. 실행행위자의 행위
(1) 업무방해죄
본건 행위자에 의한 광고중단 압박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글이 직접 특정신문사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지만, 특정신문사 아니라 그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는 광고주에 대하여는 쉽게 업무의 방해를 초래할 수 있다.
광고중단을 압박하는 전화내용이 상대방(광고주)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거나(위계)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불문하고, 폭행, 협박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 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위력) 광고주의 정상적인 영업이나 근무활동, 광고업무를 방해하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2007.6.14. 선고 2007도2178 판결).
따라서 광고주에게 단순히 특정신문에 광고를 게재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거나 권유하는 정도를 넘어 다른 광고주들도 모두 광고를 중단하였다면서 사과문이나 해명안내문을 게시하라거나 다른 신문에 광고를 하라고 요구한다던지, 특정신문은 사실을 거짓말처럼 작문하는 신문인데, 그러면 광고주의 제품도 믿을 수 없다든지, 광고주인 여행사를 대상으로 인터넷에서 예약하면 선불도 필요하지 않고, 여행 3일전까지 해약하면 위약금 등 아무런 피해가 없으니 무조건 예약을 하라거나 여행사를 찾아가 예약을 하지 않더라도 한 사람이 10분씩 50명만 상담을 하라는 내용을 게재한 본건 행위자의 교사에 따라 이를 실행하는 행위는 위계를 이용한 업무방해에 해당하고,
광고주인 보험회사를 상대로 특정신문에 광고를 철회하든지 계속 광고를 하든지 빨리 답을 주어야 보험해약을 하든 말든 할 것 아니냐는 전화를 하라던가 광고중단을 약속한 기업이 광고게재를 계속할 경우 기업을 파산시킨다는 각오로 악착같이 매달려서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는 본건 행위자의 글을 보고 이에 따른 행위는 위력을 행사하여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한다.
(2) 협박죄
본건 행위자가 게재한 글을 읽은 사람들이 광고주에 대하여 광고중단을 요구하면서 단순히 위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리조트를 경영하는 광고주에게 여름장사를 망치고 싶으냐고 전화를 하는 등 광고주의 생명, 신체, 재산, 영업 등에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정도에 해당하면 실행행위자는 협박죄에 해당될 수도 있을 것이다.
(3) 명예훼손, 신용훼손
광고주에게 광고중단을 압박하는 내용 중에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특정신문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거나 광고주의 명예,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4) 불법행위
시민단체가 특정 가수의 도덕적 해악을 이유로 공연기획사의 입장권판매를 대행하는 은행에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하여 대행계약을 파기하게 한 경우(대법원 2001. 7. 13. 선고, 98다51091호 손해배상)와 같이 단순한 불매운동 자체는 불법행위가 아니지만, 불매운동과정에서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행위가 수반하여 광고주에게 현실적으로 피해를 준 때에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수입고기를 판매하는 정육점에 판매중단을 요구하면서 판매와 입,출고를 방해하거나 고객의 출입을 가로막는 등 영업을 방해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나. 본건 행위자의 행위
본건 행위자가 게재한 글의 내용 자체가 특정언론사나 광고주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협박하거나 신용,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범죄를 구성하고, 범죄를 구성하지 않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설사 광고주 압박을 내용으로 하는 글을 게재하면서 “우리의 목적은 나의 피 같은 돈으로 지불한 제품 값의 일부가 특정신문 찌라시의 광고비의 일부로 쓰이는 것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그것을 거부하는 업체에 더 이상 나의 돈으로 특정신문의 광고비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라던가 “우리는 단순히 불매운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해주는 기업에 대해서는 더 많은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양심적인 기업을 키우기 위함에 있다”는 등 순수한 목적임을 간혹 표시하였다 하더라도
본건 행위자들이 게재한 일련의 게시물을 전체적으로 판단하여 광고주 압박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다수 행위자들의 연속적인 글의 전체적인 의도가 광고주의 피해라는 결과를 예견할 수 있음에도 이를 용인한 채 행위를 계속함에 따라 광고주들의 정상적인 업무에 차질과 방해를 가져왔다면 본건 행위자는 실행행위자(정범)의 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은 물론, 민사상 불법행위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반하여 본건 행위자가 게재한 글을 본 사람은 자발적으로 전화를 할 지 여부를 자유의사에 따라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므로 결과발생에 대한 책임을 본건 행위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은 형사법의 기본인 유추해석 금지원칙에 반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본건 행위자의 글을 읽은 불특정 다수 중의 특정인이 범의를 일으켜 범죄나 불법행위를 감행하거나 이미 범의를 가지고 있더라도 구체적인 범행방법을 알게 되어 이를 수행하였다면 본건 행위자는 경우에 따라 형법상 공모공동정범이나 교사범, 방조범의 책임을 지거나 불법행위자와 함께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다만, 형법이론상 공모공동정범의 경우, 본건 게시물을 게시한 다수의 행위자들 전부와 그 게시물을 보고 실제로 실행행위를 한 다수의 행위자들 모두를 공모공동정범에 의율하려면 구체적인 공모의 경위와 실행에 이른 과정이 특정한 게시물과 연결된 특정한 행위인 것으로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므로 실제로는 의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교사와 방조의 경우에도 교사범과 방조범은 반드시 본범이 범죄의 실행에 착수할 것을 전제하므로 본건 행위자의 게시물을 읽은 실행행위자가 실행에 착수하여야 하고, 업무방해죄의 경우에는 미수범을 처벌하지 않아 본범이 기수에 달하여야 한다.
