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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 #377

강재진 |2008.07.11 12:16
조회 113 |추천 2


 

 

그 날 습관처럼 모여 술을 마셨던 지난해 봄.

술집 담벼락에 서 있던 한 그루 꽃이 질 때까지만 술을 마시자 했건만

누군가는 그 꽃까지 술에 타서 마셔 버렸던 얼큰했던 저녁.

 

머리가 아픈 누구는 먼저 자리를 떠났고,

서둘러 취한 누구는 택시에 밀어 넣어졌고,

그 취한 누구와 같은 방향인 내 친구는 그녀를 내게 부탁하고 그 택시에 올랐던,

그렇게 어쩌다 우리 둘만 남게 되었던 그 저녁.

 

왁자지껄한 배웅이 끝나고 택시가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지고

처음으로 단둘이 된 우리는 잠시 머쓱했지만 곧 편한해졌습니다.

 

- 괜찮아요?

 

- 예.. 저는 괜찮은데.. 괜찮으세요?

 

- 예.. 뭐, 저는 아직 멀었죠. 근데 춥진 않으세요?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들.

고맙게도 그 날따라 택시는 우리 앞에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고

우리는 큰 길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날씨 이야기, 어둑하고 푸른 봄밥의 하늘 이야기,

이런 멋진 하늘은 고흐도 모네도 그리지 못할 거라고,

이맘 때면 저 북쪽 나라에서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이 일어난다고,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멋진 밤이 없는 곳에선 살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나도 그러하다고,

그러다 우리는 음악소리를 쿵쿵대며 지나가는 자동차를 흉보기도 했고,

입고 싶은 옷을 다 입고 나온듯 엉망인 패션으로 길을 가던 여자를 걱정해 주기도 했으며,

일식집 처마에 매달린 둥근 등을 훔치고 싶다고 쑥덕거리기도 했습니다.

 

웃고, 꿈꾸고, 흉보고, 쑥덕대고..

우리를 향해 기웃대는 택시들을 애써 못본 척

서로의 얼굴만 보며 걸어갔던 그 시간.

손을 잡지 못했을 뿐,

팔짱을 끼지 못했을 뿐,

우리는 그날 마치 연인처럼 좋았는데..

그러나 우연히 마주친 그녀의 친구가 그녀에게 우리의 관계를 물었을 때

 

- 누구야?

 

- 어, 그냥..

 

우린 그렇게 현실 속으로 끌려 나왔습니다.

나를 차마 애인의 친구라고 소개할 수 없었던 그녀.

그래서 '그냥' 이 되어버렸던 나.

 

아마도 한 시간쯤, 어쩌면 삼십분쯤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소중한 순간이 내게는 있었습니다.

그녀도 나와 같았을 거라고 우길 순 없는,

그래서도 안되는,

그래서 나는 욕심내지 않으며..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으며..

 

그저 가끔 기억합니다.

1년 전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

 

기다리지 않는 척 내 자신도 속여가며.

 

 

 

사랑을 말하다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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