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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사랑에게73 -방송하는 여자-

송승식 |2008.07.11 00:59
조회 81 |추천 2

- 방송하는 여자  -





멋져졌더라구요,

옛날에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180도 바뀌었더라구요.

말하는 톤도, 표정도, 눈빛도..예전 그 사람이 아니었어요.

한 눈에 봐도 성공한 티가 팍팍 나더라구요.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할 순 없지만,

그래도 입은 옷을 보면 대충은 알 순 있잖아요.

난 겁나서 들어가 보지도 못하는 브랜드의 양복을 입고 있더라니까요.

넥타이도 근사하구요.

백화점에서 근무한 지가 몇 년인데, 그 정도는 알아봐 줘야 예의죠.



전 백화점 방송실에서 아나운서로 일하고 있어요.

원래는 앵커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못 됐어요.

대학졸업하고 각 방송사마다 아나운서 시험이란 시험은 다 봤는데,

매 번 다 떨어지더라구요.

아나운서 아카데미까지 다녔는데..다니면서 더 절실히 깨달았어요.

아, 세상엔 나보다 똑똑하고 예쁘고 말 잘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구나...

그래서 꿈을 좀 작게 줄였죠.

그래서 갖게 된 직업이 바로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예요.



그 사람은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만났어요.

처음엔 그 사람을 보면서 꿈도 참 야무지다..싶었죠.

정말 촌스러웠거든요.

말하는 것도 얼마나 느끼했었는지 몰라요.

그래서 그 사람이 몇 번이나 나보고 사귀자고, 좋아한다고 했었는데,

딱 잘라 싫다고 거절했어요.

그랬더니 우리 집 근처까지 와서 몇 번 전화도 하고,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흠뻑 젖어서 기다리기도 하고..그랬는데..

그래도 그 땐 조금도 마음의 흔들림이 없었어요.

근데 조금 전에 본 그 사람은 내 마음을 정신없이 흔들어놓고 갔네요.

방금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났어요.

그 사람이 먼저 날 알아보고 아는 척을 하더라구요.

오랜만이라고, 

결혼은 했냐고,

자기는 곧 결혼한다고...묻지도 않았는데 그러더라구요.

같이 반갑게 인사를 하긴 했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씁쓸하네요.

명함을 줬는데, 꽤 근사한 회사의 CEO가 됐더라구요.

조금 전에 바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서 찾아봤어요.

아쉽긴 하지만..이제 와서 뭘 어쩌겠어요?

이미 지나가 버린 버스니까, 잊어버려야죠.



마음을 가라앉히고 오늘 멘트 준비나 해야겠습니다.

매일 똑같은 멘트가 나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씩 변화를 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데요...

미아보호 멘트, 차량 멘트, 안전유의멘트..

어, 여자 둘이 방송실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네요.

음악을 고르고 있던 순정씨한테

하얀 가방을 분실했다고 방송을 부탁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나도 잃어버린 게..,가방이라면 좋겠어요.

그 사람이 아니라, 가방이라면 정말 좋겠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놓친 물고기가 커 보이는 거라고,

놓치지 않았다면 여전히 작아 보였을 거라고...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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