따라서 실무상 수사과정에서 누가 어떤 게시물을 보고 어떠한 경위로 범의를 유발하여 어떠한 실행행위를 하였는지 어떤 경로로 피해가 발생하였는지 즉, 특정한 게시물을 게시한 본건 행위자와 특정한 실행행위를 한 직접실행자와 범의의 유발경로 및 결과를 특정하여 인과관계를 명시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3. 불법정보의 여부
가. 임시조치의 대상여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정통망법”이라 함)에 의하면 사생활의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침해를 받은 자의 요청을 받아 해당정보를 삭제하거나 접근을 임시 차단하는 임시조치를 할 수 있고(동법 제44조의 2), 피해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임의로 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동조의 3).
즉, 본건 행위자가 게시한 글의 내용에 특정신문이나 광고주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포함되거나 동 게시물의 내용이나 게시행위를 본 사람이 그 행위를 실행함으로써 특정신문이나 광고주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에 정보통신사업자가가 위와 같은 조치를 행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동조에서 “타인의 권리”라 함은 신체, 생명, 명예, 재산 등에 대한 어떠한 권리이건 막론한다.
따라서 광고주 압박을 내용으로 하는 게시물이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헌법 제119조 제1항) 아래 헌법상의 보호를 받는 특정신문의 영업권이나 광고주의 자유로운 영업활동, 광고게재의 자유, 또는 거래상대방 선택권(소비자기본법 제4조 2호)을 침해하였다면 위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나. 심의대상의 여부
(1) 심의의 중요성
방송통신위원회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이하 “방통위법”이라 함)에 의하면 심의위는 정통망법 제44조의 7에 규정된 사항의 심의와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에 대한 심의 및 시정요구를 그 직무의 하나로 하는 바(방통위법 제21조 제4호), 방통위법 시행령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통되는 정보 중 정통망법 제44조의 7에 따른 불법정보 및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말한다고 한다(동시행령 제8조 제1항).
이러한 규정을 두고 본건 행위자가 게시한 특정신문의 광고주에 대한 광고중단 압박을 내용으로 하는 인터넷게시물이 심의위의 심의대상인 불법정보인가의 문제이다.
(2) 긍정설
위 시행령은 문리적으로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심의대상에는 정통망법 제44조의 7 소정의 불법정보와 청소년 유해정보는 물론,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청소년 유해정보 및 법 제44조의 2 소정의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 정치적,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정보까지 포함된다는 주장이다.
(3) 부정설
위 시행령은 정통망법 제44조의 7에 따라 “불법정보 및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정보”를 심의대상으로 규정하는데 설사 동 규정 중 “불법정보 및 청소년 유해정보”란 열거적, 제한적 규정이며, 설사 그것이 단순히 예시적인 규정이라 하더라도 심의위가 필요에 따라 심의대상을 정할 수 있다면 심의위가 자의로 해당 게시글의 삭제 등 기본권의 심각한 침해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심의대상은 불법정보 및 청소년 유해정보에 준하는 불법, 유해한 정보에 한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4) 사견
문언상으로 보면 적극설도 일리가 있지만, 불명확한 기준에 따라 심의대상을 확대할 경우 부정설의 주장과 같이 기본권의 침해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법률을 개정하여 심의대상을 명확히 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본건 행위자가 게재한 글의 내용 자체가 광고주나 특정신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신용훼손, 업무방해 등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이를 교사 또는 방조하는 것이라면(동법 제44조의 7 제1항 제9호) 본건 행위자에 대한 범죄의 성립에는 반드시 정범의 실행행위가 필요한 것과 달리 글을 읽은 사람들이 실제로 범행에 착수하지 않더라도 심의위의 심의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다. 유통금지 정보의 여부
(1) 문제의 소재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의 내용이 방통위법 제24조의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이하 “심의규정”이라 함)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정통망법 제44조의 7에 따른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취급의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할 수 있다(방통위법 제25조 제1항 제2호).
한편 위 심의규정은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예비, 음모, 교사, 방조할 우려가 현저한 정보(동 규정 제7조 제1호), 범죄의 수단이나 방법 또는 범죄에 이르는 과정이나 결과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범죄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정보(동조 제2호), “기타 범죄 및 법령에 위반되는 위법행위를 조장하여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동조 제4호)와 “기타 정당한 권한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제8조 제4호 마.목) 등에 해당되는 정보를 유통에 적합하지 아니한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법이 정한 정통망법 제44조의 7 제1항은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동항 제1호),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동항 제2호),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동항 제3호),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하는 내용의 정보(동항 제4호), 청소년보호법에 따른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상대방의 연령 확인, 표시의무 등 법령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의 정보(동항 제5호),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사행행위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동항 제6호), 법령에 따라 분류된 비밀 등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내용의 정보(동항 제7호),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동항 제8호),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방조하는 정보”(동항 제9호)를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있어 방통위법과 정통망법이 규정하는 불법정보의 내용이 상이한 까닭에 본건 행위자가 게시한 글을 유통을 금지할 수 있는 불법정보로 볼 것인가에 대하여 다른 주장이 있을 수 있다.
(2) 부정설
위 심의규정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규칙으로서 정통망법이 정한 유통금지 대상정보보다 광범위한 정보까지 모두 불법정보로 인정하여 동법과 시행령이 정한 위임의 범위를 일탈하였으므로 위 정통망법이 정한 불법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유통금지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3) 긍정설
위 심의규정은 정통망법에 의하여 위임된 규칙이 아니라 동 심의규정에 위반한 정보에 대하여 정통망법에서 정한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행할 수 있도록 방통망법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이므로 당연히 유통금지의 대상이라는 주장이다.
(4) 사견
법률의 문언만으로 보면 긍정설이 일응 옳다고 보나 위 규정들은 정부직제의 개편에 따라 정보통신부가 폐지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그 업무를 승계하면서 법률의 개정, 개정 과정에서 이루어진 입법상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본건 행위자가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한 글이 일응 위 심의규정에서 정한 불법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심의위는 본건 행위자가 게시한 글의 내용이 특정신문이나 광고주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정통망법 제44조의 7 제1항 제2호)라면 심의후 당사자의 의견제출 기회를 준 다음 곧바로 정보통신사업자에게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할 수 있고,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방조하는 정보”에 해당하는 것(동항 제9호)이라면 심의위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장의 요청에 따라 심의, 시정요구와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한 다음, 정보통신사업자에게 반드시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하여야 한다(정통망법 제44조의 7 제3항, 제4항).
특히 후자의 경우, 본건 행위자가 게재한 글의 내용 자체가 광고주나 특정신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신용훼손, 업무방해 등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이를 교사 또는 방조하는 것이라면(동조 제1항 제9호) 본건 행위자에 대한 범죄의 성립에는 반드시 정범의 실행행위가 필요한 것과 달리 글을 읽은 사람들이 실제로 범행에 착수하지 않더라도 유통금지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4. 광고주 압박운동과 소비자의 권리
가. 소비자보호운동
우리 헌법은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고 하여 소비자의 권리를 인정하고(헌법 제124조),
이에 따라 소비자기본법은 물품 등으로 인한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와 거래상대방, 구입장소, 가격 및 거래조건 등을 자유로이 선택할 권리, 사업자의 사업활동 등에 대하여 의견을 반영시킬 권리, 소비자단체의 조직 및 활동권을 보장하고 있다(동법 제4조).
그렇다면, 광고주를 압박하여 특정신문사의 광고수입을 감소하게 함으로써 재정형편을 어렵게 하려는 행위가 특정신문의 소비자 또는 광고주가 생산하는 물품이나 용역의 소비자로서의 정당한 권리행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나. 긍정설
(1) 광고주에 대한 압박행위는 소비자가 사업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반영해 달라고 할 수 있는 권리(소비자기본법 제4조)의 행사로서 개인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에 불과하며,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통한 올바른 소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공익적 행동이므로 공개된 인터넷의 게시판에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을 향하여 그러한 정보를 게시하는 행위 자체를 불법이라 할 수 없다.
(2) 본건 행위자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로서 같은 입장에 있는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의견을 개진한 것이어서 소비자운동의 범위에 포함되는 행위이므로 불법이 아니다.
(3) 게시된 글이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읽혀진다 하더라도 글을 읽은 소비자들이 광고주에게 전화를 하는 행위 등은 소비자들의 독자적이고 자유로운 판단에 따른 것이므로 결과의 발생은 우연하게 일어나거나 개연성과 추측에 의하여 예상될 뿐이며, 소비자들의 행위에 대하여 글을 쓴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
(4) 민주사회에서는 다소 부당하고 비윤리적이라고 하더라도 소비자의 사업자에 대한 항의운동은 공익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받아야 하므로 행사과정에 현실적으로 악의가 없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다면 정당한 행위로 보장되어야 한다.
다. 부정설
(1) 소비자 운동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접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소비자가 물품이나 용역을 직접 공급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여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불만의 직접적 대상인 사업자(특정신문사)가 아닌 광고주를 상대로 광고주가 생산하는 물품이나 용역에 대한 품질향상이 아니라 제3자인 특정신문사에 대한 광고중단의 목적으로 가상적인 소비자인 불특정 다수인이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을 행하는 것은 비록 광고주의 상품가격에 특정신문에 대한 광고비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소비자운동의 범위를 초과한다.
(2) 사업자(특정신문)와 거래하는 제3자(광고주)에 대하여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제3자의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본건 행위자 자신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대상사업자가 아니라 특정신문에 광고를 내는 다른 기업을 공격하는 것으로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를 넘어 광고주의 거래상대방인 광고매체의 선택권과 영업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이다.
라. 사견
(1) 특정신문에 대한 경우
본건 행위자가 특정신문의 구독자인지의 여부를 막론하고, 그를 일응 소비자기본법이 보호하는 특정신문의 소비자라고 하더라도 소비자운동은 결국,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문제이므로 본인 스스로 특정신문의 구독을 중단하거나 특정신문의 구독자나 주위사람들에게 특정신문을 비판하면서 구독을 하지 말 것을 권유, 부탁하는 등 소비자기본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생산자인 특정신문사에 대한 직접적인 소비자운동은 정당하지만, 이를 초과하여 사업자(특정신문사)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보호받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신문의 경우,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가 진실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은 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언론법”)에 따라 분쟁의 조정이나 중재, 정정보도, 반론보도청구, 정정보도청구(동법 제7조, 제14조, 제16조 제18조, 제26조) 등 별도의 구제절차까지 보장되어 특정신문의 소비자는 위 제도에 의한 보호도 받을 수 있다.
현대 정보사회에서 광고는 미디어 기업(특정신문)의 재정원일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일반국민)와 생산자(광고주) 간의 유통체계를 연결하는 매개체이므로 신문사의 광고영업권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미디어 세계에서 광고매체의 선택을 방해하는 행위는 특정신문(생산자)의 소비자인 광고주로 하여금 다수의 인터넷 사용자라는 사회세력을 배경으로 다수의견을 소수의견으로, 또는 반대로 착각하는 사실판단의 왜곡을 유도하여 다원적 무지현상이라는 위험마저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2) 광고주에 대한 경우
소비자는 물품, 용역 등을 올바르게 선택하고, 소비자의 기본권을 정당하게 행사하여야 할 책무가 있고(소비자기본법 제5조), 소비자운동은 물품, 용역의 소비자와 그 물품, 용역을 직접 생산한 사업자 간의 물품, 용역에 대한 품질향상 등을 위한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므로 본건 행위자가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광고주의 물품, 용역에 대한 품질향상이 아니라 특정신문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제3자인 광고주에게 광고중단을 요구하게 하는 행위는 소비자운동의 범위를 넘어 위법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정부시책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반대여론을 조성하는 특정신문사에 대하여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광고주들을 압박하거나 특정신문의 독자들이 다른 신문의 광고주들을 상대로 광고중단의 압박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당연히 소비자운동의 범위를 넘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4. 자유의 충돌과 언론기관의 의무
언론, 표현의 자유는 정치, 사회생활의 기초적 방법일 뿐만 아니라 민주시민의 기본적인 의사표현수단으로 국민을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국가사회의 안정과 변화 사이의 균형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자유와 권리를 확보하고 충족하기 위한 민주적 기본질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헌법은 언론기관인 특정신문은 물론, 개인인 본건 행위자에게도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므로 본건의 경우, 특정언론사의 언론, 보도의 자유와 본건 행위자의 의견표시, 표현의 자유가 대립될 수밖에 없다.
신문사의 경우, 언론의 자유는 이해관계가 있는 개인이나 집단, 기타 모든 사회세력으로부터 어떠한 간섭을 받지 않고 자기들 소신껏 보도할 수 있는 자유이므로 이를 보장하기 위하여 언론법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 누구든지 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관하여 어떠한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다”고 하고(동법 제4조),
신문등의자유와기능보장에관한법률(일명 신문법)은 “신문 및 인터넷신문의 편집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 누구든지 신문 및 인터넷신문의 편집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다”고 하여(동법 제3조) 신문사에 대한 편집의 자유까지 완벽하게 보장하고 있다.
한편, 종래의 산업사회에서는 개인의 정보수집능력이나 판단능력이 언론기관보다 뒤떨어졌으므로 개인보다 언론기관에게 강력한 언론, 보도의 자유를 보장하여 간접적으로 각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여 왔지만, 급변하는 정보사회에서는 인터넷사용의 보편화와 인터넷포털의 뉴스매체화, 블로그, UCC, 인터넷카페 등 개인, 집단에 의한 매체기능이 확대되면서 정치문화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언론기관에 대한 언론, 보도의 자유만큼 개인에 대한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과 영향력도 점차 커지게 되었다.
종래에는 언론,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외부적 요인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었지만, 정보사회에서는 위와 같은 개인이나 이익단체, 사회적, 문화적 세력이 언론기관의 자유를 견제하고, 위협하는 새로운 힘으로 등장한 것이다.
정보사회라 하더라도 개인, 이익집단의 언론, 표현은 아직도 언론기관의 보도를 정보원으로 하여 이를 기초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언론기관은 국민 개인이 정확하고 균형있는 현실인식을 할 수 있도록 편파적인 주장과 획일화, 고정화된 관점을 배제한 객관적 보도를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언론기관들은 보수와 진보성향으로 나누어져 우리 사회의 구성원 전체를 분열시켜 놓고 각 진영의 선수로 뛰고 있다는 배신감이 본건 행위자들로 하여금 특정신문에 대한 광고중단 압박행위를 감행하게 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고 수행하는 정부는 국민여론을 수렴하여 책임정치를 하여야 하므로 정책의 결정,수행과 여론을 연결해주는 피드백의 역할을 담당하는 언론의 기능이 국민여론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깨려는 경향을 보이거나 반대로 정권의 홍보도구로 활용되어 여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5. 결론
법률가의 입장에서 보면, 본건 행위자들의 행위는 많은 경우에 위법적인 것으로 처벌의 대상이 되거나 광고주에 대한 손해배상의 주체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민주사회는 모든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공개된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통하여 무한하게 논의되게 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추구할 수 있지만, 시민사회의 모든 집단과 세력들은 언론기관이 자신이 속한 이익집단에 편향된 보도를 계속하면 이를 무력화하고, 통제하여 자신들의 이익에 합치하는 보도를 유도하기 위하여 각종의 수단과 방법을 필연적으로 모색하기 마련이다.
모든 사회계층이 분열된 우리 사회에서 본건 특정신문의 광고주에 대한 광고중단 압박운동은 특정언론이 지향하는 사고방식과 다른 사조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특정언론이 지향하는 이념이 옳지 않다는 신념아래 특정언론을 반대자로 규정하고 이를 타파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광고주 압박운동이 과연 특정신문에 대한 언론탄압인가 아니면 소비자의 정당한 행동인가와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사이버 테러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또 나아가 언론의 진보, 보수 편가르기 싸움이 여론다양성 확보를 위한 방편인가 아니면 국론을 분열시키는 또다른 사회악이라고 볼 것인가?
이에 대한 평가는 결국 우리 사회에서 다수와 소수, 강자와 약자, 명칭을 불문하고 권력을 가진 세력과 없는 세력 사이에 이루어지는 “지위전환의 가능성”과 “반대자에 대한 관용”을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08. 7. 4. 최영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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